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주목해야 할 열 명의 디자이너들의 이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서울시는 ‘서울 패션의 세계화’를 주창하며 나섰다. 전년도 매출과 마케팅 실적을 반영해 디자이너를 선정했고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자해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엘르>는 다른 쪽에 주목했다. 꾸준히 주목해야 할 열 명의 디자이너에 관한 사심 가득한 이야기를 담았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니까. :: 패션,인터뷰,김석원,김재현,이승희,최지형,신재희,정욱준,김선욱,최범석,송자인,한상혁,열정적인,새로운,개성있는,엘르,엣진,elle.co.kr :: | :: 패션,인터뷰,김석원,김재현,이승희

andy&debb homme 김석원1 성수동에 위치한 앤디앤뎁 오피스에는 샘플 제작실이 함께 있다.2 많은 사항이 꼼꼼히 적혀 있는 작업지시서들.3 강한 남성성이 확연히 드러난 이번 시즌 런웨이 피날레.두 번째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김석원을 앤디앤뎁 오피스에서 만났다. 남성복으로 서울컬렉션에 돌아오게 된 이유? 앤디앤뎁을 론칭할 때부터 ‘남성복을 언젠가 해야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뉴욕 시장에 뛰어들면서 더 간절해졌다. 첫 시즌에 비해 굉장히 남자답던데? ‘남성성 넘치는 남자’가 앤디앤뎁 옴므의 남자상이다. 내가 그리는 수트의 완벽한 피팅감은 남성적인 몸매의 양감에서 우러나온다. 테마가 ‘돛대’였다. 무채색 계열의 옷만 10년을 입다가 남성복 컬렉션을 시작하니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컬러는 네이비. 리조트 룩에 주로 쓰이는 네이비와 크림 컬러의 콤비네이션을 F/W 시즌에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 자연스럽게 돛대와 마린 룩이 떠올랐다. 모델들이 클래식한 슈즈 대신 워커를 신었다. 수트에 구두를 신어야 된다는 룰은 진부하지 않나? 고정관념을 깨고자 한 건 패브릭도 마찬가지였다. 펠트를 비롯한 두껍고 뻣뻣한 패브릭들을 사용했다. ‘거친 맛’의 수트 라인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덴티티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생각하나?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다. 조금은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그러면서도 컬러나 스타일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남성상을 그리고 있다. 뮤즈는 자신인가? 맞다. 앞으로도 이제까지 내가 찾던 옷, 입고 싶은 옷들을 만들 것이다. 해외 진출에 서울컬렉션이 도움이 됐나? 서울컬렉션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디자이너가 해외 컬렉션에서 인정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다보니 같은 시기에 해외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을 보면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동병상련의 기분도 든다. 녹록치 않은 싸움이다. 앤디앤뎁 옴므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 아직 없다. 하지만 올해 안에 멋스러운 로드 숍을 오픈하고 싶다. 팝업 스토어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 생각이 많다. jardin de chouette 김재현1 부엉이가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스터드 장식 의상.2 피팅을 하며 꼼꼼히 의상을 점검하는 김재현.3 컬렉션 의상 순서를 정하기 위해 붙여 놓은 사진.4 모델 한혜진 피팅 사진을 찍고있는 디자이너.5 위트있는 부엉이 티셔츠를 입고 워킹 중인 모델 이영진.6 자뎅 드 슈에뜨 쇼의 피날레 모습.자뎅 드 슈에뜨를 입는 여자, 어떤 여자일까?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지만 열심히 일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여자다. 오전에는 회사에서 미팅하고 저녁에는 클럽에서 신나게 놀지.” 디자이너 김재현이 말하는 자뎅 드 슈에뜨의 여성이다. “바쁜 와중에 오피스 룩이다, 파티 룩이다 정해놓고 매번 갈아입을 순 없잖아.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 맞고 두려움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려고 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왔다’는 간단명료한 이유로 아주 오랜만에 서울컬렉션을 찾은 김재현. 