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30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일터에 나오자마자 엉덩이가 근질근질하고 마음을 종잡을 수 없다면 그날 하루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게 된다. 출근 직후의 시간을 가소롭게 여기지 말란 소리다. 당신이 워밍업하는 사이 본경기는 이미 시작됐다.::비즈니스,엘르,엣진,elle.co.kr:: | ::비즈니스,엘르,엣진,elle.co.kr::

바둑에서 그렇듯 승부에서는 첫 수가 중요하다. 아무리 끝맺음이 중요하다지만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바둑 대국에서 괜히 첫 수를 5분 만에 착점하는 게 아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도 처음이 중요하다. 시계태엽의 원리처럼 처음의 행동과 판단에 따라 일의 결과가 귀결된다. 찻 단추를 잘못 끼워 악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넓게 보면 장기적인 커리어에 관한 현자의 말씀일 수 있겠지만 내일 당장 출근했을 때도 적용된다. 사무실에 들어서고 나갈 때까지의 타임 테이블은 유기적으로 짜여 있다. 화선지를 가르는 첫 획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는 난초화처럼 어떤 식으로 업무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그날 하루의 그림이 완성된다. 소위 업계에서 ‘강자’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출근 직후의 시간을 황금 시간대라 말한다. 초반에 스퍼트를 내지르면 중간에 주춤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목표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다. 출근 직후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란 얘기다.“마음이 원하는 일을 해라”온통 강렬한 인상의 빨간색으로 도배돼 남들이 점집이라 부르는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9시. 명함에는 건축사사무소 소장, 즉 오너라는 직함이 박혀 있지만 되도록이면 출근 시간을 엄수하려 한다. 아침형 인간 유전자를 가졌는지 이 시간대에 몸이 가볍고 집중력이 유달리 높다. 일의 흐름을 뚝 끊어놓는 전화도 시끄럽지 않아 좋다. 출근하면 커피를 마시고 인터넷을 뒤지며 건축과 연관된 소식들을 업데이트한다. 남들처럼 그날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영수증 뽑아내듯 작성하지는 않는다. 그저 하고 싶은 일부터 꺼내든다. 머리가 깨어 있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기분이 내키지 않는 업무들은 오후나 뒤로 미뤄둔다. 이때만큼은 오너로서의 특권을 제대로 누리는 셈이다. 어떤 일에 가장 먼저 손을 대냐고? 주로 디자인 스케치를 하며 일과를 시작한다. 수주받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때는 그 작업에 몰두한다. 마음이 원하는 일이 생업과 연결되는 게 천만다행이다. 요즘에 즐겨듣는 음악은 일렉트로니카 트랜스를 구사하는 독일 출신 디제이 ‘에이티비(ATB)’의 앨범. 간혹 출근 직후의 파라다이스를 폭삭 뭉개는 것이 있으니, 전날 작업했던 설계기획안에 잠복해 있던 실수들이다. 건축디자인에서 조그만한 오기는 엄청난 파장을 초래한다. 이때만큼은 식은땀이 흐른다. (문훈, ‘문훈건축발전소’ 소장)“하루를 설계하라”사무실에 나오면 우선 전날 일들을 복기하고 기록한다. 일기를 쓰는 게 아니다. 단순히 팩트만 기술한다. 어제의 시간들을 정리한 뒤 홀가분한 기분으로 오늘을 준비한다. 하루를 설계한다는 게 대단한 작업은 아니다. 당일에 해야 할 업무들을 다이어리에 정리하고 적는 식이다. 그래야 체계적으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10년 넘도록 몸에 밴 습관이라 이제는 하루라도 수첩에 정리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마음먹은 일들을 1백% 완수해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날 밤, 아침에 계획했던 목록 중에서 선방했던 것들을 체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요하다 싶은 일에는 번호를 매긴다. 업무 순위를 미리 정해야 팀원들에게 효율적으로 일을 지시할 수 있다. 그래야 그들도 허튼 데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막상 필요한 일을 할 때 야근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이 평소 상사라면 부하 직원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 그런 건 없다.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업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지 감이 온다. 오전에 예정된 미팅이나 약속시간 전까지 여유가 있으면 아이디어 구상을 한다. 