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central_chinesepub
센트럴은 홍콩식 주점을 표방한다. 하지만 란콰이펑에 줄지어선 시끌벅적한 주점을 떠올린다면 큰 오산. 힙스터 토끼가 네온사인으로 변해 번쩍이고 곳곳의 가느다란 실 커튼은 우아하게 일렁거린다. 대리석과 오크로 마감한 인테리어와 반짝이는 보랏빛 조명에 이끌려 한달음에 실내로 향하기 전에 별채를 눈여겨볼 것. 단체 손님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는 공간이지만 일정 금액만 내면 커플에게도 기꺼이 문을 열어준다. 메인 요리를 선택한 뒤 자연스럽게 연태고량주로 눈이 가더라도 이번만큼은 와인을 선택하자.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조합이거니와 그 궁합이 마라만큼 중독적이다.
세컨라운드 @secondround__
웨딩 사진작가인 여자친구와 아름다운 곳에서 사진을 남기는 게 취미인 박윤규 대표가 두 달 전에 리뉴얼 오픈한 디저트 바. 그가 내추럴과 오가닉을 넘나드는 와인 리스트를 적어 내려가는 동안 여자친구는 금빛 샹들리에와 반짝이는 소품으로 공간을 채웠다. 낭만적인 핑크색 벨벳 커튼과 곳곳에 흩뿌려진 드라이플라워에 홀려 자리에 앉았다면, 테이블에 오를 디저트를 기다릴 차례. 마들렌과 쿠키, 나무 형상의 초콜릿 무스 케이크까지 그림 같은 디저트는 모두 이재인 디저트 셰프의 솜씨다. 여기에 향긋한 크림셰리 와인을 한 잔 곁들이면 평소 단걸 좋아하지 않는 연인이라도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핀란드 프로젝트 @finland_project
서대문에서 자유분방하게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던 ‘교회 오빠’들이 서촌에 큼지막한 공간을 냈다. 커피 소비율 1위, 행복지수 1위인 핀란드인처럼 살고 싶은 세 남자는 이곳에서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더 많은 일을 벌일 작정이다. 낮에는 주 종목인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핀란드 맥주 까르후와 와인을 팔며, 쇼윈도 공간은 매달 색다른 전시로 꾸민다.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그리운 얼굴을 모아 붙인 ‘기억의 방’처럼 기발한 기획들이 오가는 통에 수선스러울 것 같지만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보다 아늑한 자리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다락방 좌식 공간으로 오를 것. 흰 커튼이 은은한 장막이 되어 둘의 대화를 지켜줄 테니까.
심퍼티쿠시 @szimpatikus.seoul
한옥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찰나, 한남동에 이어 경복궁에 정착한 캐주얼 와인 바 심퍼티쿠시는 전통과 현대가 얼마나 근사하게 만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구옥이 지닌 최소한의 형태미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들어내 구석구석 눈길이 가는 공간의 탄생에는 디자이너 홍윤희의 공이 컸다. 전통적인 흙벽을 과감하게 와인빛으로 물들이고 가구는 더할 나위 없이 모던하게 제작한 것. 조명이 조형미 넘치는 나무를 비추거나, 디자인 그룹 하일리 힐즈 포스터가 비스듬히 놓여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이곳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달콤하지만 강력한 포트 와인으로 눈앞의 그 사람까지 한층 더 아름답게 보일 게 분명하다.
댓커피로스터스 @hi_thatcoffee
신촌역 뒷골목, 오래된 슈퍼와 초등학교를 지나면 모퉁이에 보이는 노란 카페 하나. 겨울만 되면 외벽이 온통 서리로 가득 차 지나가는 행인의 궁금증을 키운다. 온실을 모티프로 탄생한 이곳의 백미는 바로 자연 채광. 천장의 일부가 아예 뚫려 있거나 채광 효과가 뛰어난 무늬유리가 건물 전체를 두르고 있는 식이다. 덕분에 어느 자리에서든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이 보이고, 햇살은 끊임없이 흰 커튼을 투과해 들어온다. 가장 안쪽 자리에 차곡차곡 쌓아둔 통나무가 이곳에 ‘산장’이라는 별칭을 부여했지만 손님들이 온기만 누릴 수 있다면 온실이든 산장이든 상관 없다는 게 두 대표의 답변. 도란도란 대화가 피어나는 사이 타일 벽으로 가려진 주방에선 손님 몰래 밀크 티가 끓여지고 귀여운 바나나빵이 뽀얀 크림 위에 착지한다.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 @positive_zero_lounge
뚜렷한 간판이 없는 지하에서부터 들려오는 희미한 연주 소리. 계단을 내려갈수록 점점 커지다가 마침내 두터운 철문을 여는 순간 순식간에 온몸을 감싸는 재즈 선율.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를 찾는 이들이 영화 <라라랜드>의 낭만을 떠올리는 이유다. 무대와 테이블 위의 촛불만 겨우 보일 만큼 어두워 미아와 세바스찬이 재즈에 맞춰 춤추던 재즈 클럽과는 사뭇 다른 생김새지만 좌석들이 모두 무대를 향해 있는 구조, 관객석과 무대가 밀착해 있는 광경처럼 음악이 중심인 점은 분명히 닮았다. 쳇 베이커를 위한 오마주 공연부터 즉흥적으로 끓어 오르는 잼 세션까지 퍼포먼스의 폭이 꽤 넓으니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려면 먼저 공연 스케줄부터 체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