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을 거부한 패치워크의 미학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나는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우아해 보이는 앤티크 뷰로든 초라해 보이는 정크 테이블이든, 고루해 보이는 고재 가구든 크게 상관하진 않는다. 그냥 나의 취향에 맞으면 그만이다. :: 디테일한, 독특한, 예술적인, 엘르,엘라서울,엣진,elle.co.kr :: | :: 디테일한,독특한,예술적인,엘르,엘라서울

나는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우아해 보이는 앤티크 뷰로든 초라해 보이는 정크 테이블이든, 고루해 보이는 고재 가구든 크게 상관하진 않는다. 그냥 나의 취향에 맞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산뜻해야 할 나의 7년 전 신혼집은 매우 묵직했다. 거실엔 2미터 길이의 클래식한 앤틱 테이블이 놓였고, 양 옆에는 프로방스 풍의 앤티크 의자와 고재로 만든 라셰즈의 기다란 벤치가 배치됐다. 그리고 당시 인테리어 숍 로빈힐에서 큰 맘 먹고 구입한 정크 테이블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는데, 나의 취향을 이해하지 못한 어머니는 ‘아무래도 어제 벽지 바르던 인부 아저씨가 놓고 간 것 갔다’며 어서 치우라는 씁쓸한 당부를 아끼지 않으셨다. 그런데 지금은 얘기가 좀 달라졌다. 고작 10년도 안된 간극이건만, 이제 인부 아저씨의 작업용 테이블로 여겨질 법한 가구들이 강북의 메이저급 갤러리에서 작품 이상의 대우를 받으며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내 어머니 또래의 멋쟁이 클라이언트들은 그 예술성에 천 만 원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며 자신의 소유로 하기에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물론 애물단지 취급 받던 나의 초라한 정크 테이블과는 감히 비교될 수 없는 대상임을 인정한다. 거기엔 정크의 새로운 매커니즘을 발견해낸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에트 하인 이크(Piet Hein Eek)의 디자인적 내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로 치부되기 쉬운 정크의 새로운 발견과 거기서 비롯된 재활용에 대한 가치 부여는 이 시대의 중요한 디자인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새롭고 특별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거장이 된 피에트 하인 이크의 디자인 철학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1967년 네덜란드 생 디자이너 피에트 하인 이크. 그의 대표작 ‘스크랩 우드 시리즈(Scrapwood Series)’는 ‘웨이스트 머티리얼 프로젝트(Waste Material Project)’의 일환으로 구상됐다. 1990년 당시 디자인 트렌드의 선두를 달렸던 미니멀 스타일에 반기를 들며 고안된 것인데, 이는 효율적으로 보이는 미니멀 가구의 제작 공정 뒤에 많은 부분 재료가 버려지는 아이러니를 역으로 전환시킨 역작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지를 돌며 폐선이나 폐가옥에서 떼어낸 나무 패널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모두가 쓰레기라 여기던 나무 조각을 일일이 손으로 조립하여 지금의 가구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시각적으로 불완전해 보이는 가구의 미감은 그가 의도한 부분이며, 첨단의 공정 기술로 매끄럽게 찍어낸 천편일률적인 미니멀 가구와는 달리 고유의 색감과 디테일을 지닌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기 시작됐다. 현대의 영리한 파워 소비자들은 더 이상 남들과 똑 같은 제품에 거액의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에디션이 될 수 있는 이 불완전한 가구에 기꺼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크로프트(www.spacecroft.com)를 통해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피에트 하인 이크의 가구는 이제 전시는 물론 옥션의 주인공으로 다시 한 번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내심 누구나 쓰레기로 여기던 나무 조각에 예술성을 입힌 대가치곤 값이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는 그의 가구를 쉽게 갖지 못하는 질투심의 발로일 뿐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룬 책 의 마지막 장을 펼쳐보라. 폐허가 된 들판을 홀로 헤매고 다니는 그의 뒷모습에서 창의력 이상의 노고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그 소름 끼치는 장면은 씁쓸함을 동반한 감동을 다가온다. 그래서 나도 여유만 된다면 언젠가 그의 ‘웨이스트 우드 테이블(Waste-wood Table)’을 거실에 들이고 싶다. 물론 기꺼이 그 대가를 치르고 말이다. 1 나무 패널을 이어 붙인 웨이스트 우드 캐비닛2 폐 목재의 미학적완성. 다크 암체어3 등받이가 없는 바 스툴*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