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토랑을 기획, 구성할 때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모두 인스타그램을 염두에 두어요.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거예요.”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다이닝 ‘이타카’ 김병일 헤드 셰프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이나 파워 블로거, 매체 등을 통해 맛집을 선별했다면 이제는 인스타그램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인지도 높은 파워 블로거, 매체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니 말 다 했다. “레스토랑 전면에 통유리를 설치했을 뿐 아니라 몇 걸음 물러서서 사진을 찍었을 때 오픈 키친까지 레스토랑 전체가 카메라 프레임에 담기도록 설계했어요. 들어오자마자 인증 샷을 찍도록 바닥에 로고가 새겨진 동판을 박았고요. 한쪽 벽면에 거울을 설치한 것도 넓어 보이는 효과와 함께 맞은편에 앉은 손님들이 기념 촬영했을 때 재미있는 효과를 주기 위해서예요. 테이블마다 핀 조명을 설치해 음식에 바로 빛이 떨어지도록 하는 동시에 위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레스토랑 구석구석에 간접조명을 세심하게 설치했어요.” 인스타그램의 문법을 따른 결과 이타카는 문을 연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미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 인정받았다.

먹스타그램은 한 가지 식재료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쏠림 현상만큼 음료와 음식의 형태가 점점 기이하게 변하는 이상 현상을 낳기도 했다. 음료에 올린 가루나 소스, 크림 등이 컵 밖으로 줄줄 흘러넘치는가 하면, 빵들은 부재료를 과하게 넣어 옆구리가 터질 듯하고, 그저 평범한 음식들은 산더미를 이루더라도 시선을 붙들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렇듯 양을 배로 늘리다 보니 질 좋은 재료를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 실장은 먹스타그램으로 화제가 된 집을 찾았다가 시판용 소스와 반조리 식품을 조합한 맛에 숟가락을 내려놓은 적이 여러 번이라고 했다. “음식을 공들여 만든 집이나 그렇지 않은 집이나 사진으로 봐서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니 오히려 맛집을 선별하는 데 더 큰 혼돈을 겪는 것 같아요.” 김 셰프의 생각도 같다. “인테리어나 음식의 디테일이 떨어져도 사진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요. 시각적 아름다움을 좇느라 손님과 직원의 편의, 동선은 고려하지 않는 등 디테일이 떨어지는 식당을 볼 때면 답답하죠. 반대로 다이닝의 본질인 음식과 서비스에 충실하며, 처음부터 고객의 니즈를 고려해 기획하고 이를 잘 구현했음에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예쁘게 담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곳을 보면 동종 업계 사람으로서 안타까워요.” 그럼에도 김 셰프는 먹스타그램이 다이닝에 미친 긍정적 효과도 크다고 귀띔한다. “지금처럼 손님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또 많이 받은 적이 없어요. 심지어 식사 중에도 사진을 올리잖아요. 매 순간 서비스는 물론 미각과 시각적 부분까지 긴장해서 챙겨야 하니 만족도나 완성도가 확실히 높아지는 것 같아요. 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레스토랑을 평가해 볼 수도 있고요.” 이타카는 환경을 생각한 올바른 식소비, 지속 가능한 정신을 음식에 담고 있다. 대중에게 다소 생소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그들은 인스타그램을 의식한 독창적 인테리어와 플레이팅을 통해 꽤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눈치다. 예부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전 세계 셰프들이 조명과 식기구, 플레이팅에 유례없이 힘주며 고객들이 잘 ‘찍게끔’ 신경 쓰는 데는 다 그만 한 이유가 있다. 물론 맛있는 떡을 만드는 건 기본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