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된 공간이 손쉽게 숲으로, 우주로, 과거의 어떤 풍경으로 변한다. 로베르 르파주의 마법이다. 온갖 영상을 손 안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 시대에 왜 우리가 여전히 연극을 봐야 하는지, 그 감각을 일깨워주는 로베르 르파주의 무대가 지난해 공연된 <달의 저편>에 이어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르파주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887>의 제목은 그가 어린 시절 머물렀던 퀘벡 시의 주소에서 기인한다. 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이토록 우리에게 선명하며, 어떤 소리와 냄새는 왜 우리의 기억을 건드릴까. 르파주가 배우로서 직접 참여한 연극은 <가디언>으로부터 ‘감동적이며, 친밀하고, 강렬하다’는 평을 받았다. 우리 또한 잊고 있었던 수많은 기억과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