모델 피팅 당일에 만난 그녀에게선 컬렉션을 앞두고 의례껏 보여지는 극도의 예민함이라든가 심각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피팅하고 의상 순서를 점검하면서 사진 찍고,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 거라며 신나게 말하는 그녀에겐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워 보이기만 했다. “사실 지난 3일 날 파리 컬렉션을 끝내고 바로 서울컬렉션을 준비하느라 좀 빡빡했다. 이번 컬렉션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고. 다음 시즌에도 파리에 가려고 한다.” 바쁜 스케줄과 작업을 소화하느라 지칠 법도 하지만 그녀는 이번 컬렉션에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잊지 않았다. “90년대 힙합 스타일에 소프트 밀리터리 룩을 더했다. 일명 ‘MC 해머 바지’라고 부르는 힙합 바지 스타일의 팬츠, 야구 모자, 빅 점퍼 등으로 힙합적인 요소를 표현하려고 했다. 밀리터리 룩의 경우엔 레이스나 수트를 변형한 의상을 통해 여성스러운 느낌을 최대로 보여주려 했고.” 디테일에서는 그녀의 위트가 더욱 돋보였다. 힙합 모자를 눌러쓴 부엉이의 깜찍한 모습을 티셔츠에 담았는가 하면 밀리터리 룩에 곁들어진 장식은 부엉이가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예전 독일군 문장을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올빼미가 날아가는 형상으로 변형해봤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벼락 맞은 올빼미라고도 하지. 지난 번에는 의상 뒤에 스와로브스키 장식을 넣었는데 이번엔 스터드로 장식했다.” 자뎅 드 슈에뜨 쇼 당일, DJ 소울스케이프의 흥겨운 음악과 함께 동그랗게 반짝이는 수많은 조명이 런웨이를 밝혔다. 그녀의 쇼를 보기 위해 자뎅 드 슈에뜨 재킷 하나씩 걸치고 몰려든 사람들의 치열한 프런트로 경쟁이 있었다. 모델이 넘어지는 해프닝도, 플래시 세례를 받는 많은 셀러브리티들도 있었지만 컬렉션이 끝난 지금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건 다름 아닌 김재현이다. 백스테이지에서 런웨이로 걸어나와 힘차게 만세를 외치던 그녀의 유쾌한 모습 말이다. leyii 이승희1 기본 보디 모형을 이용해 만든 이승희의 독특한 의상.2 직접 자수를 떠서 제작한 패턴이 돋보이는 의상.3 백스테이지에서 포즈를 취한 모델들.4 신당동에 위치한 그녀의 작업실에서 컬렉션과 관련된 스케치를 설명하는 이승희.5이번 시즌 다양한 원단을 사용해 실험적인 디자인을 시도했다.의 탈락자. 이승희가 누구냐고 물으면 아직까지도 가장 먼저 나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탈락자가 아니었다. 디자이너로서 옷을 만들 때 어떤 여성을 생각하며 작업하는지. 남들과 다르게 입고 싶고, 패스트 패션이나 트렌디한 것만 좇는 것을 싫어하는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든다. 아방가르드한 요소를 여성스럽게 풀어내 신비스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 평소 컬렉션 준비를 어떻게 시작하나. 먼저 스케치북 하나를 준비하고 맨 앞장에 머릿속에 구상해놓은 컬렉션과 관련된 스토리를 써서 붙여놓는다. 이번 시즌을 위해 준비한 스케치북에는 어떤 스토리가 써 있나? 주제가 ‘의복실험실’이다. 일종의 과학자가 돼 기본 보디 모형을 놓고 의도적인 장치 없이 다양하게 ‘실험’해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험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옷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실험에는 반복, 무브먼트, 트위스트 세 가지 요소가 포함돼 있다. 기본적인 패턴이나 원판 위에 하나를 더 반복하거다 덧붙여 리듬감을 주는 식이다. 드레스 옆에 드레스 하나를 붙이거나 다른 소재를 드레스 위에 둘러 드레이프처럼 연출해보고 셔츠 위에 셔츠을 옮겨붙여 프릴처럼 만들기도 했다. 자수를 직접 뜨고 소재별로 실험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마리오 슈왑이나 크리스토퍼 케인이 보여주는 소재 콘트라스트를 좋아해 많은 걸 시도했다. 실험에 따라 옷이 변형되는 모습을 즐기면서 작업할 수 있었다. 유럽 쪽에서 슬슬 입 소문을 타고 있다고 들었다. 런던, 이탈리아 바이어들이 많이 찾는다. 런던 패션위크 동안 전시했는데 그때 많은 고객층이 생긴 것 같다. 런던에서 파리에 가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았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는 파리로 진출해볼 계획이다. 