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IMF 파리 본부로 막 도착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를 만났을 때 그는 안절부절못하는 상태였다. “주말이 오기 전에 손자가 태어날 예정이거든요.” <포브스> 매거진이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 번째 여성으로 꼽은 그가 웃으며 털어놓는다. 세계를 움직이는 독보적인 여성 리더인 그의 이력을 정리해 보면, 국제적인 대형 로펌 베이커 매켄지에 입사해 고속 승진 끝에 회사를 진두지휘하는 첫 여성 CEO가 되었으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프랑스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2011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됐다. 내딛는 걸음마다 ‘최초의 여성’이란 기록을 남긴 그는 빼어난 패션 센스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나이 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도 기여했다. 진주 목걸이와 샤넬 재킷이 잘 어울리는 이 활기찬 예순 넷의 여성은 내일의 주인공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돼 있었다.지금 당신이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시나요 “나는 롤 모델이야”라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어나지는 않아요. 단, 모든 연령의, 각국의 여성들이 저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할 때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분이에요. 저와 제 딸들이 언젠가 이룰 수 있을 뭔가를 보여주고 계세요.” 리먼 브러더스 은행이 ‘리먼 시스터스’라고 불렸다면 2008년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 적 있죠. 아직도 같은 생각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조직에서 여성에게 더 큰 자리가 주어진다면 경영 및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훨씬 잘 작동할 겁니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남성과는 다른 위험과 장애물이 많습니다. 이 사실을 도처에서,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그리고 전 세계에서 확인했어요. 수치로 보면 더욱 심각합니다. 금융권 이사회에 속한 여성 비율은 20%, 최고경영자 여성 비율은 겨우 2%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리먼과 관련된 제 말은 언제나 사실입니다. 여성과 남성의 소득 불평등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최근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여성들의 직업 시장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국내총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경제활동에 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할수록 생산성이 향상됩니다. 여성 자체가 사회 전반의 임금을 올릴 수 있어요(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임금도).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막대한 노동력의 여분이 있는 겁니다. 대형 로펌의 대표와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IMF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성차별이 문제된 적은 없었나요 물론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변호사로 일했을 때, 일부 고객들은 제가 커피를 내리려고 거기 있다고 생각했어요. 직장에서 당신보다 능력이 덜한 남자들이 앞서가기도 했나요 확실히 그렇죠. 맞아요, 남자들은 아주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미투(#MeToo)를 비롯해 최근 여성운동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요 여성들이 용기 내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다른 폭력도 많아요. 특히 부부간의 폭력이 심각해요. 우리는 이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모든 계층에 고착된 근본적인 문제예요. 제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이 문제를 목격합니다. 이런 움직임이 다시 잠잠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부작용이 생기거나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요. “여성을 고용하지 맙시다.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으니까!” 이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미국에서 이미 비슷한 상황이 감지됩니다. 그러니까 여성들이 높은 자리를 절대적으로 차지해야 합니다. 커리어를 시작하는 젊은 여성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절대 자신의 야망을 포기하지 마세요. 꿈을 간직하고 특히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세요. 