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엄마에 그 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어릴 땐 그저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와 점점 닮아가는 눈가, 팔자 주름 같은 고민들로 늙어가는 나를 발견하며 서글퍼진다. 그 엄마에 그 딸, 정말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일까? :: 칼럼,여성스러운,아름다운,편안한,엘르,엣진,elle.co.kr :: | :: 칼럼,여성스러운,아름다운,편안한,엘르

얼마 전 엄마와 저녁을 먹었다. 둘만의 외식이 오랜만이다 보니 새삼스레 엄마의 얼굴을 찬찬히 관찰하게 됐다. 어릴 땐 미처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둥근 얼굴형, 작은 코, 짧은 턱 그리고 업앤다운이 심한 성격까지도. 첫째 딸은 보통 아빠를 닮는다지만 난 그야말로 엄마를 ‘빼다박은’ 수준이다. 나와 달리 특별히 엄마를 닮지 않게 태어난 경우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고 느끼는 이들이 여럿일 터. 하지만 최근 딸들이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라는 흐뭇함보단 ‘그녀처럼 늙겠구나’라는 당황스러움이 앞선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설령 그들의 엄마가 아름답게 늙어가고 있는데, 자신의 얼굴에서 엄마의 팔자 주름, 기미, 처진 눈가 주름을 발견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슬픈 속마음. “엄마 닮았다는 말은 젊을 때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서른이 넘어서부턴 기분이 좋다기보단 더 이상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죠. 가끔 거울 속의 늙어가는 내 얼굴에서 엄마의 얼굴을 보게 되면 기분이 묘하다니까요.” 엄마 뱃속에서 나왔으니 닮은 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려니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엄마랑 ‘똑같이’ 늙어간다는 건 어쩐지 억울하다. 기껏 해야 콜드 마사지 크림이 전부였던 엄마 세대와는 달리 내 화장대엔 고가의 안티에이징, 수분, 화이트닝 화장품들이 넘쳐나고, 때가 되면 적당히 시술도 곁들이며 열심히 투자하고 관리하는데 아무리 아등바등해봐야 결국 유전자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엄마와 똑같은 관상이 되어간다니! 거울 속에서 문득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작은 트라우마’라는 충격을 낳는다. 그리곤 자문한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복제품인가 온전한 한 인간인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인 걸까? 일단 답은 슬프게도 ‘아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다. 2006년 프랑스의 인체 생물학자 미셀 레이몽드(Michel Raymond)의 연구에 의하면 신생아는 성별에 관계없이 아버지보단 어머니를 더 닮게 태어난다고 한다. 또 0세에서 6세 사이 여자아이들은 표정과 말투, 행동까지 더해져 엄마와 급격히 닮아진다. 그러고보면 어느샌가 외모뿐 아니라 엄마의 말투, 행동, 취향까지 비슷해져(엄마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나와 엄마의 ‘여보세요’라는 전화받는 목소리가 100%일치한다고) 누가 봐도 엄마 2세 모양새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일종의 유전적 영향인 듯.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한 연구를 보면 한 가정의 자녀 중 하나가 선천성 시각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족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똑같았다고. 줄곧 모방이나 교육에 의한 것이라 여겨왔지만 결국 ‘물려받은 유전’ 영향이란 걸 말해주는 대표 사례다. 나아가 생각하면 걱정, 놀람, 기쁨 같은 감정의 표현 방식은 결국 표정 주름으로 이어져 닮은꼴 외모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폐경의 시기는 DNA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어 노화 리듬까지 비슷하다. 우리가 엄마를 닮는 이유는 또 있다. 딸에게 엄마란 존재는 가장 처음 접하는 ‘여자’로 생애 최초의 롤모델이다. 좋든 싫든, 맘에 들든 안 들든. 어느 정도 성장해 엄마의 하이힐을 신고, 립스틱을 훔쳐 바르는 나이가 지났어도, 엄마의 모습은 여전히 무의식에서 지워지지 않고 각인돼 있다. “여자는 엄마의 이미지를 따라 형성됩니다. 유년기의 엄마를 닮고 싶다는 욕망과 사춘기 시절의 엄마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의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심리학자인 미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엄마처럼 늙어가는 나’를 그저 운명이려니 하고 순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뒤 나의 미래 모습을 보고 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배우 출신이었던 브리드 대너의 딸인 기네스 팰트로나 왕년에 잘나갔던 골디 혼의 딸 케이트 허드슨 같은 모녀처럼 축복받은 유전자의 은총을 받은 소수가 아닌 이상 당혹스러움을 감추긴 힘들 것이다. 