앞으로 어떤 옷을 만들고 싶은가. 지금 입고 있는 스커트가 12년 전에 산 앤 드뮐미스터다. 아직도 이 스커트를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 이 스커트처럼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입고 싶은 그런 옷을 만들고 싶다. johnny hates jazz 최지형1 이번 시즌 컨셉트인 나바호 족의 사진을 보고 있는 디자이너 최지형.2 작업실 한켠의 동물 모형과 이번 시즌 디자인의 중심이 되는 프린트 견본.이번이 세 번째 컬렉션인가? 여전히 신진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서울컬렉션의 ‘제너레이션 넥스트’라는 이름으로 쇼를 선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신진’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들이 있지만 내게는 그쪽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경력에 비해 빨리 유명해졌다는 느낌도 있다. 우리 쪽에서 특별한 액션이 있었다기보다는 뭐랄까, 대중들이 먼저 알고자 해서 노크한 경우가 많았다. 데일리 프로젝트나 플로우 등 캐릭터가 강한 셀렉트 숍에서 먼저 선보였지만 곧 백화점과 온라인 숍 등 대중적인 창구를 통해 다가갔던 것도 이유였던 것 같다. 2010 F/W 컬렉션에 대해 얘기해 보자. 컨셉트가 ‘나바호(NAVAJO)’ 족이었다고? 사라져가는 소수 원주민에 대해 조사하다가 나바호족에 대해 알게 됐다. 그들의 복식에서 발견한 것들은 현대적인 요소와 만났을 때 아름다워 보일 만한 것들이었다. 모던하게 풀기 위해 블랙 앤 화이트 컬러에 옐로 컬러 포인트를 사용했고 울과 가죽, 다양한 퍼 소재 등을 믹스해 위트 있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번 쇼 이후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나? 우선 서울시에서 국내 디자이너들을 트라노이(파리 트레이드 쇼)에 내보내는 ‘서울 10 소울(SEOUL 10 SOUL)’의 열 명 중에 뽑혔다. 또 미국의 편집 숍 오크(OAK)에 입점하게 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jehee sheen 신재희1 신재희의 이번 시즌 작업 노트.2 백스테이지에서 모델의 피팅을 확인하는 모습.3 작업실에서 만난 디자이너 신재희의 모습.‘마랑고니 졸업 후 아르마니에서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라는 타이틀. 사람들은 신재희의 프로필에 먼저 주목했다. TV에도 여러 차례 나왔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의 옷을 서울에서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 신재희 쇼가 열리고 1주일 뒤, 작업실로 찾아가 그를 만났다. 한국 패션계에 처음으로 옷을 선보인 소감은? 이번에 선보인 것은 나의 세 번째 컬렉션이다. 재희 신의 첫 번째 컬렉션은 밀라노에서 회사를 다니던 중에 만들었다. 그때 작업물을 피티워모(이탈리아 남성복 페어) 위원회에 보냈다. 하지만 곧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비즈니스가 쉽지 않았지. 지금은 한국에 생산 기반을 갖춰 여기서 옷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사무실 위치가 서울에 있을 뿐 영업과 판매는 유럽의 박람회와 쇼룸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굳이 서울컬렉션이라는 플랫폼을 택한 이유는 뭔가? 솔직히 말하면 함께 일하는 분들을 위한 부분이 컸다. 인지도 있는 디자이너라는 신뢰를 드리고 싶었다. 이번 컬렉션에 대해 얘기해보자. 예상보다 강한 요소가 많다. 이번 쇼에서는 재희 신의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싶었다. 혼란과 갈등, 공격적이고 화난 듯한 요소들. 그런 것들은 강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낼 때 오히려 상쇄되어 사그러든다고 믿었다. 의상심리치료에 관심이 많다. 의상심리치료? 난 옷이 사람을 치료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존재하면서 악하고 모난 것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여성복을 만들 계획은? 여자는 아직 뮤즈가 없어서 좀 고민이다. 외형은 있지만 어떤 여성을 위해 옷을 만들겠다는 캐릭터와 이미지가 필요하다. juun.j 정욱준1 작업실에서 만난 디자이너 정욱준.2 파리에서 열린 준지의 2010 F/W 쇼 스타일링 맵.3 준지의 컬렉션 의상 패턴들.4 서울에서 열린 이번 쇼 장면.5 쇼에 등장한 슈즈들.유럽에 사는, 패션 좀 안다 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해 보자. 