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of mineⅡ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수영장 계단을 내려갈 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진작가, 도시의 위압감을 피해 부엌에 머무는 드로잉 작가. 건조한 현실에서 나름의 은신처를 마련한 아티스트들의 ‘내가 사랑하는 공간들’. |

1 swimming pool steps물에 비친 하늘, 영화의 사운드트랙, 해 뜨기 전의 기상, 흰 티셔츠를 입은 소년을 사랑하지만 커피를 싫어하는 시드니의 사진작가 플레르 오딧(Fleur Audet). 호주의 여름은 늘 아름답고, 그 축복의 계절을 매번 수영장에서 보냈다. 다이빙을 하기보다는 수영장 계단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물의 기운을 느끼며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걸음을 뗄 때마다 몸이 서서히 잠기면서 유년 시절, 여름의 조각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물속에 들어가 몸을 누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나는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커지는 심장박동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flickr.com/photos/po sterchildofidontcare 2 glorious table 시드니의 일러스트레이터 캐리나 제레포스(Kareena Zerefos). 남자친구와 나는 일반 숍이나 플리마켓에서 잡다한 장식품을 많이 사들이는데, 그중 베스트 아이템이 거실 테이블에 놓인다. 이 프로방스풍의 테이블에 오른 영광의 얼굴은 런던에서 구입한 뻐꾸기 시계, 자기로 만든 토끼, 마징가 Z 피규어. 테이블 아래에는 남자친구보다 사랑하는 강아지 펠레의 침실도 자리한다. 내가 아끼는 것들만 모여 있는 귀한 공간인 셈. kareenazerefos.com 3 bedroom time capsule레트로풍의 사진을 즐겨 찍는 LA의 포토그래퍼, 제나 아델(Jena Ardell). 지금은 독립했지만 고향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내 방을 가장 좋아한다. 할머니가 물려주신 가구들, 꼬마 때 직접 페인트칠한 라벤더색 옷장, 동네 초콜릿 가게에서 구입한 곰인형 등 하나하나 추억이 서려 있다. 내 유년의 타임캡슐이랄까. jenaardell.com 4 dreamland desk 작업실을 친구와 공유하고 있지만 이 책상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잡동사니 같겠지만 꿈을 위한 필수 아이템들로 채워진 나만의 드림랜드. 바르셀로나에서 피루카 비(Peeluca Bee)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내게 영감을 주는 예쁜 일러스트와 피규어, 습작 노트, 색연필들, 또 미사코 미모코(Misako Mimoko)라는 핸드메이드 인형 제작자이기도 한 나의 작업 재료인 갖가지 천과 털실로 가득하다. 이 책상에서 내 커리어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 peelucabee.com 5 deed bed 나의 자리를 찾기 위해 세계를 떠도는 배낭여행객 인디애나 캐바(Indiana Caba).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삶의 찰나를 카메라에 담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최근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마드리드에 있는 우리 집이라는 것을. 그간 가족과 집을 경시했던 내가 철들었달까. 특히 내 방의 삐걱거리는 낡은 침대는 내가 본 어떤 여행지의 어떤 숙소보다 거대한 공간이다. 나를 무한정 놓아버릴 수 있는, 바다보다 깊은. ohmagpie.com 6 reading living room네덜란드의 포토그래퍼이자 북 블로거인 카린 엘리자베스(Karin Elizabeth). 남들은 서재나 침실에서 독서를 즐긴다지만 책 읽기에 거실만큼 편한 곳은 없다. 푹신한 쿠션이 놓인 소파, 따뜻하게 타고 있는 벽난로, 탁자에 놓인 초콜릿까지. 몇 달간의 리모델링 끝에 마련한 내 거실. 아직 썰렁한 감이 있지만 앞으로 내가 찍은 사진 작품과 수집한 책들로 꽉 들어찰 것이다. karinelips.nl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11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