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나, 프리랜서로 사는 법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회사를 떠난 이후, ’일’과 ‘나’는 어떻게 공존하게 될까? 프리랜서가 되고 나니 오히려 일, 그 자체의 의미가 보이게 됐다::일,프리랜서,에세이,회사,커리어,엘르,elle.co.kr:: | 일,프리랜서,에세이,회사,커리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된 지 2년 째다. 퇴사하기 전에는 일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하는 김연아 선수의 유명한 ‘짤’처럼, 나 역시 매체에 소속된 에디터로서 그냥 마감을 하고, 또 마감을 하고, 오로지 마감만을 했다. 일과 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워크라이프밸런스’는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해본 적도 없다. 무슨 고민을 하겠나? 이 마감 산을 넘으면 당장 저 마감 산이 닥쳐오는 상황인데.프리랜서가 된 후로는 일에 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잦아졌다.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일’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지는 행위는 더 작은 단위의 일들로 얼마든지 쪼개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할 때 내게 필요한 태도나 능력은 무엇인지, 내가 경험한 일들을 이어붙여 어떻게 다른 일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떤 일을 했을 때 내가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보상은 어느 정도인지 수십 번 궁리해보게 된다. 일과 나의 삶은 회사에 다닐 때보다 프리랜서인 지금 더 직접적으로 이어져있다고 느낀다. 일을 둘러싼 규칙을 스스로 만들거나 일의 운용방식을 스스로 익히지 않으면 프리랜서의 생활은 너무나 쉽게 무너질 위험에 놓인다. 그래서 나는 마감일이 너무 짧게 남은 원고는 받지 않는다든가, 고료가 너무 적은 원고는 거절한다든가, 보상이 없는 일이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원칙들을 문득 떠오를 때마다 세워두고 가능한 지키려 한다. 이 일과 저 일을 조합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수입과 미래와 커리어가 불투명한 프리랜서의 불안을 달래보려고도 한다. 올해 상반기 안에 내가 하려고 마음먹은 것 중 하나는 작업별 적정 단가 정하기다. 엊그제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더 늘리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두 시간만큼은 매일 반드시 지켜내는 방식으로 일하기로 결심했다. 일에 대해 절대 잃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에 가깝다. 다만 그 의미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걸 안다. 일과 나는 뗄 수 없지만 일은 일일 뿐이다. 나는 일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일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일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좀 더 유능해지려고 애쓰기보다, 나에게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