그는 한국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하지만 그 뒤켠엔 어딘가 무시하는 듯한 묘한 뉘앙스가 깔려 있다. “한국 패션 디자이너? 대체 누가 있는데?” 최근 이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변명과 자부심이 뒤섞인 어떤 감정과 함께 내뱉게 되는 이름이 있다. 디자이너 정욱준. 혹은 준지. 그가 파리 패션계에 발을 들인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2007년, 2008 S/S 컬렉션을 들고 파리로 날아가 자신의 옷을 프레타 포르테에 처음 선보였을 때, 현지의 기자와 바이어들은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의 손을 거쳐 코트와 스커트, 베스트, 판초, 점프수트로 변신한 트렌치코트들은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라는 주제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테일러링이 완벽한 신동(FWD)’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주목받는 6명의 디자이너(Le Figaro)’로 뽑히기도 했다. 스스로 ‘심혈을 기울인 컬렉션’이라고 표현했던 첫 번째 파리 컬렉션 이후 그는 여섯 시즌을 열심히 달려왔다. 린다 패로와 리복, 빈폴, 페리에 주에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유럽의 각 도시에 있는 셀렉트 숍들은 앞다투어 그의 옷을 바잉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6일, 그의 2010 F/W 컬렉션을 서울컬렉션에서 만날 수 있었다. 클래식한 아이템에 스트리트적인 요소가 더해진 룩. 후드가 달린 풀오버에 오버사이즈 카디건이 입혀지고 그 위에는 빅 사이즈 코트가 더해지기도 했다. 아우터는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된 지퍼와 과장된 포켓 디테일로 장식됐다. 그는 창조성과 상품성 사이의 갭을 영리하게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봄, 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이너 최범석은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정욱준은 마치 전쟁 중에 가장 먼저 길을 나선 이와 같다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남성복 디자이너 대부분이 그를 보며 자극받는다고. 앞서 걸어나가는 그가 지치지 않기를, 꾸준히 자신만의 색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yokoe 김선욱1 백스테이지와 런웨이가 한 공간에 공존했다.2 프리젠테이션을 준비중인 디자이너 김선욱.서울컬렉션 시작 하루 전 요괴는 2010 F/W 프레젠테이션을 따로 진행했다. 음산한 기운의 음악이 흐르는 작고 컴컴한 공간에서 만난 김선욱은 ‘요괴’라는 이미지 뒤에 숨은 섬세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모델들이 즉석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컬렉션을 선보이는 게 독특하다. 항상 똑같은 형식의 쇼보다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잘 나타내주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선보이면 어떨까 했다. 소규모지만 요괴만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컬렉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으로 여성복을 선보이는데. 테마가 ‘부치(Butch)’다. ‘사내 같은 여자’라는 의미다. 남성성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여성복을 만들었다. 남성복은 역시나 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들이고. 남성복에선 독특하게 여성 아이템을 이용해 남성성을 표현하는 트위스트적인 요소도 더했다. 여성의 스커트나 드레스를 변형해 남성복에 적용했다. 왜 그토록 남성성에 집착하나. 맑게 정제된 소년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는 남자답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 내 철칙이니까. 요괴 하면 가죽을 빼놓을 수 없다. 가죽의 매력은 뭔가. 원시시대부터 남자는 사냥할 때 가죽을 입었다. 그래서 가죽이 갖고 있는 남성성에 매력을 느낀다. 의상에 쓰인 가죽 외에도 액세서리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전통 공예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고 셰이프도 섬세하게 만드려고 애썼다. 