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한 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양꼬치와 마라가 식탁을 점령했다면 이번엔 중국 술이다. 곁들이는 요리에 따라 맛이 바뀌는 바이주 공략법::바이주,중국 술,술,알콜,음료,엘르,elle.co.kr:: | 바이주,중국 술,술,알콜,음료

2019년 서울의 미식 지도를 새로 그린다면 가장 과감한 업데이트가 필요한 곳은 다름 아닌 ‘중식’ 부문이다. 붉은색의 양꼬치와 마라탕 간판이 빼곡히 들어선 대림동과 건대 일부 지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파인다이닝부터 동네 식당 곳곳에 스며든 차이니스 퀴진, 메뉴판을 펼칠 때마다 연태고량주, 공부가주, 고려촌 같은 이름이 눈에 밟힌다면? 이제 슬슬 중국 술의 매력에 빠질 때가 된 거다. 꽤 오랜 시간 고량주, 빼갈, 백주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불리던 명칭들은 결국 같은 술을 가리키는데, 바로 그것이 바이주. 투명한 빛깔을 띠어 중국식 소주라 불리지만, 바이주가 머금은 향기와 정교한 맛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소리다.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은 깔끔한 맛, 잊을 수 없는 특수한 풍미는 30도가 넘는 높은 도수와 강한 향에도 불구하고 바이주를 찾게 만든다. 나날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중식의 인기와 음식에 술을 곁들이는 페어링 문화의 대중화도 최근 바이주 판매량을 상승하게 만든 요소. 싱글 몰트 위스키의 인기를 초반부터 견인한 한남동 볼트82 시절부터 확고한 술 취향을 가진 김범준 대표는 현재 리마장82를 이끌고 있다. 차이니스 다이닝 바의 선봉장에 선 그는 일찍이 바이주의 인기를 예견했음을 고백한다. “막연히 ‘중식엔 중국 술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가 끈적하고 기름진 중화요리와 바이주의 완벽한 궁합에 빠지게 된 거죠. 다른 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대도 인기에 한몫한다고 봐요.” 지난가을 무렵 등장한 이곳에서 선보이는 바이주만 해도 20여 가지. 바이주가 가미된 기발한 칵테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선택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조윤상 바텐더는 바이주의 많고 많은 향형(香型) 중에 딱 네 가지만 기억할 것을 권한다. 고량주 하면 딱 떠오르는 맛의 농향형, 깔끔하고 개운한 맛의 청향형, 약초가 가미된 동향형, 진득한 장맛이 뒤따르는 별난 맛의 장향형까지. 일단 이것만 알아도 중식 페어링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질 거다. 위의 네 가지 형태를 대표하는 술은 다음과 같다.장향형 모태왕자주 도수 53% 장향형의 ‘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장’이 맞다. 한마디로 된장처럼 오래 묵힌 술이라는 얘기. 술의 고향이라 칭송되는 마오타이에서 만들어진 모태왕자주는 장향형치고 담백한 편으로, 장향형 바이주가 처음이라면 권할 만하다. 술잔에 따르자마자 풍기는 끈적하면서 진한 향, 묘한 묵은내는 특히 해산물 찜 요리와 함께했을 때 끈끈한 궁합을 자랑한다.농향형 양하대곡 도수 38%  바이주의 정석. 친숙한 연태고량주를 포함해 고량주의 70~80%가 바로 이 농향형에 속하며, 바이주 입문자를 대상으로 테이스팅하면 대부분 농향형을 고를 정도로 맛과 향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양하대곡 역시 탄탄한 균형감을 지니기는 마찬가지. 열대 과일의 향긋함이 맴돌고 간 입 안을 보드라운 뒷맛이 채운다. 마라같이 달큰하게 매운 요리와 잘 어울린다.청향형 분주 20년 도수 53% 화끈한 첫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의 대비가 확실해 가장 ‘소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높은 도수, 절제된 단맛, 군더더기 없는 목 넘김 덕분에 어떤 요리를 주문해도 페어링은 성공적일 테니 먹고 싶은 요리와 맘껏 즐길 것! 상쾌한 뒷맛 때문에 숙취 따위 전혀 없을 것 같지만, 도수가 53도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동향형 동주 귀 도수 46% 130여 가지나 되는 약초를 넣고 숙성시켜 만든 바이주. 동향형 바이주는 동주 딱 한 가지로 품질에 따라 종류가 갈린다. 예를 들어 제조 과정이 국가 기밀이라 해서 앞에 ‘국밀’이 붙으면 가치가 오르는 식.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동주는 동주 귀뿐이지만 약초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동주만의 개성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혀끝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맛 때문에 자꾸만 술잔을 기울이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