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룡이라 불린 남자, 음문석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금 가장 웃긴 사람를 만났다. 의미 있는 웃음 뒤에 존재하는 통찰과 애정 어린 시선에 대해. | 음문석,감초 연기자,배우,열혈사제,장룡

  안에 입은 셔츠와 팬츠는 모두 Prada. 슬리브리스 베스트는 Cos. 슈즈는 Converse.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에 입은 셔츠와 팬츠는 모두 Prada. 슬리브리스 베스트는 Cos. 슈즈는 Converse.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장룡이라 불린 남자 음문석   시청률 22%라는 기록으로 상쾌하게 종영한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신 스틸러’라는 표현이 걸맞은 배우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얻었다. “까뽀에라는 부전공이여, 내 전공은 무에따이여~.”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설사꽃 장면, 그리고 SBS 분장실에서 빌렸다는 단발 가발을 100% 소화해 내는 감각까지. 장룡 뒤에는 ‘지금 이 관심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하는 단단한 배우, 음문석이 있다.     포상 휴가에서 막 돌아왔다. 어땠나 2박 3일 동안 배우끼리 마피아 게임을 엄청나게 했다. 모두 연기하는 사람이다 보니 어쩜 그렇게 ‘시민’ 같은지. 한 게임 끝나는 데 서너 시간씩 걸렸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개인 인스타그램에 <열혈사제> 대본 사진과 ‘느낌 좋다’는 코멘트를 함께 올렸다. 지금 보니 선견지명처럼 느껴지더라 지금 상황에서 보면 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원래 뭘 하든 기분 좋게 시작한다. 미리 상황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단역으로 출연했던 영화 <공조> <너의 결혼식> 모두 잘됐던 게 신기하긴 하다. 2013년에 방영된 <댄싱나인 시즌2> 블루 아이팀 주장으로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항상 답을 못했다. 하고 싶은 게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선을 정해 놓고 싶지 않아서다. 명확한 목적을 갖고 앞만 보며 달리면 놓치는 게 생기기 마련인데 하나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달까. 연기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어릴 때는 필드 하키를 했고, 16세 때 춤에 빠져 서울에 올라왔다.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음악 안에 춤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몬스터즈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연기를 배우게 된 것도 그 무렵이다. 무대 위의 짧은 3분 30초 동안 우리가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기 위해서 감정과 언어를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연기력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연기하다 보니 내가 여태까지 좋아하고 해왔던 것들, 노래도 하고 춤도 출 수 있는 게 연기더라. 출연했던 단편 <아와 어>는 편집도 직접 했던데 편집을 배우게 된 것도 연기하면서 샷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영상을 찍고 싶고, 글을 쓰고 연출하고…. 누구한테 ‘요즘 나 이거 해’라고 알리거나 ‘이건 오래 해야지’ 하고 깊이 생각하기보다 하나씩 해나가는 편이다. 이렇게 들으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망설임은 없었는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열여섯 살 때 상경했는데 계속 뭔가 하면서 움직이지 않으면 서울 생활을 유지하며 버틸 수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 세상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존 본능일 수도 있겠다. 또 다른 걸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당분간은 매일매일 연기를 하고 싶을 것 같다. <열혈사제> 이명우 감독과는 2017년 <귓속말>에서 처음 만났다. 당신을 다시 찾은 이유가 뭘까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이야기를 들었다. 단역인데도 순간순간 용감한 모습을 많이 봤다더라. 어떤 장면인지 나도 생각이 난다. 형님(김뢰하) 휴대폰을 물속에서 빨리 찾아 내게 건네줘야 하는 상황인데 물속이다 보니 상대방이 오는 게 너무 느린 거다. 긴박한 상황에 맞지 않는 거지. 대본에 없었지만 영하 10℃ 물속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플라워 패턴의 와이드 팬츠와 셔츠는 모두 Ordinary People. 안에 입은 티셔츠는 Cos. 슈즈는 Converse.   장룡 캐릭터도 준비와 고민이 많았다던데 어떤 역할을 하든 내가 공부해야 할 게 많다. 그래도 장룡 역할을 할 때 격투 신이나 하다 못해 ‘잘 맞아야’ 하는 장면처럼 몸 쓰는 것에 관한 한 내가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춤을 20년 가까이 추고 무에타이도 13년 정도 했으니까. 가수 생활은 발성에 도움이 됐다. 장룡은 워낙 전형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오히려 전형적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룡, 쏭삭(안창환), 오요한(고규필) 등 소위 ‘감초’들이 많은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인상적인 감초 역할이 있었나 감초 연기자는 관절과 다름없다. 극을 끌고 가지는 않지만 연결해 주고, 짧은 시간에 명확하게 자기 캐릭터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이 그 캐릭터가 궁금해지고 또 보고 싶어지면 최고다.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예전의 유해진 선배나 <넘버 3>의 송강호 선배처럼 극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웃을 수 있었다.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건 아버지 목소리. 서른일곱 살이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는 어린애처럼 아버지에게 전화한다. 서울로 온 뒤에 자주 통화하면서 아버지와 가까워졌다. 사업을 크게 하셨는데 매사 정직하고 베풀 줄 아는 모습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신뢰하는 주변 사람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일부러 자꾸 연락드리는 것도 있다. 시간이 흘렀어도 나는 항상 아버지 아들이고, 그 말씀에 귀 기울이려 한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을 웃기려 하는 편인가 분위기가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면 이야기를 주도해서 밝게 이끌어 가려는 정도다. 웃음 코드는 약간 블랙 코미디 취향이다. 웃기려고 한 게 아닌데 웃긴 상황? 그런 걸 보면 혼자 막 웃는다. 연출을 했던 단편 <미행>으로 칸영화제에 갔을 때 한 아저씨가 가발을 옆으로 돌리는 순간 바람이 세게 불면서 의도치 않게 그분 머리에서 가발 뚜껑이 ‘통통’ 움직이는 걸 봤다. 그런 걸 보면 미쳐버릴 것 같다! 사람들에게 음문석이라는 이름이 각인된 지금 개인적으로 많이 드는 생각은 백업 댄서로 시작해 20년 가까이 여러 일을 해왔다. 많은 제안을 받은 지금 상황이 감사하지만 마냥 기분이 좋기보다 복잡한 심경이다. 소소하게 단편영화를 찍는 정도의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 관심을 어떻게, 내가 가려는 방향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가 우선이다. 내가 잘할 수 없는 걸 한다면 결과적으로 도움 될 게 없을 테니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일단 선택했으면 거기에 집중해야겠지. 인생을 즐기는 당신의 방법은 뭔가 명언을 싫어한다. 상황과 사람이 다른데 그걸 따라 한다고 그렇게 될 수 없지 않나. 후배에게도 말한다. ‘네가 일주일 동안 잠만 자고 싶으면 자. 그게 게으른 거야? 아냐. 그게 네 인생이고 후회가 없다면 괜찮아”라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자는 게 인생 목표다. 조언에는 귀를 열어두지만 그 말에 삶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그래서 좋아한다. 사흘마다 새롭게 마음을 먹으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