짙은 채색으로 스며든 두 남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말 그대로다. 연하지 않고 ‘빛깔이 강하다’를 의미하는 짙은이 맞다. 중요한 건 그들은 이름보다도 더 짙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짙은, 성용욱, 윤형로, 모던 록, 파스텔 뮤직, 인터뷰, 원더랜드, 티비 쇼, 마루미얀, 엘르, 엣진, elle.co.kr:: | ::짙은,성용욱,윤형로,모던 록,파스텔 뮤직

사람과 이름. 그 둘 사이에는 아주 오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그 사람에게는 왠지 모르게 그 이름이어야 할 것 같은. 멤버 성용욱과 윤형로가 속한 모던 록 남성 듀오 짙은이 그렇다. 처음 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는 파스텔 톤의 옅고 흐릿한 느낌이었다. 말랑말랑한 목소리와 서정적인 음악으로 여심을 흔드는 매력 때문에 그럴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만나 본 두 남자는 짙은이란 이름과 놀랍게도 많이 닮아 있었다. 이름이 그들을 따른 건지 혹은 이름을 따라 그들이 변한 건지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그들과 짙은이라는 이름이 이미 혼연일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뷰 내내 그들만의 ‘짙은’ 낭만과 감성의 범위를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현실적이고 시니컬하게 답해주었다. 여태껏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의 의외성에 특별하고도 묘한 설렘마저 느낄 수 있었다. 노랫말에는 ‘하고 살아야 하는 말’을 잔뜩 담아내면서 인터뷰에선 ‘하고 싶은 말’도 할 줄 아는 두 남자와의 유쾌한 인터뷰. 먼저 EP 앨범이 나왔다. 축하한다. 아파서 앨범이 조금 늦게 나왔다. 지금은 괜찮나? 성용욱 : 굉장히 괜찮다. (웃음) 아파서 그런지 왠지 음성이 더 애잔해진 것 같기도 하고.성용욱 : 아마 녹음할 때는 그런 게 있었을 거다. 아픈 거라기보다 전에 했던 거랑 비교해서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피곤하기도 했고. 노래 자체가 잔잔해서 전체적으로 거기 맞춰서 부르려고 한 것도 있고. 신나는 노래가 있으면 신나게 불렀을텐데 그게 아니니깐. 그나마 TV 쇼가 밝은 정도? 어쨌든 그 정도 느낌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렇게 불렀다. 연남동의 허름한 스튜디오로 돌아가서 작업을 마쳤다고 들었다. 그 스튜디오가 당신들에게 어떤 존재길래?윤형로 : 원래 맨 처음 파스텔(현재 두 사람의 소속사)에 속하기 전에 사비를 털어 처음 녹음했던 음반이 있다. 그 음반 준비하면서 가격대비 싸고 한 곳 찾던 찰나, 우리 동네기도 하고 엔지니어 분이 편하게 해주시고 해서 그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 돌아간 건 처음 시작했던 마음, 고향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첫 출발점 같았다. 형이 노래를 부르기에도 편했을테고, 나도 기타치기에 편안했고..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공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성용욱 : 계속 스케줄에 쫓기다가 그런 걸 놓으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앨범 트랙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다 보니 갈수록 점점 감정이 고조되는 것 같다. 트랙 순서를 일부러 그렇게 의도한 것인가?윤형로 : 트랙의 순서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 앨범은 라이트하게 시작했다가 마지막 부분은 침전되게.. 그렇게 마무리 하고 싶었다. 곡을 만들 때 일부러 먼저 생각하고 그러진 않지만, 끝나고 나서 트랙들을 배치할 때는 상의도 많이 하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의도된 것이다. 1집에 이어 이번 앨범 자켓도 일본 그래픽아티스트 마루미얀 디자인을 했더라. 개인적으로 당신들과 분위기가 맞는 것 같은데 누구의 의견인가, 개인적으로 친분이라도?성용욱 : 아, 마사마? (웃음) 우리가 고른 건 아니다. 