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고도 강렬한 이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포스트잇에 쓰는 초단편 소설. 쉽게 붙이고 떼는 포스트잇에 쓸 만큼 소설을 가볍게 다루고 싶었다. 그것을 가볍게 취한다고 그 내용과 감동이 가벼워지진 않는다. 그저 소설을 더 쉽게, 자주, 친근하게 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촉망받는 젊은 소설가 4인에게 ‘포스트잇 소설’을 써달라 했고 여기,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매체에 적힌 짧고도 강렬한 이야기가 있다.::소설,엘르,엣진,elle.co.kr:: | ::소설,엘르,엣진,elle.co.kr::

Questions 1 포스트잇 소설. 2 이 소설의 구상. 3 초단편 소설을 쓸 때 유념할 점. 4 습작노트 대용이었던 것. 5 필체 만족도. 6 소설은 포스트잇에 쓸 만큼 가볍게 다뤄져야 할까. 7 근황. 8 여름휴가 계획.산책 1 색다른 작업이었지만 색다른 만큼 어려웠다. 문장에 문장을 이어가면서 꼬리잡기 하듯 쓰는 편인데, 이번엔 분량 제한이 있다 보니. 2 평소에 써놓은 메모를 기초로 발전시킨 내용이다. 3 덜어내기. 4 카페에 있는 냅킨. 우연히 종이 대용으로 썼다가 필기감에 반해 그 후로도 종종 사용하고 있다. 냅킨 위에 심 굵은 볼펜으로 쓸 때의 촉감이 좋다. 5 더 잘 쓸 수 있는데! 6 포스트잇에 담을 수 있는 소설도 있고, 그 안에 담을 수 없는 소설도 있다. 사람들의 취향 만큼이나 이야기도 다양하니까. 단지 소문이나 막연한 선입견으로 소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지 말고, 여러 경계를 뛰어넘는 글읽기를 해보면 더 즐거울 것 같다. 7 을 출판하고 다른 무언가를 또 쓰는 중. 8 일단 내 방 안에 텐트를 치고 삼각형 텐트 안에서 블루마블을 할 거다. 그러다가 훌쩍, 어디론가 떠날 수도 있겠지.윤고은 소설 으로 제2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최근 단편집 을 냈다. ‘포스트잇 소설’을 제안하자 바로 승락한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녀. 5월 4일이 마감일이지만 어린이날 쉬리라 눈치 채고 6일에 넘겨도 되지 않느냐는 기지를 발휘했다. 6일은 이 칼럼의 이미지 촬영일. 마감일 지키는 필자는 드문 법이라 불안에 떨고 있는데 6일 아침 급발송 퀵이 도착했다. 불면증1 가볍게 써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2 우선 제목부터 정했다. 그리고 중얼거리는 듯한 느낌으로 써보고 싶었다. 말하자면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밤에 책상 앞에 앉아서 포스트잇에다 하소연하듯이. 3 어떤 서사를 압축하기보다는 초단편 분량에 알맞은 이야기의 소재는 뭘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좋을까 생각한다. 4 종이를 구할 수 없어 두루마리 휴지 몇 쪽에다 글을 쓴 적이 있다. 요즘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잊어버릴까 봐 손등에 막 써버린다. 5 어린애 글씨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6 소설이 읽히는 데 매체의 종류는 관계가 없다. 책에 담기든 포스트잇에 담기든 독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선택할 테니까. 다만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 위한 방도로 소설이 가벼워지려고 애쓰는 건 옳지 않다. 다양성 차원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7 다음 장편을 헐렁하게 준비하고 있다. 8 여름이 끝날 때까지 인도에 있을 거다. 문진영 소설 으로 2009년 제3회 창비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당시 23세로, 최연소 수상자다. 작은 체구에 ‘베이비 페이스’지만, 알고 보면 강단 있는 청춘이다. 안 가려다 간 고등학교를 1년 만에 자퇴, 검정고시로 대학에 갔고, 사진이 하고 싶어 수능을 다시 볼까 한다. 세계 일주가 꿈이며,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녀는 왠지 하고 싶은 걸 다 할 것 같다. 누설1 사고가 손바닥만 한 종이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좋았고, 포스트잇에 쓰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좀 더 가볍게 쓸 수 있었다. 2 이야기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을 쓰고 싶었다. 시작 부분이지만 그 자체로 완결되게 읽힐 수 있는. 실은 6장의 포스트잇의 순서를 바꿔 읽어도 말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어렵더라. 3 우연과 무작위성. 4 담뱃갑에 메모한 적이 있다. 5 만년필로 쓰는 버릇을 들였는데, 내가 쓴 글자를 못 읽을 때도 있다. 아무래도 갈겨쓰게 되니까. 6 문제는 글을 담는 매체와는 상관없는 것 같다. 어디에 쓰이든 쓰는 태도와 읽는 태도가 중요하겠지. 7 책 읽고, 수업하고, 커피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8 칠포해수욕장에 가고 싶다.한유주 2003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3년 전, 촉망받는 20대 소설가들을 인터뷰하면서다. 보이시한 커트머리에 블랙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온 한유주. 그녀의 소설 처럼 알듯 모를 듯 묘한 분위기였다. 최근 낸 역시 일반 소설의 형식을 파괴한 한유주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독자들은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다 결국 그녀에게 중독된다. 역시 그녀에게 빠져 벌써 세 번째 작업이다. 완벽한 아름다움1 색도 분명하고, 떼었다 붙이면 10도 정도 기울어 앞으로 튀어나오는 포스트잇. 포스트잇 매체의 특성과 지면의 한계가 여러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2 두 가지 아이디어로 가닥을 잡았는데 구현하기 쉬운 쪽으로 했다. 어려운 쪽 아이디어는 포스트잇의 특성을 이용한 건데, 아쉽게도 잘 풀리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다른 곳에 써먹어야지. 이야기 자체는 내가 예전에 꾼 악몽의 내용인데, 마지막 장에 눈썹을 붙이는 게 포스트잇 특성하고 맞아 재밌을 것 같았다. 3 서사의 압축이다. 그리고 강하고 여운이 있는 결말. 대용 따윈 없다. 뭔가 떠오르면 자다가도 일어나고, 화장실에서도 끊고 달려나온다. 재밌는 건 메모할 여건이 안 되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 평소엔 뇌를 안 쓰나 보다. 5 끔찍하다. 독자들이 알아볼 수 있을까. 6 소설이 가볍게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도 꽤 무거운 생각이다. 소설이 어때야 한다면 재미없지 않나. 소설로 지지고 볶고 삶아 먹고 무겁게도 다루다 가볍게도 다뤄야 즐겁지 않을까? 그리고 갓 등단한 마당에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매체가 시시때때로 변하니까 소설도 거기에 적응해가야겠지. 7 막 등단해서 정신이 없다. 정신 차리고 더 열심히 써야지. 8 하얗게 재만 남도록 록페스티벌에 가서 혼을 불사르고 너무 더우면 북해도로 도망갈 거다. 임상순 장편소설 로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심한 악필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망설이던 그다. 악필이긴 한데, 또박또박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해 정이 간다. 특히 시각적인 이미지에 신경 쓴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인조 속눈썹을 보내와 마지막 문장 옆에 붙이라는 부탁이 그랬다. 알고 보니 영화 연출부 출신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6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