유리벽 너머 남들 눈에는 실없는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광고를 하는 사람에게 공상과 상상은 업무의 일환이다. 그렇다고 무릎을 탁 치는 광고 카피나 아이템이 오전에만 나온다는 소리는 아니다. 경험상 아이디어란 필요하고 절박하면 튀어나온다. 다만 중요한 판단과 발상은 가능한 한 이른 아침에 하고, 몸이 처지고 나른해지는 오후에는 판에 박힌 일이나 농업적인 근면성을 요하는 일들을 한다. 이렇게 출근 후 오전 시간에 부지런을 떠는 대신 시계가 6시를 땡 치면 가방을 챙겨 사무실에서 탈출한다. 불필요한 야근은 아침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독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침형 인간 예찬론자인 것은 아니다. 개인마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시간대가 다르다. 내 경우엔 아침 시간과 잘 맞는 것뿐이다. 중요한 건 출근 후의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박웅현, ‘TBWA 코리아’ ECD)“구역 관리에 충실하라” 일종의 ‘어장 관리’라고 할까. 자리에 앉자마자 업무와 관련된 사항들을 확인, 점검한다. 지난해부터 업무량이 늘어난 탓에 반드시 챙겨야 할 체크 포인트들이 많아 일일이 확인하는 데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누구나 그렇듯 가장 먼저 개인 메일과 회사 인트라넷을 보며 특이, 변동사항을 업데이트한다. 그 후에 출판사에서 한창 밀고 있는 신간 주문 분량과 주요 인터넷 서점 판매량을 확인한다. 저자와 책에 대한 기사와 독자 서평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필수다. 이렇게 수집한 각각의 정보들을 종합해 홍보,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점검하는 데 쓴다. 일련의 작업들을 마친 뒤 그날 당장 해야 할 일들을 메모장에 적어 모니터 옆에 붙여놓는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하지만 막상 중요도를 따졌을 때 비중이 큰 일보다는 빠른 시간에 처리해야 할 잔 업무들이 많은 편이다. 이런 부류의 일들은 뒤로 미루지 않고 신속하게 매듭 짓는다. 그래야 그날의 주요 업무에 마음놓고 집중할 수 있다. 메모한 일들을 마친 뒤에는 전날 계획했던 업무와 그날 아침에 새롭게 주어진 일들을 놓고 우선순위를 매긴다. 그 중에서 다음날 해도 되는 것들은 미련 없이 뒤로 보낸다. 두 팔 가득 일거리를 안고 있는데 괜히 나중에 해도 될 업무까지 떠안고 낑낑대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출판기획자는 이름 그대로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직업이다.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할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롭고 신선한 아이템을 찾는 것도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인터넷 서핑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때로는 영화 관련 웹사이트에서 예매율과 흥행 성적을 확인하는 등 업무 영역과 무관해 보이는 사이트들을 유영하기도 한다. 출근해서 인터넷 삼매경에 빠진다고 흉볼 수 있겠지만 언제 어디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금쪽같은 아이디어를 캐낼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정말이다. (강수진, 출판사 ‘걷는나무’ 대표)“마음에 평화와 안식을”소설가라 해서 모두가 방 안에서 밤을 꼴딱 새우며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나처럼 출퇴근형 작가도 있다. 새벽 2, 3시쯤 눈을 붙여 오전 9시 정도에 기상한다. 남들보다 하루 시작이 2시간 정도 늦는 셈이다. 커다란 검정 책상 뒤로 프랑스 화가 마티스의 역동적인 그림이 걸려 있는 작업실의 문을 여는 건 보통 11시가 돼서다. 가장 먼저 음악을 튼다. CD를 뒤지거나 하지 않는다. 전날에 듣던 것을 이어서 듣는 편이다. 습관적인 행동이라 딱히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익숙한 음악을 들으면서 내 몸이 작업실 공기에 녹아들도록 만드는 일련의 의식일 수 있다. 주로 즐겨 듣는 장르는 클래식.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에 귀가 익숙하다. 혼자서 일하는 직업 탓에 일반적인 직장인들처럼 사무실에 오자마자 숨가쁘게 업무를 펼치고 시작하는 건 아니다.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공간인지라 쾌적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가습기를 튼다. 바람이 가볍게 불어오는 쾌청한 날씨는 기분을 한층 들뜨게 해 하루 컨디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고 난 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커피를 마시며 대략 그날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그린다. 