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연애하는 시대, 당신도 동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연애를 하기 위한 보편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데이팅 앱이다. 이건 스와이프로 만드는 낭만 혹은 그저 게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데이팅앱,어플,데이트,연애,틴더,페어즈,범블,아자르,만남,러브,엘르,elle.co.kr:: | 데이팅앱,어플,데이트,연애,틴더

세상의 모든 만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데이팅 앱 ‘틴더’의 슬로건이다. 과장이 아니다. 그곳엔 다양한 인종과 직업, 나이, 성적 취향을 아우르는 ‘모두’가 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힐러리 더프, 케이티 페리 같은 셀러브리티 역시 틴더 계정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하물며 이혼 후 틴더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힐러리 더프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틴더에서 메시지를 나눈 사람들은 내가 나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서 틴더에서 만난 일반인과의 데이트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더 이상 과거의 데이팅 앱 ‘1km’처럼 가입한 사실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도 아니다. 재작년, 틴더 계정이 없다는 내 말에 외국인 친구 A는 경악을 표했다. A의 표현을 옮기자면 “현재 싱글 중 90% 이상은 틴더를 사용 중”이고 펍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수고 혹은 민망함을 덜 수 있으니 ‘가성비’ 면에서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실제 그 자리에 있던 B(50세, 영어 교사), C(26세, IT 개발자), D(33세, 시인) 모두 틴더에서 인생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만남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건 더 이상 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만 대충 훑어도 틴더 데이트 후기가 하루에 10개 이상은 족히 업데이트되니 말이다. 사실 틴더와 같은 온라인 데이팅 앱에서 가장 궁금한 건(당신이 아직 틴더 계정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10% 싱글이라면 더욱더) 이 가상공간에서 실제로 데이트다운 데이트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답은 데이트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토크 쇼 <코난> 중 ‘틴더에 가입한 코넌 오브라이언과 데이브 프랭코’ 에피소드에서 호스트 코넌 오브라이언은 틴더에서 매칭된 여성과 만나 농담을 한껏 나눈 후 이런 훈훈한 클로징 멘트를 던졌다. “이게 인터넷이 가진 힘이에요. 한 시간 전만 해도 전혀 만난 적 없고 모르는 사람들과 밤에 길에서 어울리게 만드는 것!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좀 더 오래 같이 놀았는데… 아마 다시 볼일은 없겠죠!” 그러니까, 새롭고 즐거운 만남을 갖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대부분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는 얘기다. 일단 틴더의 속성 자체가 더없이 가볍다. 위치 기반의 추천 시스템에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싫어요’, 오른쪽은 ‘좋아요’, 가운데 파란 별은 ‘슈퍼라이크’를 뜻하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탓에 애초에 누군가와 호감을 주고받는 일에 있어서 마음 졸일 일이나 고민의 여지가 별로 없다. 거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외모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때문에 당당하게 전신 사진을 요구할 수 있는 세상이 틴더다. 문자 그대로 아니면 그만, 얼마든지 대체할 아무개가 있으니 누가 내 프로필을 왼쪽으로 스와이프했다 한들 데미지가 0에 가깝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괜찮아’가 정말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반어법인지 해석해야 하는 지난한 노력 없이도 온라인 어딘가에, 스와이프 몇 번으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천 명이 있다는 건 꽤 안도감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누군가 내게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꼈다는 증거인 ‘매칭’은 페이스북 ‘좋아요’ 이상의 중독성을 자랑한다. 오죽하면 실제로 만나진 않지만 그저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틴더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고 본능적인데, 어찌 진지한 사랑을 기대할 수 있겠나. 물론 틴더를 100% 섹스만을 위한 앱이라고 할 수는 없고, 적지 않은 수의 사람(주로 여성)들이 프로필에 ‘No Hook Up’ 이나 ‘No FWB(Friends with Benefits)’ 등 섹스만을 목적으로 하는 만남은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지만, 그게 미래를 약속할 누군가를 찾는다는 뜻은 아닐 거다. 에이, 설마. 물론 다른 종류의 만남을 찾는 이들을 위한 데이팅 앱도 있다. 키, 체형, 학력, 결혼 유무와 자녀 유무, 음주에 흡연 여부까지 입력해야 하는 ‘페어즈’에서는 어쩌면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성만이 먼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범블’에서는 적어도 다짜고짜 성적 농담부터 던지고 보는 변태를 만날 확률이 적을 테고, 소개팅과 언어 교환을 접목시킨 ‘아자르’에서는 외국인과 애틋한 로맨스를 꿈꿀 수도 있다. 특히 ‘아자르’는 메시지보다 영상통화 기반이기 때문에 실제로 외국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후기(핑계)도 적지 않다. 그 밖에도 애견인과 애묘인을 위한 소개팅 앱 ‘펫앤러버’나 서울대생이 만들어 학력과 직업 등을 중시하는 ‘스카이피플’, 특정 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크리스천 데이트’ 등. 사실 다양한 목적과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킬 데이팅 앱은 얼마든지 존재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국 틴더로 돌아오게 됐다. 특히 가입 기준이 엄격할수록 어쩐지 흥미를 잃었다. 소개팅과 선의 차이랄까, 온라인에서까지 일일이 스펙 따져가며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가볍고 단순하고 무책임하지만 솔직한 틴더식 연애가 오히려 로맨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틴더식 연애나 고전적인 연애나 본질적인 부분에서만큼은 그다지 다를 것도 없다. 일단 서로 외모에 호감을 느낀 후 관계의 동력이 되는 건 오히려 외모보다 대화라는 점이 특히 그렇다. 사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남이 이어지려면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나눠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철저하게 규칙을 세워두는 편이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나쁜 남자 좋아해?’ 같은 유치한 멘트를 포함한)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거나 당일 만남을 요구하는 사람은 일단 거르고, 1주일 정도는 대화를 나눠본다. 사실 1주일이면 취향이나 이성관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기에 충분하다. 반 정도는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나머지 반은 안부 인사를 묻는 걸로 시작하지만 어느 쪽이든 결국 마지막은 성적으로 향한다는 걸 수없이 경험한 후엔 일단 만나면 커피나 식사보다 술을 선호한다. 사실 데이팅 앱 사용자라면 누구나 각자의 규칙을 가지고 있을 거다. 너무 먼 거리에 있는 남자는 만나지 않는다든가(섹스를 위해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올 정도라니, 그렇게까지 허기진 인상을 주고받는 건 결코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 본인 얘기를 일절 하지 않는 남자는 사절이고 온라인 데이트를 시도할 때마다 상대가 사이코일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 연락망을 마련해 놓는 친구도 있다. 물론 그렇게 만난 상대가 실망스러운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동일 인물임이 의심될 정도로 사진과는 다른 외모의 소유자라든가 온라인에선 한없이 점잖고 세련된 취향을 자랑했던 그가 갑자기 DVD방에 가자며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제안을 하는 식이었다. 지난 2년간, 세 자릿수 이상의 남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실제 두 자릿수 이상의 남자들을 만났으며 두어 명과 연애에 근접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친구로 나마 대화를 나누는 건 어떤 스킨십도 없이 헤어졌던 한 명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숱한 실패에 몸서리치며 앱을 지우고 다시 다운받기를 반복한다. 궁금해서, 외로워서, 지루해서, 어차피 거기서 거기라는 환멸 때문에. 지난 연애가 남긴 것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