오차 없는 한 땀 한 땀의 스티치를 보면 사실 김선욱에겐 섬세한 여성성이 있는 것 같다는 모순적인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할 수 있지(웃음). 아마 그런 점 때문에 더 남성적인 걸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general idea 최범석1 쇼 전날 모델의 의상을 점검하는 최범석.2 여유로운 웃음으로 컬렉션을 준비중인 디자이너.3 제너럴 아이디어 컬렉션의 피날레.뉴욕에서 컬렉션 계속하고 있는데 느낌이 어떤지.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외국에서는 고객, 프레스보다 바이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알았다.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고수하는 쪽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기 때문에 바이어의 시선으로 컬렉션을 선보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 색깔이라면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문제잖아. 죽을 때까지 완성해야 할 숙제지. 예전에는 옷이 좋아 옷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세상과 소통하려고 옷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절대적인 통계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고. 통계에 따르면 남자들이 코트보다 블루종을 더 많이 입는다더라. 그래서 이번 시즌 많은 블루종을 선보였다. 현재로서는 옷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싶다. 뉴욕에 머물며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주로 미트 패킹 지구나 첼시에서 시간을 보냈고. 다양한 눈동자, 헤어, 피부색을 보며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유색 인종은 튀는 패션을 좋아하는 편이고 백인은 튀지 않는 걸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았지. 시장성으로 볼 때 어느 쪽으로 타깃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백인을 타깃으로 잡되 아시아인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도록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도 그런 분석을 통해 얻었나. 첼시에 앉아 있는데 프리즘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래서 블랙-레드, 그레이-블루, 베이지-블랙 세 가지로 구성된 프리즘을 컨셉트로 잡았다. 지난 시즌과 달리 컬러를 최소화하고 스타일링에서는 레이어드를 많이 했다. 뉴욕말고 외국 진출 계획이 또 있는지. 중국 진출은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고 일본은 준비 중이다. jain by jain song 송자인1 이번 컬렉션의 스케치와 원단 샘플.2 커팅이 대담한 화이트 셔츠.3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보디.4 트렌치 베리에이션이 쇼의 전반부를 수놓았다.5 옷을 만질 때의 그녀는 늘 최고로 섬세하고 진지하다.6 런웨이에 나가기 직전, 모델의 옷매무새를 만지는 중.열세 번째 시즌을 맞은 송자인. 햇살이 좋던 어느 오전, 그녀를 만났다. 2010 F/W 테마와 컨셉트는? 컨셉트는 항상 같다. 베이식과 클래식. 거기에 매 시즌 새로운 영감이 더해진다. 이번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깊은 숲 속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곳에 피어난 이끼와 거뭇거뭇한 풀들이 컬러에, 그 안의 유기체적인 형태들이 실루엣에 영감을 줬다. 테일러링 피스들이 이제까지 중 최고였다. 대담해진 커팅도 눈에 띈다. 테일러링은 오랫동안 연구하고 손에 잡고 만져야 완성되는 분야다. 나 역시 아직 부족하다. 과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느낌이 배어 있는 옷들을 만들고 싶다. 스케치를 연필로 하더라. 컬러는 어떻게 정하나? 작업에 들어가기 이미 몇 달 전 해외 패브릭 페어에서 뉴 시즌 패브릭이 결정된다. 나 역시 그때 패브릭과 컬러를 정한다. 검은 새의 깃털 같은 소재도 있었다. 폴리에스테르를 녹여 특수 가공한 소재다. 난 모피를 반대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룩은? 트렌치코트 베리에이션에도, 스포티한 룩들에도 각각 다른 애착이 있다. 예전의 쇼엔 군더더기가 있었다. 