반드시 여성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함께 일한 몇몇 남성은 저에게 소중한 지지를 보내줬어요. 지지할 곳을 마련하고 연대를 이루세요. 직장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미국 여성들이 프랑스 여성들보다 앞서 있어요. 저도 일하면서 배웠습니다. 학생 시절 미국에 살아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었어요. 외국에서 다른 나라 언어를 쓰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과 대학에 다니면서요. 그러다가 3000명의 변호사들이 일하는 베이커 매켄지에 들어갔지요. 전반적으로 여성들은 임금 인상이나 승진을 요구할 때 여전히 소극적이죠 네, 네, 맞아요! 저도 충분히 요구하지 않았어요. 대신 베이커 매켄지 대표를 맡았을 때 이렇게 말했어요. “선임 대표와 똑같이 받고 싶습니다. 그 아래로는 검토하지 않겠어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보하지 마세요.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도 비슷한 맥락에서 ‘린 인(Lean In)’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을 시작했지요 완전히 같지는 않아요. 셰릴은 모든 걸 가질 수 있고 언제나 모든 걸 요구해야 한다고 여기죠. 그런데 불행히도 좀 더 복잡한 문제예요. 때로는 기다려야 할 때가 있지요. 베이커 매켄지에서 일할 때, 제가 막 엄마가 돼서 고객을 충분히 데려오지 못했더니 이런 말을 들었어요. “올해에는 파트너가 될 수 없고 일 년 더 기다려라.” 저는 받아들였어요. 그러고 나서 그 시간을 만회했어요. 개인적인 삶을 일에 통합시켜야 해요. 그리고 현명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안락한 구역에서 나오는 것, 성공하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일까요 물론 그렇죠!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체되기 마련이죠. 정체될까 봐 불안했나요 네, 그럼요. 어느 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화해서 이렇게 말했어요. “잘 들으세요. 농업부 장관도 좋았어요. 그런데 당신을 재무부 장관에 임명할 거예요. 모험이 될 수도 있지만 당신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대통령뿐 아니라 분명 저에게도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세상을 이끄는 여성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동거 중인 배우자 자비에 지오캉티와 함께.  시선을 끄는 스타일리시한 ‘출근 룩’.당신의 성공이 같이 사는 남자들에게는 녹록지 않았다고 회고했지요(두 번의 결혼과 이혼 후 기업가 자비에 지오캉티와 오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조금 바뀌고 있어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이, 뭔가 포기해야 할 때 여성이 너무 자주 비켜선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여성의 성공에 있어서 배우자의 자리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자신감을 가 져야 직장생활이나 개인적 삶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신감은 사랑과 지지, 애정, 다정함에서 생겨나죠. 이런 지지는 배우자에게서 받을 수 있어요. 물론 가족이나 친구한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불거진 50대 여성에 대한 논쟁을 지켜봤나요? 작가이자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얀 무아(Yann Moix)가 한 인터뷰에서 “50세가 넘은 여성은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죠 남편이 얘기해 줬어요. 남편은 이 소란에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우리 부인은 예순 네 살인데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고 나는 아내가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편에게 이렇게 답했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50대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 삶을 다시 시작했어요 <엘르> 독자에게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50세는 물론, 그 이후에도 엄청나게 행복할 수 있습니다. 모든 관점에서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적으로. 엄마로서의 역할에 죄책감을 느낀 때도 있었다고요 고전적인 이야기죠. 담임 선생님이 저를 불러 아들의 형편없는 시험 결과를 보여주며 이렇게 끝맺었어요. “어쨌든 모든 게 설명되네요. 엄마가 일하시잖아요.” 제 아들에게는 공부가 전문 분야가 아니었어요. 아들이 레스토랑에서 견습생 생활을 할 때 망설임 없이 응원해 줬어요. 지금은 자기 레스토랑을 운영한답니다. 아주 자랑스러워요. 지금까지 실패를 맛보신 적 있나요 국립행정학교(ENA)에 진학하기를 꿈꿨어요. 그런데 두 번이나 떨어졌고 대신 변호사가 됐지요. 10대 때 아버지를 잃었고 그 뒤에 혼자 미국으로 떠났죠. 성공에 대한 갈증이 이런 사연과 관련 있나요 아버지의 죽음이 저에게 깊은 공백을 만들어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떠나야 했어요. 그 전에도 이미 전 꽤 독립적이었는데, 남동생이 셋이나 됐으니까요. 다만 이런 상실이 내면을 더욱 강화시켰죠. 떠나기로 한 제 결정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할 말이 많을 수 있겠지요. 