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괜찮은 신인, 김수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괜찮은 신인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15cm 킬힐에 올라섰을 때의 짜릿함에 비할 바 아니다. 물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보 배우가 겁먹지 않도록 호들갑은 떨지 않기로 한다. 단지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김수현의 연기에 당분간 쉼표가 없다고만 말해두겠다.::jehee sheen,엠주,이브 생 로랑 by KOON,디올 옴므,지방시 by 무이, 제너럴 아이디어,H.R.,엘르,엣진,elle.co.kr:: | ::jehee sheen,엠주,이브 생 로랑 by KOON,디올 옴므,지방시 by 무이

1 비비드한 느낌의 그레이 트렌치코트. jehee sheen. 실버 링. 모두 엠주.70년대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의 시간 속에서 김수현은 굴곡진 10대의 삶을 살고 있다. 복수의 칼날을 스스로에게 견주며 가슴에서 돋아나는 날카로움으로 성장의 시간을 죽이는 아이. 스튜디오에 들어선 김수현의 눈빛이 어쩐지 도전적이라고 느껴진 건 5월 중순 첫 방송을 앞두고 한창 예고 중인 드라마 티저에서 스쳐간 모습이 너무 강하게 기억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김수현은 그런 힘이 있다. 잠깐 스쳐도 바라본 이의 기억 속에 강하게 봉인되는. 에서 고수의 아역으로 나왔을 때도 그랬다. 수트 차림으로 멋지게 성장한 고수를 바라보면서도 순간순간 ‘어린 차강진은 뭐하지?’를 떠올리게 했던. 이번 드라마의 보란 듯한 반전은 인기의 수직 상승을 가져다줄 트렌디 드라마가 아닌 시대극, 그리고 여전한 아역 연기라는 데 있다. 기대되는 신인이 보이는 빤한 행보의 번외편 같은 느낌이랄까. “교복을 입는 것 같은 외적인 설정이 주가 되는 아역은 아니에요. 가족과 떨어져 집안을 몰락시킨 원수의 등에 칼을 꽂기 위해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간 조금 안타까운 인물이죠. 캐릭터 설정상 나이만 10대지 ‘이성모’가 부딪히는 주변인들은 모두 어른들이에요. 아역이어서 망설이진 않았어요. 아역 역시 지금 제 위치와 나이에서 할 수 있는 특권 같은 역할이죠. 만약에 스물일곱 살쯤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학원물이 들어왔다. 그런데 교복을 입어야 한다면 미련 없이 머리를 자르고 교복을 입을 겁니다. 빤한 수순이나 정형화된 조건 같은 걸로 제 연기의 폭을 가두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앞, 뒤, 옆 어느 쪽에서 바라봐도 똑같은 모습일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어느 각도에서 카메라를 비춰도 혹은 어떤 측면에서 캐릭터를 던져도 오차 없이 균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그게 연기든, 무대든, 노래든, 춤이든. 올 라운드! 제가 지향하는 배우 김수현의 모습입니다.” 2 풀오버 스타일로 연출한 그레이 후드 니트. 이브 생 로랑 by KOON. 블랙 재킷. 디올 옴므.“지금 분위기에 입술 색이 선명하면 느낌이 더 살지 않을까요? 립스틱 바르면 어떨까요?” 좋은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는 매니저는 당황했고, 남자 배우 촬영이라 미처 색조 제품을 준비하지 못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더 당황했다.김수현이란 이름이 세상 밖으로 나온 건 2007년 시트콤 에서다. 연극 연습 중간에 매니저 손에 이끌려 나간 오디션 자리. 단지 헤어밴드로 이마를 드러낸 자연 상태의 곱슬머리 스타일이 재미있다며 긴급 투입된 게 데뷔에 대한 유일한 기억이다. 소극장 무대보다 공중파 카메라 파워를 기대했던 매니지먼트의 방향성에 맞춰 준비 중이었던 연극은 접어야 했고 연극하는 이들 특유의 끈끈함에 젖어들 대로 젖어든 그는 같이 연습했던 선배들에게 미안해 돌아오는 내내 울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숫기 없는 아들을 위한 엄마의 배려였다. 웅변 학원에 보내려던 계획을 약간 수정한다는 것이 우주에서 제일 멋진 하나뿐인 외동 아들이 TV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연기 입시 학원을 찾았다. 자신도 감지하지 못했던 연기에 대한 욕심을 본격적으로 발견하고 끄집어낸 건 김수현 자신이다. 슬슬 재미가 붙고, 욕심이 붙었다. 연기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절대적으로 오픈 마인드인 그의 욕심은 오늘 촬영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짧은 머리에 살짝 피스를 붙여 조니 뎁처럼 앞머리를 말아올렸는데 거울 속 자신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 “지금 분위기에 입술 색이 선명하면 느낌이 더 살지 않을까요? 립스틱 같은 걸 바르면 어떨까요?”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광고까지 이어가야 하는 매니저는 당황했고, 남자 촬영이라 미처 색조 제품을 준비하지 못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더 당황했다. 어디선가 촬영용 뷰티제품에서 슬쩍 립스틱 한 개를 뽑아온 사진가는 이 흥미로운 모습을 놓칠세라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산딸기를 한 입 베어 문 것 같은 선홍색 입술의 그가 하얗게 쏟아지는 조명과 마주했다. 립스틱을 들고 시가처럼 포즈를 취하는 사이 누군가 극적으로 눈물 흘리는 것을 제안했고, 조명을 등지고 약 10초 정도 호흡을 고른 그는 이내 앞으로 돌아서서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극단적인 걸 좋아해요. 슬플 땐 죽고 싶을 만큼 슬플 때까지 감정을 끌어올리려 하죠.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져요. 중학교 때 란 애니메이션을 다섯 번쯤 봤는데 처음 볼 때는 40분이 지나는 시점에서 울기 시작해서, 두 번째 볼 때는 10분이 지나는 시점에서 울기 시작하죠. 어느새 감정이 떨어지면 억지로라도 더 울어요.” 책이나 음악이 아닌, 오히려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원초적인 근거를 찾아내 또 다른 감성을 채워 넣는 타입. 아역을 연기할 때조차 그 감정의 사이즈가 성인 연기자에 비해 전혀 부족함 없이 전달되는 것은 그의 기이한 감성 체계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는지.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의 감성에 김수현 자신이 베이지 않을까 싶은 노파심 정도. 촬영이 끝난 후 낮고 조용하지만 힘이 담긴 목소리는 시종일관 인터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질문에 적합한 단어를 골라내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신인답거나 신인답지 않거나’ 라는 전제조건은 필요하지 않다. 김수현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열어 보이고 증명해 보이고 있으니까. “요즘 권투에 열중하고 있어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뭘 시작하면 정복하고 골인 지점에 도달하는 성격이라 지금은 프로 라이선스를 목표로 도전하고 있어요.” 보이스도 좋고, 노래도 수준 이상은 되는 것 같고, 촬영할 때 몸놀림을 보니 춤도 잘 소화할 것 같고. 다방에서 연기력에 필요한 우성 인자를 타고난 것임에 틀림없다. 연기엔 과정을 이수한 후 주어지는 자격증이 없어서 다행이다. 적어도 연기만큼은 우리가 계속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3 블랙 톱과 베스트. 모두 디올 옴므. 블랙 팬츠. 지방시 by 무이. 블랙 글래디에이터 샌들. 제너럴 아이디어. 실버 스컬 뱅글. H.R.who’s who●1988년생 ●중앙대 연극영화학과●2003년 연극 , 뮤지컬 ●2007년 ●2008년 , 단편 영화 ●2009년 , ● 2010년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6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