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의 술 권하는 사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술집이 지닌 대표적인 매력 가운데 하나는 ‘향수’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까지도 신촌시장의 한 귀퉁이(현대백화점의 왼쪽 골목)에는 1970년대 술집들이 건재했다. 그 중 ‘페드라’라는 전설적인 술집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의 애환인, 학생운동의 드라마틱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술집이다.::와인, 술, 황소집, 신촌, 술집, 엘르, elle.co.kr:: | ::와인,술,황소집,신촌,술집

술집이 지닌 대표적인 매력 가운데 하나는 ‘향수’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까지도 신촌시장의 한 귀퉁이(현대백화점의 왼쪽 골목)에는 1970년대 술집들이 건재했다. 그 중 ‘페드라’라는 전설적인 술집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의 애환인, 학생운동의 드라마틱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술집이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가 있던 날이면, 페드라는 사상투쟁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선거의 승자와 패자들은 정치 노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페드라 주인 아주머니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페드라는 대한민국 학생운동의 한 ‘역사’였다.영화의 거리 충무로에는 ‘황소집’이 있다. 충무로는 한국영화의 또 다른 역사다. 지금이야 많은 영화사들이 강남으로 이전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충무로는 한국영화의 상징이었다. 극장업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황소집에서 영화를 향한 열정을 쏟아냈다. 황소집은 충무로, 그러니까 한국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황소집의 메뉴는 심플하다. 도가니탕과 도가니찜, 그리고 생등심이 전부다. 누가 봐도 저렴한 메뉴는 아니다. 하지만 황소집의 매력은 ‘서민적’이라는 거다. 비싸지 않다. 또 다른 매력은 맛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매력의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것, 바로 사람 사는 분위기가 있다.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의 고단한 일상이 끝날 무렵, 황소집은 왁자지껄한 여흥의 장이 된다. 아직도 세련된 도시 개발의 유혹을 거부하고 있는 추억의 골목 충무로에는, 넉넉하지 않았던 ‘영화쟁이’들의 희로애락을 무심하게 받아주던 황소집이 있다.2003년 겨울, 시사회를 보고 충무로의 한 영화사를 찾았다. 퇴근 시간 무렵, 영화사 대표가 소주 한잔을 제안했다. “한잔 할까요? 황소집 알아요? 자리 없으니까 가려면 빨리 가야 돼!” 그 즈음 충무로는 IMF와 카드 대란의 후폭풍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막 어둠이 내린, 이른 저녁. 가게는 북적댔다. 몇몇 테이블엔 이미 극장업자를 비롯한 영화인들이 비운 소주 병이 보였다. 그날의 이야기는 ‘먹고 살기 참 힘들다’였다. 호시절은 가고, 충무로 개도 물고 다녔다던 돈이 바짝 말라버린 충무로 보릿고개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 영화사 대표는 충무로 전문 프로듀서 시대를 연 1세대 제작자로, 여유 있는 제작자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영화도 제작하고 수입하는 상황이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대화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소주 잔은 빛의 속도로 돌았다. 적당히 취기가 돌 무렵 도가니찜이 나왔다. 역시 ‘고집스런’ 가게 이름에 값하는 맛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국수와 밥 사리. 도가니를 건져 먹은 후 말아 먹는 국수와 밥은 달아오른 취기를 달래는 최고의 밥 안주다. ‘밥심’으로 사는 술꾼들에게, 그건 궁극의 안주다.1차를 마치고 나오자, 영화사 대표가 ‘충무로 보릿고개’ 이야기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요즘, 카드회사에서 난리야. 빚 갚으라고. 나, 신용불량자 됐어.” “아니 근데, 왜 계산을 했어요? 제가 낸다니까, 참….” “그래서 이 집으로 온 거야. 실컷 먹었는데 얼마 안 나왔잖아. 어때? 맛있지?” 그날, 나는 2차 술값을 냈다. 지금도 충무로의 그 정겨운 먹자골목에 가면 우직한 황소집이 있다. 드센 세상에 소심해지는 직장인들의 빈 속을, 도가니찜이 채워주고 있다. THIS MONTH’S CHOICE축구 볼 때 한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월드컵의 술병들버니니 스파클링 그레이프이거 맥주 아냐? 아니다. 병 모양과 크기, 뚜껑까지 맥주와 똑같지만 이건 엄연히 무스까데 품종 100% 스파클링 와인이다. 하지만 코르크 오프너, 와인 잔 등 이것저것 준비할 필요 없이 병맥주처럼 간단히 손에 들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 알콜 도수도 5%에 불과해 꿀꺽꿀꺽 마셔도 부담 없다. 번거로움은 덜고 즐거움만 더했다. 적당한 단 맛에 입 안에서 짜릿하게 터지는 탄산이 월드컵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사바나 드라이이것도 맥주가 아니다. 이건 사이더다. 굳이 번역하자면 사과술 쯤 될까? 그런데 칠성 사이다보다는 맥주 쪽에 가깝다. 탄산에 부담없이 차게 마시는 성질의 술이라 남아공에서는 맥주 대용으로 널리 마신다. 보리가 아니라 사과로 만들어졌으니 구수한 맛보다는 새콤한 맛이 입 안을 알싸하게 자극한다. 흔히 사진에서처럼 병 입구에 레몬을 넣어 마신다. 금세 배가 부른 맥주와 달리 음식과 함께 먹기도 좋다. 다만, 국내엔 수입되지 않는다. 니더버그 2010 카베르네 소비뇽 월드컵 에디션흔히 신대륙 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아공 와인은 35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그만큼 와인은 남아공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엔 공식 지정 와인이 있을 정도. 남아공을 대표하는 니더버그 와이너리에서 나온 카베르네 소비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병에 그려진 축구공과 월드컵 공식 마크를 보기만 해도 월드컵 기분내기에 딱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6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