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타, 팔색조의 몸짓으로 날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오롯하게 한 길만 걷는 '마초맨'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하나밖에 모르는 외골수로 치부되지 않으면 다행일까. 이제 '팔색조'같은 남자가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 2001년 데뷔 이래 쉼 없이 변신하는 이 남자, 에이타처럼. ::우리 의사 선생님, 니시카와 미와, 노다메 칸타빌레, 타케우치 히데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나카무라 요시히로, 에이타, 일본영화, 리뷰, 엘르, 엣진, elle:: | ::우리 의사 선생님,니시카와 미와,노다메 칸타빌레,타케우치 히데키,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기억의 단상 속, 그의 첫인상은 아직 신인 티가 풀풀 풍기는 멀건 얼굴에 길고 마른 그저 그런 모델이었다. 바로 배우 ‘에이타’ 의 이야기다. 지을 줄 아는 표정이라고는 뷰 파인더를 향해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웃는 웃음 하나뿐이라고 치부해버렸던 그가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됐다. 모델 시절에만 해도 배우의 길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이 남자가 어느새 다양한 빛깔을 담을 줄 아는 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데뷔 10년 차 ‘페어리 피타맨’(팔색조) 이 선택한 영화는 . 세상의 모든 ‘가짜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의 메인 포스터에서 보여지는 해맑은 표정은 바로 이전 출연작인 의 미네 류타로와 닮은 듯 보이지만, 속의 소마 케이스케에게는 “클래식 외길을 가겠어” 라고 외치던 밝고 올곧은 바이올리니스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무더운 여름 밤에 수박을 들고 찾아온 제자에게 “나는 가짜야” 라며 고해성사하는 이노 선생의 말을 듣고도 듣지 못한 척,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은 오히려 2006년 출연작인 속 음울한 부탄인 킨레이 도르지와 닮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미네 류타로’ 와 ‘킨레이 도르지’ 의 딱 중간이거나. 영화의 초반부, 빨간 스포츠카의 핸들을 겁도 없이 한 손으로 돌려대며 전화 통화까지 하는 소마에게 걱정이란 없어 보인다. 내기에 져서 일명 깡 시골로 발령 받은 것도 대수로워 하지 않을 만큼 가벼운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이노(쇼후쿠테이 츠루베)선생을 따라다니며 그의 인간적인 진찰 방식에 솔직하게 호감을 표하는 모습은 순수한 소년을 보는 듯 친근했지만 또 ‘미네 류타로’스러운 캐릭터를 맡은 걸까 싶은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 벌어진 ‘가짜 의사 이노’의 실종 사건에 의해 그의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변한다. “역시 나는 락이지!”라 말하던 의 미네 류타로가 락과 클래식을 사이에 두고 변화한 것처럼, “집오리와 들오리, 어떻게 다릅니까?” 라며 어눌한 말투로 묻던 도르지가 “비극은 뒷문에서 일어나”라고 경고하는 가와사키로 변하는 것 같이. 그 매개체는 진실이다. 크고 작은 진실을 마주했을 때 캐릭터가 대하는 방식의 차이가 에이타가 분한 역할들에 미묘한 구분 선을 그어 매력 지수를 높여주는 것이다. 참을 수 없이 가벼워 보였던 분위기 메이커, 미네 류타로가 자신 앞에 놓인 진실을 마주했을 때 보여주는 진지함, 순수하다 못해 순진한 도르지가 지닌 어두운 이면, 그리고 정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소마 뒤에 숨겨진 이기심이 그 예다. 그는 늘 평면적이지 않은, 극도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그 변화가 가파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오묘한 변화들이 모여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완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다 보니 에이타도 팔색조의 가면을 쓴 일종의 ‘가짜 인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듯하다. 그가 각 작품에서 마다 자연스레 인물과 하나가 되어 가는 모습이 그래 보였고 천부적 재능보다도 스스로가 역할에 빠져들어 본래의 자신을 잊고 캐릭터화 되어가는 모습이 그래 보였다. 그의 연기가 극의 초반부보다 후반부에서 더욱 진해진다는 것이 그 증거다. 무리하지 않고 잔잔한 변신을 시도하는 그의 매력은 분명 계속 지치지 않고 상승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