게다가 주름의 모양이나 위치처럼 단순한 노화 과정이 아닌, 다혈질 성격 탓에 깊어진 미간 주름, 복부에 유독 집중되는 지방, 남달리 처지는 가슴 따위라면? 세상은 선택받은 자만의 것은 아닌데! “물론 모든 것이 유전적인 영향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죠.” 프랑스 생-루이 센터의 연구원인 니콜 바세트 세갱(Nicole Basset-Seguin)박사의 말이다. “유전적인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 하는 후천적 요인을 간과할 수 없죠. 이를테면 햇빛으로의 노출, 흡연 유무, 스트레스, 식습관 , 애티튜드 같은 것들 말이죠.” 아닌 게 아니라 요즘의 젊은 엄마들은 이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막 태어난 딸에게서 성형 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민망함은 접어두고 평생 고민해온(자신도 엄마에게서 물려받았을) 갖가지 뷰티 콤플렉스들을 절대 딸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고 유난을 떤다니 말이다. 두상 예뻐지라고 마사지해 주고, 코와 다리를 주물러주는 것은 ‘클래식’한 방법이요, 유난히 짧은 팔다리가 (본인의) 문제라면 아이가 걷기 시작하자마자 발레를 시키고, 깨순이였던 어린 시절의 별명을 회상하며 초등학생 딸아이에게 선 크림을 쥐어주는 것은 애교다. “딸 손을 끌고와 각종 시술을 시키는 엄마들도 많아요. 노파심인지, 한풀이인지. 혹자는 애프터서비스라고도 하던데요.” 피부과, 성형외과 홍보를 맡고 있는 한 지인의 귀띔이다. 모전여전의 좋은 예 1 Selena Gomez 짧은 얼굴, 짙은 눈매, 작은 코, 입매까지. 신기할 정도로 닮은 셀레나 고메즈 모녀. 엄마를 보니 턱은 짧은 반면 볼살이 있어 입가 주름이 잡히니 교훈으로 삼아볼 것. 2 Lindsay Lohan 이목구비만 따지면 린지 로한보다는 동생인 알리 로한이 엄마를 더 빼닮은 듯. 어쨌든 긴 블론드와 온몸을 덮은 주근깨 피부까지. 모녀지간이 확실하다.3 Kate Hudson 골디 혼의 소싯적 모습을 보면 케이트 허드슨의 ‘귀염 버전’이 따로없다. 이 모녀의 우성 인자는 사랑스러운 눈웃음과 가녀린 보디라인. 4 Carine Roifeld 카린 로이펠드의 젊은 시절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지닌 줄리아 로이펠드. 지금의 탱탱한 미모를 유지하려면 엄마의 얼굴 구석구석을 열심히 연구해야 할 듯.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호를 통해 ‘과연 나도 엄마처럼 나이가 들까?’라는 궁금증 해결을 위해 실제 모녀를 전문의 앞에 세웠다. 48세의 엄마, 소피는 10년 전부터 세심하게 클렌징하고, 자외선 차단지수 50이하의 선 크림 없이는 절대 외출하지 않고, 정크푸드는 절대 먹지 않으며, 꾸준히 요가를 해온 전형적인 신세대 엄마. 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시절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웠고, 수없는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녀의 딸인 22세 에마는? 그녀가 보고 자라온 엄마처럼 신경 써서 클렌징하고, 선 크림을 챙겨 바르며, 일찌감치 아이 크림을 발랐다. 다이어트는 하지 않지만 채식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편. 성형외과 전문의인 패트릭 부이(Patrick Bui)가 예상한 딸 엠마의 노화 진행은 이렇다. “기본적으로 엄마와 매우 닮은 외모를 가졌어요. 예쁘게 도드라진 광대뼈는 볼 처짐을 늦춰주겠지만 엄마처럼 푹 꺼진 이마와 얇은 피부는 수평 주름을 촉진하겠네요. 엄마의 자글자글한 잔주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지금 당신 나이의 엄마가 그러했듯이 흡연과 햇빛, 잘못된 식습관에 무방비로 노출되진 않았으니까요. 지금의 책임감 있는 뷰티 애티튜드가 있다면 엄마보다 훨씬 아름답게 나이들 수 있을 겁니다.”지금 엄마의 얼굴을 살펴보자. 예전처럼 슬프게 느낄 일만도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사라는데 우리는 적어도 어떻게 늙어갈지는 엄마의 얼굴을 통해 예측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의 눈가 주름 모양, 기미가 생긴 위치, 유독 탄력이 떨어진 부분을 보고 내 얼굴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일련의 노화 징후들과 비교해보면 안티에이징 플랜을 짤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식습관과 행동 특성 또한 마찬가지. 나의 경우 유독 주근깨, 기미 등의 잡티가 잘 생기는 피부와 타고난 팔자 주름(믿기 힘들지만 유치원 때 사진을 봐도 있다)을 물려받았으니 화이트닝 관리를 게을리하면 안 되겠다. 팔자 주름은 좀 더 나이가 들면 의학의 힘을 빌려볼 생각. 29세인 지금은 아직 심하지 않지만 엄마의 눈밑으로 처진 눈꼬리 주름도 슬슬 ‘끼’가 보인다. 한편으론 함께 목욕탕에 갈 때마다 부러운 엄마의 말랑말랑한 속살, ‘나도 좀 더 나이가 들면 저렇게 되려나?’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한편으론 성형외과 원장님께 칭찬을 듣곤 하는 각진 데 없이 동그란 동안 얼굴형과 탄력을 그대로 물려준 것, 그리고 엄마의 천추의 한이었던 몇몇 부분을 확실하게 애프터서비스 해준 것에 감사하며 오늘 저녁엔 모녀가 함께 팩이라도 해야겠다. 또 다가올 얼굴 노화의 미래를 점쳐보며.*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