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의 술 권하는 사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대한민국의 술꾼들에게 남도음식은 안주의 보고다. 남도음식에 '울렁증'이 있었던 나로선 술이 주는 즐거움 중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았던 셈이다. 근데 최근, 홍어가 내게 다가왔다. :: 즐거운, 인기있는, 고집스러운, 엘르,엘라서울,엣진,elle.co.kr :: | :: 즐거운,인기있는,고집스러운,엘르,엘라서울

대한민국의 술꾼들에게 남도음식은 안주의 보고다. 남도음식에 '울렁증'이 있었던 나로선 술이 주는 즐거움 중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았던 셈이다. 근데 최근, 홍어가 내게 다가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홍어를 새롭게 발견한 곳은 회사 근처(경복아파트 뒷편). '제철 음식만을 상에 올린다'는 고집스러운 술집이다. 그래서 이름도 남도음식 전문점 '철(season)'이다. 홍어삼합, 홍어탕, 쭈꾸미, 탕탕이, 그리고 함평 생고기. 술꾼들의 침을 쭉쭉 뽑아내는 천하안주의 고수들이다. 기본으로 나오는 황석어젓을 비롯한 각종 젓갈까지, 남도 일미들이 다 모였다. 무엇보다 이 곳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음식 재료들이 올라오는 요일을 꿰고 있어야 한다. 함평 생고기는 월요일과 목요일에만 파는 식이다. '바로 잡은 고기에선 피가 나오지 않는다'고, 바로 잡아 사시미를 뜬 고기를 일주일에 두 번 받아 그날만 판다. 검붉은 윤기가 흐르는 탱탱하고 쫄깃한 맛이 제대로 '꼬수~'하다. 사장님 왈. "지금은~ 도살장이 광주로 옮겼지만, 옛날엔 함평에 있었써. 그래서 함평 (육)사시미가 유명한 거여. 바로 잡아 바로 먹는 거지. 우리집은 바로 떼오는 거 아니면 안 팔어!" 목포에서 올라온 홍어는 도착한 기간에 따라 삭힌 정도가 다르다. 입맛의 고수들도 젓가락이 잘 안 간다는 홍어 내장(애)과 코는 날짜가 맞아야 구경할 수 있다. 요즘의 별미는 제철 쭈꾸미! 무안에서 상경하셨다는 쭈꾸미는 커서 실하고 연하고 쫄깃하고 담백하다. 3월~5월까지는 찹쌀 같은 알이 가득 찬 먹통을 맛볼 수 있다. 먹물 뚝뚝 떨어지는 '그 놈' 맛은, 먹어봐야 안다. 홍어는 대표적인 강알칼리성, 고단백질 음식이다. 큼큼한 암모니아 냄새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걸 냄새로 맡으면 아연실색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올라오는 기운은 신묘하다. 코를 뻥 뚫고 나와 뒤통수에 오래도록 걸려 시시때때로 손짓한다.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실온에서도 부패하지 않고 맛있게 삭는 홍어는 항균 작용이 뛰어나 장의 노폐물을 없애준다. 관절염과 류머티스에도 좋다. 특히 감기와 기관지에 효험이 있다. 남도의 명창들이 거담을 위해 먹었다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자들에겐 미용, 남자들에겐 스테미너 식품이다. 남도음식점 '철'의 화룡점정은 막걸리다. 수량이 풍부하고 깨끗한 용문의 물로 빚었다는 용문 막걸리만 판다. 적당한 탄산에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억센 듯 부드러운 30대 후반의 여자 사장님! 목포 출신의 이 분, 식재료 고르는 덴 억세지만 인심은 겁나게 좋다. 남도음식이면 뒤로 넘어지는 아내가 사장님에게 쏙 빠졌다. 요즘 그 덕을 좀 보고 있다. 최근 과음한 탓에 아내로부터 근신 처분을 받았는데, 과연 '철'이 약이다. 술이 당기면, 일단 '철'로 간다. 안주 나올 때쯤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00아, 방금 사장님이 홍어 애 내오셨어." 상황 끝. 핸드폰 너머로, 아내가 홍어좆에 걸렸다(홍어의 거시기는 그 크기가 몸의 3/1~5/1에 이르는데다 잔가시가 많아 어부들이 잡자마자 잘라버린다고 한다. 수컷은 맛이 떨어지고 값도 싸다. 그래서 '홍어좆'이 쓸모없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가끔 예외도 있다. 수컷을 잡아올리면 종종 암컷이 두 마리나 따라 올라온다나? 홍어 거시기는 두 개요 잔가시가 많다는데…) *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