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RIYA LELE
DEPTFORD MARKET
뎁트퍼드 마켓은 수프리야 렐레가 8년 전 에든버러에서 영국 왕립예술학교로 패션을 공부하러 온 이후부터 계속 방문하고 있는 장소다. “남자친구와 함께 오곤 했어요. 남자친구는 엄청난 양의 박스를 샅샅이 뒤져 저한테 영감이 될 만한 것들을 보여주곤 했죠.” 디자이너에게 이곳은 풍부한 자료 창고다. “밀리터리 의상들과 가죽 재킷, 트렌치코트, 의사 가운, 90년대 스포츠웨어까지 근사한 것들을 잔뜩 찾아낼 수 있어요.” 렐레는 빈티지에서도 힌트를 얻는다. 여성스러움뿐 아니라 인도 전통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드레이퍼리, 웨스트 미들랜즈에서 자라면서 10대 시절에 누린 스포티한 하위 문화를 혼합한 실크 시폰과 네온 스트레치 새틴의 ‘쿨’하고 미니멀한 룩이 바로 그 흔적들이다. 마켓에서 발견해 낸 보물들은 20분 정도 떨어진 버몬지의 스튜디오로 옮긴 후 스티치나 주머니 같은 디테일을 파헤쳐 디자인 요소로 응용한다. 북적거리는 마켓 속 옷 더미에서 건져 올린 밀리터리 재킷이 2018 F/W 컬렉션의 키포인트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재 렐레는 2019 F/W 시즌을 위해 메디컬 유니폼을 재해석하고 있는 중이다. “간호사 복장부터 의료 종사자들의 각종 유니폼이 가판대에 잔뜩 쌓여 있어요.” 디자인 배경에는 가족을 향한 애정이 내재되어 있다. “할머니는 인도 자발푸르의 의사였어요. 당시 여성에게는 의학 공부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할머닌 해내셨죠. 진짜 독립적이고 열정적인 여성이었거든요.” 이렇듯 그녀에게 마켓은 영감을 발견해 디자인을 시작하게 만드는 근간이다. 과일과 야채를 파는 가판대와 함께 늘어서 있는 어수선한 빈티지 보물창고. “아마 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짐작조차 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