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에 선 가족. 딸 엘로이즈가 반려견 말론과 놀고 있다. 모라이마가 입은 스커트는 마티외에게 상당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틴 풍(Christine Phung)의 작품. 그물처럼 생긴 의자는 마르셀 반더스가 디자인한 ‘노티드 체어’로 Cappellini. 그 위에 올려진 세라믹 오브제는 체칠레 몰리나(Cecile Molina)의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갤러리스트인 마시모 미니니는 예술가 마티외 메르시에(Mathieu Mercier)를 이렇게 소개한다. “건축과 디자인이 나뉘는 지점에서 볼 수 있는 신중하고도 훌륭한 작가다. 브레시아에 있는 우리 갤러리에서 열린 두 번의 전시로 나는 메르시에의 예술적 변증법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는 다니엘 뷔랑의 좋은 제자이자, 프랑스 버전의 터너 프라이즈라 할 수 있는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의 역대 수상자 중 이견 없는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마시모 미니니가 언급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마티외 메르시에는 지금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다. 그가 아내이자 파리국립오페라단 강사인 모라이마 개트먼(Moraima Gaetmank)에게 첫눈에 반했던 것처럼, 이 부부와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딸 엘로이즈(Eloïse)는 발렌시아라는 도시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의자는 Cappellini.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한 램프 ‘스누피’는 Flos. 삼각형 모양의 러그는 게리 웹(Gary Webb)의 작품이다.   거실에 있는 예술 작품들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왼쪽부터 50년대에 피에르 귀아리슈가 디자인한 사이드 테이블. 그 위에 놓인 것은 1980년대 스튜디오 알키미아가 제작한 램프로 벽에 걸린 파올로 카네바리(Paolo Canevari)의 작품과 조화를 이루며 벽면에 시적인 무지개를 비춰준다. 그 옆에는 마르셀 뒤샹의 책들과 조 콜롬보가 1968년에 디자인한 ‘튜브’ 체어가 놓여 있다. 오른쪽에는 스위스 출신의 존 암리더(John Armleder)의 설치미술 작품 ‘Don’t Do It!’이 자리했는데, 뒤샹부터 워홀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근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인용한 것이다.   침실로 향하는 복도. 뒤뜰 중앙이 내려다보이는 편안한 공간이다. 아르키줌 그룹이 1966년에 디자인한 소파 위에 실비 플뢰리(Sylvie Fleury)의 스크린 프린트 작품이 놓여 있다. 벽에 걸린 설치미술 작품은 매튜 맥카슬린(Matthew McCaslin)이 제작. 뒤쪽 바닥에는 기욤 파리(Guillaume Paris)의 그림과 마티외 메르시에의 ‘해머 앤 캡’이 놓여 있다.   침실에는 에토레 소트사스가 디자인한 ‘울트라프라골라’ 거울이 시선을 잡아끈다. 뒤쪽에 보이는 욕조는 Inbani.   오래된 건물이 무너진 뒤, 유리와 콘크리트로 새롭게 창조한 외관.   마티외가 디자인한 부엌. 넓은 창문 너머로 구시가지의 오래된 집들이 보인다. 파리에서 발렌시아로 이주하게 된 건 오래전부터 어떤 작업이든 펼치기 좋고 몇몇 작품은 보관할 수도 있는 공간을 꿈꿔왔다. 발렌시아에 있는 어느 갤러리스트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여기에 근거지를 둔 몇몇 기업과 능수능란한 장인들을 만나게 됐다. 이 도시의 불빛은 환상적이면서도 적절하게 고요했다. 내 발걸음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곳에서 내 머리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은 이유로 이탈리아 베니스를 사랑하는데, 발렌시아는 사용 가능한 예산에서 더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이 도시 심장부에 있는 고대 마을인 ‘바리오 델 카르멘(Barrio del Carmen)’에 갔다가 곧 사랑에 빠졌다. 조용한 작은 길들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고, 자전거를 타고 오래된 강변을 달리다 보면 몇 분 되지 않아 해변에 도착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떻게 발견했나 이곳은 정말 특별했다. 집 뒤에 오래된 극장이 있는데, 주위에 있는 파티오(건물 내 중정)를 통과해 극장으로 햇빛이 쏟아진다. 추진력이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 집을 개조하기로 마음먹고 건축업자들이 도착한 바로 다음 날, 건물의 3분의 2 정도가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재개발 승인이 1년이나 걸렸다. 사실상 우리는 18세기 말 건축물의 외형만 구매한 셈이고(웃음), 원래의 건물을 존중하면서 화이트 시멘트와 유리로 된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었다.   레너베이션을 담당한 사람은 나와 아내 모라이마가 직접 했다. 우리는 미니멀하면서도 기능적인 장소를 원했다. 1층은 작업실, 그중에서도 ‘더러워지는’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꾸몄고, 2층은 사무실 겸 다목적 스튜디오로 정했다. 두 개의 또 다른 층은 가족 외에도 친구나 비평가, 큐레이터들을 위한 몇 개의 게스트 룸으로 꾸미고 싶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아주 좁기도 했고, 크레인이나 중장비를 쓸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일일이 수작업을 거쳤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도 상당한데, 당신의 디자인적 취향의 뿌리는 어디인가 바우하우스와 아방가르드. 60~70년대 디자인을 너무 사랑한다.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고, 어린 시절에 매료됐던 팝 컬처로 대표되는 시대 말이다. 최근 몇 년간 나는 잃어버린 우리의 미래에 대해, 나이브할지라도 대책없이 희망적인 느낌을 작품으로 보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침실 한쪽 책 더미 옆에 수퍼스튜디오가 1967년에 디자인한 램프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의 실크스크린 작품이 놓여 있다. 벽에 걸린 오브제는 아트슈와거(Artschwager)의 조각 작품. 아래 사진은 골목에서 바라 본 입구. 본래 건물의 파사드가 남아 있다.   아티스트 마티외 메르시에의 갤러리 같은 집   창문을 통해 보이는 1층 거실. 오스발도 보르사니가 디자인한 소파와 테이블 양쪽으로 에어로 아르니오의 ‘볼’ 체어와 찰스 & 레이 임스가 디자인한 흔들의자를 배치했다. 카펫은 부홀렉 형제가 갤러리 크레오(Galerie Kreo)와 협업한 제품이다.   바리오 델 카르멘의 고즈넉한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루프톱 수영장. 아트 컬렉션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작품을 구입하는 것 외에도 예술가끼리 서로 가진 작품을 교환하는 방식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예술적으로 의미 있는 일임에도 가치가 배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를 수상했을 때, 나는 상금의 대부분을 이 세상의 걸작들과 디자인 작품 그리고 아트 북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절대 자본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벨기에 크녹에 있는 마루아니 메르시에 갤러리에서 초기 작업 위주의 전시를 연다. 지난해에 선보인 ‘파스타 유토피아(Pasta Utopia)’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 중이다. 아트 에이전시이면서 파스타를 만드는 회사도 운영하는 ‘알 덴테(Al Dente)’의 아트 디렉터 파트리지오 미첼리와 함께 100명의 예술가에게 파스타 면을 주고 뭔가를 제작하도록 의뢰하는 프로젝트다.   특출한 예술가이자 달변가인 마티외에 대해 아내 모라이마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라이마) 남편의 지적인 면과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흡수하는 얼리어답터적인 기질, 전시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몇 시간 만에 공간에 변화를 주는 능력을 존경한다. 우리는 내면의 열정이 이끄는 모든 탐구 여정을 공유한다. 집에 놓인 작품 하나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