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항상 궁금했다. 왜 어떤 친구들은 나하고만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지. 왜 자꾸 둘만 아는 비밀을 만들고 싶은지. 같은 반 남자애한테 느끼는 감정과는 분명히 다른 것 같은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는 알지 못한 채 중학생이 됐다. 그런 친구는 중학생이 돼서도 생겼고, 그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애랑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서 이상한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했으나 그걸 티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가까웠던 친구 한 명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는지, 어느 날 불쑥 메일을 보내왔다. 거기에는 왜 요즘 자기가 아니라 다른 애랑 더 자주 노는지, 그걸 볼 때마다 자기가 얼마나 서운한지, 이런 말까지 하는 걸 보면 나는 너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혹시 네가 오해할지도 모르니 덧붙이자면 반쯤은 농담이라는 요지의 글이 담겨 있었다. 나도 친구도 몰랐던 그게 어떤 감정인지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보고서야 알았다. 각자의 이유로 학교와 또래 친구라는 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조숙해진 효신(박예진)과 시은(이영진)은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평균치에서 조금만 주파수가 맞지 않아도 따돌려지기 십상인 학교라는 공간에서 둘은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친구이자 다정한 연인이다. 성적이나 가족 같은 문제와는 관계없이 종종 엉뚱한 곳에 혼자 뚝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고, 그럴 때 만나고 눈 맞추며 이야기하고 싶은 단 한 명의 친구를 향한 마음이 사랑일 수도 있다는 걸 둘을 통해 깨달았다. 고등학생이 되어 새로운 친구를 좋아하게 됐을 때, 덕분에 나는 혼란스러워하지도 어리둥절해하지도 않고 너를 많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우린 외계인이야 우리 별에서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그걸 듣느라고 이 세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거야. 그리고 듣고 싶지도 않아!” 극중 효신과 시은의 교환 일기장에서 ‘별똥별’이라는 제목의 조금 낯간지러운 시를 발견했을 때는 잘 기억해 두었다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와 일기장에 그대로 써주었다. 같은 성별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쑥스러울 정도로 기본적이며 당연한 이 이야기는 사랑에 관해 처음으로 배운 사실이었다. 만일 10대 시절에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나는 사랑의 형태가 하나뿐이라고 믿는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 온갖 사랑 이야기에 대체로 심드렁하면서도 30대 중반에 이른 지금까지 여전히 효신과 시은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황효진(‘헤이메이트’ 콘텐츠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