모든 룩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애쓰는 중이다. 트렌치코트 베리에이션을 작업하면서 준지를 의식하진 않았나?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웃음). 하지만 나 역시 이를 응용한 피스를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의 컬렉션보다 나의 트렌치코트는 훨씬 가볍고 여성적이다. 커머셜 피스로 나올 때 많이 변형될 예정인가. 사이즈만 변형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말 ‘쇼적인 쇼’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쇼를 마친 요즘은 어떤 일을 하나. 청소하고, 상품 관리도 하고. 미뤘던 일들이 쌓여 있어 바쁘다. 서울컬렉션이 신인 디자이너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두 시즌으로 끝나는 단기적인 뒷받침이 아니다.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지만 좀 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파리에서 계속 쇼룸을 열 예정인가. 그렇다. 유럽시장이 미국시장보다 유연할뿐더러 요즘 새로운 디자이너들에 대한 갈증이 크다. 아시아 디자이너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은? 제인 바이 제인 송을 론칭한 지 7년이 돼간다. 입지를 더 확실하게 굳히고 싶다. 안정된 하우스를 구축하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다. mvio 한상혁1 루시드 폴의 '걸어가자'에 맞춰 걸어나오는 피날레의 모델들.2 신중하게 리허설을 진행중인 한상혁.3 분리된 옷을 로프로 이어 완성한 의상.4 등산화와 클래식 구두의 특징을 함께 지닌 MVIO 컬렉션 슈즈.2010 F/W 엠비오 컬렉션에는 등산이라는 테마가 있었고, 루시드 폴의 노래와 산장에 깔려 있을 법한 카펫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가 이번 컬렉션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진솔한 자기성찰의 의미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매 시즌 컬렉션을 한다는 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 때마다 특별할 것 같다. 사실 서울컬렉션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이 이번 컬렉션을 이끌었다. 계속 컬렉션을 하다보니 그냥 루틴처럼 생각되더라.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도 했고. ‘이제는 정말 신인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들면서 그동안의 신념이 흔들리는 듯했다. 등산하다가 그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됐나. 사실 등산을 자주 하진 않는다. 폭설 같은 기상 이변이 많았던 한 해를 거치면서 눈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하얀 산이 떠올랐고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반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찾게 됐다. 그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 “한 발, 한 발 올라가다 보니 정상에 다다라 있었다.”고. 등산도 그렇고 반복적으로 걷는다는 게 어찌보면 무의미하지만 무의미함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란 걸 깨달았지. 루시드 폴의 ‘걸어가자’를 쇼 음악으로 선택한 것도 그 이유였나. 루시드 폴의 새 앨범이 나와 들어봤는데 사실 그런 노래가 있는 줄 몰랐다. 전체적으로 조용한 음악이고 쿵짝쿵짝 반복하는 리듬이 ‘걸어가자’는 의미와 들어맞았고. 아웃도어 룩을 엠비오의 남성을 위해 어떻게 풀어냈나? 젠틀맨이 북유럽의 산을 오르는 룩이다. 유럽 최초 등반 복식에 관해 조사한 후 기존의 아웃도어 룩에 체크, 헤링본을 접목했다. 아노락 재킷도 있고 테일러드 재킷, 케이프를 통해 클래식적인 요소도 가미했다. 로프를 다양하게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길 안내 역할을 담당하는 셀파부터 음식 담당자, 정상에 깃발을 꽂는 이까지 각각의 역할이 중요하단 걸 알았다. 그래서 의상도 후드, 몸판, 소매를 따로 분리해 조직적인 의미를 담았다. 각각의 부분을 잇고 있는 로프는 말하자면 엄홍길 대장인 셈이지. 디자이너로서 지금 산의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난 그저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