기획사 사장님이 짙은과 이미지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뭐 우리도 거기에 동의했고.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다. 아마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아는 것 같더라. 다음 앨범에도 계속해서 그의 디자인으로?윤형로 : 음악적 성향이 바뀔지도 모르니깐.. 거기에 따라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앨범 색깔마다 분위기도 있을테고. 남자들의 노래치고는 서정적인 편인데, 작사 작곡할 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윤형로 : 여행을 가거나 사진 찍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이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독립적인 체제로 하는 것 같고. 혼자 있을 때나 책을 읽고 나서도 덮고 나서 한참 있다가 기억 못할 때쯤 전혀 매체들과 상관없을 때쯤 피어나는 생각들과 감정들이 독립되어 있다. 가만히 혼자 있을 때, 멍하게 있을 때, 혹은 이런저런 혼자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생각이 나서 잡아놓고 싶어하는 편이다. 이건 괜찮을 것 같다.성용욱 : 특별히 영감을 받는 것은 딱히 없다. 음.. 굳이 꼽자면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압적인… 푸쉬…? (웃음) 의외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가사가 워낙 말랑말랑해서 책도 소녀취향을 읽을 것 같고, 영화도 순정만화만 볼 것 같았거든.성용욱 : 그렇게 보인다니 신기하다.윤형로 : 난 영화는 그런 거 좋아한다. 미스터리한 거.. 스릴러 좋아하고.. 신문도 보고 사회적인 부분도 뭐..성용욱 : 그런데 어차피 음악 할 때는 오히려 그런 외적인 것들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들, 지난 이야기들을 쓴다.윤형로 : 용욱 형의 장점은 사회적인 부분의 것들을 순화 시켜서 자기만의 색깔로, 자기만의 곡으로 만드는 거다. 그래서 노래를 들어보면 아, 이건 형이 만든 노래구나 형이 지은 곡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성용욱 : 칭찬하지마. (웃음) 갑자기 궁금한 점 하나.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가 16강 진출했다. 축구 보면서 흥분하고 소리도 질렀나? 목 관리 하는 가수들은 그런 부분도 조심한다고 들은 것 같아서.윤형로 : 쩐다. (웃음) 우~ 소리도 지르고… 안 지르는 사람도 있나성용욱 : 난 안 지른다. 축구 보면서는 오히려 안 지른다. 목을 조심하는 편이다. 버라이어티 쇼, 토크 쇼, 리얼리티 쇼 형식으로 앨범 발매 기념공연을 가진다고. 공연 모두를 직접 기획했나?윤형로 : 그렇다. 버라이어티 쇼는 20일에 이미 했다. (성용욱에게) 되게 반응이 좋았나요? (웃음) 티비 쇼 가사에 보면 버라이어티 쇼, 토크 쇼, 리얼리티 쇼 이렇게 나오는데, 그런 식의 형식으로 잡아서 즐겁게 해보자고 해서 기획했다. 그렇게 기획해서 공연하는 것 말고 직접 티비 쇼에 나가 볼 생각은 없고? (짙은 이번 EP 앨범 타이틀 곡이 'TV SHOW’다.)윤형로 : 별로. 공연에서 우리끼리 하는 대화들 이런 것들이 훨씬 좋다.성용욱 : 막상 나가도 재미 없을 것 같기도 하고.윤형로 : 괜히 쫄아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서… 오히려 방송보다 공연들이 더 짜릿해서인 이유도 있지 않을까.성용욱 : 여러 가지 의미로 짜릿하다. (웃음) 페스티벌도 자주 나오는데 소규모 공연과 비교하면 어떤가?성용욱 : 카페 같은 곳에서는 관객과의 거리도 좁고, 사운드 메이킹이나 이런 부분이 쉽지 않으니깐 조금 더 스스로를 내려놔야 한다. 소규모 공연이 더 힘들다는 거네.성용욱 : 아무래도 반응이 바로 보이고. 그냥 그 앞을 바라보고 하는 건데.. 눈이 마주치면 시선처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바로 앞에서 동영상으로 아주 근접 촬영을 한다거나 할 때 집중하기 힘들다.윤형로 : 맞다. 얼굴 바로 앞까지 와서 동영상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가까이서도 촬영을 하나? 민망하겠다.