아버지는 영문학 교수였고, 당시 전 영어를 아주 못했어요. 전 아버지에게로 가는 일종의 길을 만들어야 했어요. 어쨌든 그렇게 떠난 미국에서의 경험이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지금도 비행기를 타고 두 나라를 숱하게 오가고 있어요 체력은 타고났으니, 운이 좋죠. 마흔 살 이후로 고기를 먹지 않아요. 흰 살도 붉은 살도 먹지 않습니다. 일할 때는 술도 절대 안 마셔요. 저녁식사 자리에선 마시는 ‘척’을 아주 잘합니다. 술을 따라서 향을 맡고 마시는 척하면서 이렇게 목울대를 움직여요(몸짓과 표정으로 아주 재미있게 흉내 낸다). 아주 오래전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아요. 운동도 매일 하려고 노력합니다. 엘리베이터 타는 시간을 이용해서 엉덩이 근육운동을 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엘리베이터에서 그리고 회의할 때도 합니다! 특히 회의가 끝없이 이어지면,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대고 근육을 수축시켜요(이 장면 역시 재미있게 재현한다). 누가 무슨 일 있냐고 물으면 스키 탈 몸을 만든다고 대답해요.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라니! 바쁜 스케줄에 어떻게 매일 그럴 수 있죠 요즘에는 훨씬 더 간단해요. 돌봐야 할 아이들이 없으니까요. 워싱턴에서는 아침 5시에 일어나서 6시까지 차를 마시면서 ‘빈둥거려요’. 세상을 지배하는 느낌이죠. 그러고 나서 피트티스센터나 집 건물에 있는 수영장에 갑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는 복근운동을 하고 기구를 이용해 가슴운동을 합니다. 60세가 지나면 겨드랑이 살을 관리하기가 참 까다로우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실내 자전거를 꼭 타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서류를 읽기도 해요. 나쁜 건 전혀 안 하나요 초콜릿을 먹어요! 불안함에 잠을 설칠 때도 있나요 거의 그렇지 않아요. 오후 2시 이후에는 커피도 차도 마시지 않으니까요. 개인적인 일상은 주로 프랑스에서 보내죠? 가족과의 관계를 위해 지키는 일이 있다면 프랑스에서만 보내지는 않아요. 남편이 워싱턴에 자주 오거든요. 막내 아들은 2018년까지 미국에 있었고 지금은 미국인 아내와 프랑스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른 아들은 파리에 있고요. 서로 알아서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늘 함께합니다. 2008년과 비슷한 세계 금융위기가 다시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나요 또 다른 경제위기는 반드시 올 겁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이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교훈을 얻었고, 감독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어요. 미처 생각지 못한 위험에 대한 경보를 늘 켜 놓아야 해요. “전 세계 정치 변화가 정말 염려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걱정하는 점이 뭔가요 ‘페이크 뉴스’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여기에 자신의 운명을 어쩌지 못한다는 생각이 더해져 극단적인 정치 주장이 점점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어요. 정말 걱정되는 일입니다. 정치인과 언론이 더욱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프랑스 정부를 법원에 제소하자는 ‘세기의 사건’ 온라인 청원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5년 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로스트되고(Roasted), 토스트되고(Toasted), 프라이되고(Fried), 그릴에 구워질(Grilled) 겁니다.” 결국에는 모두 프라이팬에서 최후를 맞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내년에 Cop 21(제21차 유엔기구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모든 나라들이 모여 합의 내용과 실현된 바의 차이를 확인할 겁니다. 다보스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만났어요. 기후 문제에 대한 어른들의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하는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죠. 그레타는 온몸으로 절박하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더욱 두렵게, 공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요.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이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입니다. 사라진 일자리와 녹색 에너지에서 만들어진 일자리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분명히 알 수 있어요. IMF에서의 임무가 2021년 끝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대통령 후보가 될 만하다’고 생각하고 프랑스를 위해 ‘하늘이 내린 여성’이라는 꿈을 꿉니다. 어떤가요 시라크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지요. “저에게 어떤 영향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