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타닉힐    플라워 숍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푸릇푸릇한 외관. 채식을 지향하는 브런치 레스토랑이자 스페인 안주가 있는 와인 바이기도 한 보타닉힐이 2월 말, 연희동 골목에 소리 소문 없이 자리를 틀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최나용 셰프가 가벼운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고 손지선 대표는 손님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이곳 풍경. 맛있고 저렴하면서도 건강한 요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었기에 두 사람은 하나의 메뉴를 두고도 다양한 버전을 실험했고, 그 결과 고기를 흉내 낸 재료 없이도 든든한 한 끼가 될 통베지볼 메뉴가 탄생했다. 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후무스 위에 아스파라거스, 표고버섯, 가지, 통콜리플라워까지 아낌없이 올린 후 커민 시드와 레몬 갈릭 드레싱으로 향긋하게 마무리한 요리. 불에 구워 한결 쫄깃해진 채소들을 천천히 골라 먹다 보면 어느새 배가 불러온다. 보타닉힐의 모든 메뉴는 와인과도 근사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에 너무 이르지 않다면 스패니시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add 서대문구 연희맛로 17-14    @botanic_heal    ━  씨젬므쥬르   진정한 변화는 깨달음에서 오는 모양이다.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한 후 11년 넘게 요리를 해온 이상혁 셰프는 불규칙하고 잘못된 식생활로 병에 걸리는 동료들을 보며 더욱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랜 생각 끝에 찾은 답은 채식. 4년 전부터 지금의 아내와 함께 국경을 넘나들며 채식 식당 투어를 다닌 끝에 정육점과 고깃집이 즐비한 석촌호수 부근에 지금의 씨젬므쥬르를 오픈했다. 프랑스 가정식이면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이곳의 채식 요리는 상큼하기보다 강렬한 맛에 가까운 것이 특징. 양파와 마늘, 버섯으로 맛과 향을 극대화한 토마토소스에 무가당 두유를 살짝 섞은 로제 파스타는 버터와 치즈 없이도 충분히 부드러우며 김치찌개의 감칠맛도 얼핏 감돈다. 메인 요리를 주문하면 웨지 감자와 달콤한 번트 바나나도 함께 맛볼 수 있는데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메뉴가 1만원대 초반이라는 점도 이곳을 꾸준히 찾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add 송파구 백제고분로41길 25     @sixieme_jour    ━  부토    ‘아비 부’에 ‘흙 토’. 이름에서부터 흙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임희원 셰프가 한국에 낸 첫 번째 공간으로 5월에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한남동이라는 입지, 한식과 와인의 페어링이라는 유망한 컨셉트 말고도 눈에 띄는 건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고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점. ‘모든 재료는 흙에서 나온다’는 그의 믿음에 따라 부토의 모든 식재료는 지정한 농장에서 빈틈없는 유기농법을 거쳐 수확한 것으로 간장, 된장처럼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스 종류까지 직접 담근다. 건강한 기운이 폴폴 느껴지는 메뉴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베지테리언 사시미. 참치 등살같이 생긴 비트, 오미자에 절인 마, 조개와 비슷한 식감의 흰목이버섯, 바다 향이 그윽한 톳이 한데 모인 외양이 회 한 접시를 그대로 빼닮았다. 비트와 아보카도를 구운 김에 싸서 회 간장에 찍어 먹으면 실제로 회를 먹는 느낌이 든다는 손님도 심심찮게 있을 정도. 함께하면 좋은 술로는 풍부한 미네랄이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을 추천한다. add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32     @buto_hannam    ━  귀일교자   채식주의자들에겐 채식 전문 식당이 늘어나는 것만큼이나 비건 메뉴가 있는 일반 식당이 많아지는 것도 기쁜 소식이 아닐까. 최근 프랜차이즈 만두 전문점 귀일교자로부터 들려온 희소식. 두 달 전 논현동에 가게를 오픈하며 비건 메뉴인 머시룸큐브교자를 내놓은 것이다.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조서진 대표는 ‘만두엔 고기’라는 인식을 깰 식물성 만두를 만들고 싶었고, 많은 후보 중에서도 씹히는 맛이 특히 좋은 새송이버섯을 주재료로 간택했다. 오도독오도독한 새송이버섯에 부추와 대파를 버무린 속을 강황 섞인 만두피로 감싼 머시룸큐브교자는 정확히 6분 40초 동안 찜기에서 열을 쬔 뒤 테이블로 배달되는데 혼자 한 판을 다 먹어도 더부룩함 없이 깔끔한 느낌. 현재 논현점을 비롯해 이태원점과 충주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add 강남구 강남대로 524           tel 02-3443-4002    ━  소식    해방촌 꼭대기에 얼마 전 문을 연 작은 사찰 소식. 식당의 테마를 사찰로 정하자마자 똑같이 철학을 공부한 세 대표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찰이 품은 정신으로 향했다.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재료의 소중함을 아는 식문화를 조성할 것.’ 동시에 마늘과 파처럼 자극적인 향이 나는 오신채를 금하는 불교의 금욕 정신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 이유는 이곳에서만큼은 젊은이들이 해방감을 느끼길 바라는 너그러운 마음에서다. 구운 가지에 캐슈너트, 흑마늘로 만든 치즈를 올리고 식용 숯가루를 뿌려 마무리한 아무스 부시, 불 향을 머금은 달착지근한 콩고기와 약주 칠레 퓌레, 신선한 제철 채소를 더한 속세의 유혹처럼 소식의 비건 메뉴들은 충분히 달고 짜다. 여기에 전통주까지 곁들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미래적 음악이 흐르는 실내와 묵언보다 사람 사이의 소통과 대화를 권장하는 분위기가 자신의 소신만 지켜낸다면 얼마든지 즐기며 살아도 좋다고 말하는 듯하다. add 용산구 신흥로 57     @soseek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