한 번 생각에 푹 잠기면 보통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곤 한다. 남들은 사치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나마 여유를 부리며 머릿속을 정리하지 않으면 찝찝하고 개운치 않은 기분에 휩싸인다. 온종일 허둥지둥대며 하루를 망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을 마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소설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집필을 하면서 즐겨 찾는 웹사이트는 ‘국립국어연구원’. 그곳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애용한다. 간혹 마감 날짜가 임박한 원고에 매달리기도 한다. 마감은 일해야 한다는 의지를 북돋워주고 나태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동기이자 나를 옭아매는 외부의 감시다. 출근 직후, 작업실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도 마감을 독촉하는 전화벨 소리다. 이상하리만큼 반갑지 않은 전화는 늘상 작업실에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울려댄다. (편혜영, 소설가)“기분을 북돋워라”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7~8시 사이. 자리에 앉자마자 뉴욕과 유럽 지역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전화를 넣어 일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새로운 뉴스들을 업데이트한다. 아침이야말로 다른 시간대와 비교해 에너지가 넘치고 기분이 좋아 복잡한 비즈니스 토크도 까다롭지 않게 소화할 수 있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저널을 쓰며 그날 해야 할 일들의 윤곽을 그린다. 매사에 데드라인을 정해 일을 미루지 않도록 자신에게 주의를 준다. 이때 너무 많은 것들을 계획하지 않도록 한다. 되려 마음의 짐만 가중시켜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은 하루에 두 가지만 이행해도 충분하다. 개인 비서와 각 부서의 매니저들에게 공지하거나 함께 진행해야 할 사안도 적어둔다. 배의 선장이 조타수에게 목적지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줘야 항로에서 이탈하지 않듯이 동료들에게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줘야 조직이 제대로 유지되는 법이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 했지만 사무실에 나오자마자 직원들과 포옹하고 전날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도 팀워크를 키우고 동료애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한 기업의 대표로서 이른 아침에 출근 해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지만 어제의 일들을 일기를 쓰듯 기록하는 걸 잊지 않는다. 이른 아침에 가벼운 마음으로 쓰는 칼럼은 삶의 활력소가 되며 새로운 발상과 창의력의 기폭제가 된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다보니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출근했을 때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 물론 있다. 문을 열었을 때 사무실이 너저분하면 의욕이 꺾인다. 사람과 환경은 서로 비슷한 에너지와 분위기를 풍겨야 한다.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이메일도 완벽한 아침에 맞이할 수 있는 옥의 티다. (진수 테리, ‘어드밴스드 글로벌 커넥션즈’ 대표)출근을 하면 이메일을 확인하고 광대한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게 된다. 오늘도 그들이 닻을 내리고 있을 웹사이트들. ● www.moma.org 뉴욕현대미술관의 홈페이지. 마음이 내키는 대로 갈 수 없어 이곳을 통해 멀리서나마 상상력 넘치는 작품들을 떠올리곤 한다. (편혜영)● www.lebbeuswoods.net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미국의 건축가 레비우스 우즈의 홈페이지. 초현실주의 건축의 대명사이기도 한 그의 드로잉 작업은 SF영화를 연상케 한다. (문훈)● www.time.com 미국 시사주간지 의 웹사이트. 세상 소식을 알아야 미래의 비즈니스를 예측할 수 있다. 나와 회사에 대한 기사들을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로이터통신과 BBC의 웹사이트도 즐겨 찾는다. (진수 테리)● http://navercast.naver.com 책, 미술, 음악 카테고리를 매일 열람하고 있다. 문화상품 생산자에서 소비자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강수진)*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6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