윤형로 :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동영상 촬영은 되게 무섭다. (웃음) 만약 지금 하는 모던 록이라는 장르에서 다른 장르로 관심사가 바뀐다면 바꿀 의향이 있나? 성용욱 : 뭐, 처음부터 모던 록을 해야겠다고 딱 정한 것도 아니고.윤형로 : (기자에게) 혹시 어떤 장르를 했으면 좋겠다 하고 추천해줄 거 있나? 디스코... 춤도 추고… 뭐 이런 거? 재밌겠다. 팬들이 조금 아쉬워 하지 않을까? 부드럽고 자상한 분위기여서 여성 팬들이 많자나.윤형로 : 같이 놀지 않을까? 디스코도 추면서? 디스코 해보고 싶나? 기타는 어떡하려고?윤형로 : 기타야 뭐 들고 추면 되지. (웃음) 춤추는 거 좋아하니깐. 오, 의외다. 춤추는 거 좋아하면 클럽도 자주 가는 편?윤형로 : 난 클럽에 가서 춤추는 것 보다는 집에서 노래 틀어놓고 막 춤 추는 거 좋아한다. 아참, 형도 춤추는 거 좋아한다.성용욱 : 요즘 클럽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못 가고 있다. (웃음) 음악 작업 외엔 평소엔 무엇을 하나?성용욱 : 친구 만나기도 하고. 혼자 여행도 훌쩍 떠나기도 하고. 공원이나 공항 같은 곳에 가기도 한다. 일종의 보상심리 같다. 자유로운 직업의 특권이랄까.윤형로 : 난 오히려 친구 만나기보다 집에 혼자 박혀 있는 편이다. 폐쇄적인 부분이 있어서 혼자 있는 것 좋아한다. 혼자 게임하는 것도 좋아하고. 많은 팬들이 당신들의 노래를 들으면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가 된다고 하는데.윤형로 : 숙면에 취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웃음) 농담이고, 당연히 좋다. 난 그걸 의도해서 만들 그런 재주는 없다. 노래를 만들 때 스스로 느끼거나 하는 걸 만들면 나도 위로 받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성용욱 : 음, 난 없다. 크게 힘든 일이 없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인생이 그러려니 하고 포기했다. 인생은 새옹지마, 조삼모사… (웃음) 친 형이랑 같이 사는데 우리의 좌우명이다. 인생 별 거 있나 이런 주의다. 근데 사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음악 들으면서 위로 받는 것 같다. 사람들한테도 받고, 팬들한테도 받고.윤형로 : 맞다. 팬들이랑 소통하면서도 받는다. 고마웠어 이런 말 한마디로도 위로 받기도 하고… 앨범 제목이 ‘원더랜드’다. 당신들만의 원더랜드가 있나?윤형로 : 앨범 타이틀을 원더랜드로 한 것은 노래들 하나하나가 그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그 이미지가 바라는 공간, 꿈꾸는 공간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 이미지들이 결국은 이 세상 일테고. 그러나 막상 우리가 꿈꾸는 원더랜드는 다른 쪽에 있을 수도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고. 그런 것 같다.성용욱 : 꿈꾼다는 게 많이 부정적인 느낌이다. 좋은 얘기라기보다는.. 악몽 이런 거. 에고를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는 순간이라는 느낌이다. 드러나는 본성? 본능의 충돌 뭐 이런 거. 실제 궁극적인 얘기다. 꿈꾸는 원더랜드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잘못된 말일지도. 외면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고. 순수한 의미에서 사랑, 욕구, 힘? 음악이 없지 않을까 그 순간은. 음악 자체 안에서는 도피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더 괴롭게 만들려고 했다. 윤형로 : 맞다. 그래서 사운드도 그렇고 더 울렁울렁 거리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2집 계획은?윤형로 : 그게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성용욱 : 좌우명이 되면 한다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웃음) 즐길 수 있으면 피해라 뭐 이런. 낼 때 되면 내겠지.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 5년… 이렇게 까지는 안 걸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