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의 덧셈과 덧칠이 창조한 환영의 세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1980년대 미술계의 화두도 역시 오브제였다. 이를테면 미국의 제프 쿤스가 그런 대표 주자였다. ‘상품으로서의 미술’과 ‘제품으로서의 자아’라는 개념을 설파했다. 실제 소비 상품들을 상징적 대용물로 이용한 제프 쿤스는 오브제의 변용 가능성을 극사실적인 차원으로 연장했다. 플렉시글라스 상자에 들어 있는 진공청소기나 어항 속에 둥둥 떠 있는 농구공. 어떤 상품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작품으로 변신했다. 쿤스는 당대의 팝아트 작가들처럼 소비 상품들을 선택해 크기와 재료를 바꾸는 방식으로 조각을 만들었다.::갤러리, 오브제, 팝아트, 디자인, 엘르, 엣진, 엘라서울, elle.co.kr:: | ::갤러리,오브제,팝아트,디자인,엘르

1980년대 미술계의 화두도 역시 오브제였다. 이를테면 미국의 제프 쿤스가 그런 대표 주자였다. ‘상품으로서의 미술’과 ‘제품으로서의 자아’라는 개념을 설파했다. 실제 소비 상품들을 상징적 대용물로 이용한 제프 쿤스는 오브제의 변용 가능성을 극사실적인 차원으로 연장했다. 플렉시글라스 상자에 들어 있는 진공청소기나 어항 속에 둥둥 떠 있는 농구공. 어떤 상품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작품으로 변신했다. 쿤스는 당대의 팝아트 작가들처럼 소비 상품들을 선택해 크기와 재료를 바꾸는 방식으로 조각을 만들었다. 이것은 상품을 탈기능화하는 방법이었다. 즉 마르셀 뒤샹의 소변기 이후 유행했던 레디메이드(Ready-made) 콘셉트의 작품이었다. 뒤샹의 계보 안에서는 대형 마트의 수프 깡통이 예술품으로 생명을 부여받는 기적이 종종 일어났다. 쉽게 설명하면 이건 오브제의 (재)배치 문제다. 변기가 갤러리 안에서 예술품으로 둔갑하고, 마틴 크리드가 코를 푼(?) 휴지가 유리벽을 두르면 전시품이 되는 것은 예술의 가치가 종말을 고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에 대한 투쟁이고 경계에 대한 실험이다. 물론 지나치게 개념적이라고 손사래를 칠 만하지만, 이 방식이 여전히 진실하다고 느껴진 것은 베르트랑 라비에라는 프랑스 작가 덕분이다. 쿤스가 오브제 변용의 대가라면 그는 ‘오브제 위의 또 다른 오브제’라는 형식을 창조해냈다. 공기를 주입한 장난감 풍선 같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인리스스틸로 주조한 커다란 토끼를 쿤스가 선보일 때, 라비에는 그저 금고 위에 냉장고를 하나 올려놓았을 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피세 보쉬가 제작한 금고 위에 브란트 냉장고를 올려놓은 ‘Brandt/Fichet Bauche’를 전시했다. 그는 “난 전시를 만든다. 작품을 생산하는 사람도 아니고 작업실도 없다. 내 작품들은 전시 콘텍스트에서 탄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전시를 만든다’는 의미를 알고 싶다면 베르트랑 라비에의 개인전 를 둘러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가장 최근작으로 구성된 이 전시에는 15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그의 작업이 한결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들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2007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한 라비에는 ‘McCormick/Saxo’를 선보인 바 있다. 농업용 탈곡기 브랜드인 맥코믹과 조립식 정원용 창고 브랜드인 삭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로 치솟는 모양으로 붉은 탈곡기가 창고 위에 올려진 이 작품은 안양 자유공원 평촌아트홀에 4.5미터 높이의 기념비처럼 서 있다. 안양에서 그의 작품을 봤다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라비에 작품은 좀 더 분명히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다. 전에는 20세기 미술사의 대가들인 피카소, 칼더, 몬드리안, 앨버스, 달리 등이 초대되었다. 그 방식은 이렇다. 시트로엥 자동차 색상의 하나인 퍼시픽 블루를 반 고흐 터치로 페인팅하거나 칼더 스타일로 제작한 모빌을 구입한 후 그 위에 다시 페인팅을 한다. 또 몬드리안의 페인팅을 활용한 이케아의 식탁보를 구입한 후 그 식탁보 위에 몬드리안식으로 다시 그린다. 그는 대가와 익명의 제작자, 미술과 디자인 제품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방식 - 오브제의 확장, 전이, 겹치기 - 으로 20세기 미술사를 총정리한다. 예술의 본질을 탐사하고 새로운 재현을 창조해낸 이 실험실은 라비에만의 원더랜드다. 6월 27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6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