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보고 싶은 일러스트 에세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겨드랑이와 건자두>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에세이를 펴낸 일러스트레이터 박요셉::겨드랑이와 건자두,에세이,일러스트레이터,박요셉,인터뷰,책,신간,엘르,elle.co.kr:: | 겨드랑이와 건자두,에세이,일러스트레이터,박요셉,인터뷰

첫 일러스트레이션 에세이 <겨드랑이와 건자두>를 소개한다면 생활 속의 작은 사건들, 오래된 기억, 사물에 대한 단상들이 맥락 없이 뒤섞여 있는 책이다. 페이지 사이사이 조그맣게 흩어지는 웃음을 숨겨 놨다. 책을 덮으며 “뭐 이런 놈이 다 있어ㅋ”라는 말이 나온다면 기쁠 것 같다. 책에서 후각과 촉각, 미각 등이 느껴지는데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감각은 연초에 이석증을 앓았는데 그 뒤로 고막 안쪽이 간지러운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샴페인에 건포도를 넣으면 바닥도 아니고 수면도 아닌 어딘가에서 하염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딱 그런 기분이다. 도무지 긁을 수 없는 곳에서 나를 간지럽히는 감각이 때때로 괴롭고 때때로 흥미롭다. 물론 대부분 괴롭다. 그리는 것과 글 쓰는 것, 두 작업의 각기 다른 즐거움과 고통은 무엇인가 대체로 비슷하다. 둘 다 허리와 눈이 시리다는 점부터 어느 지점에서 매듭을 지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는 것,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좋아 보이는 착각에 빠진다는 것도. 책을 만들며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추어의 마음으로 작업해서 더 즐거웠다는 것. 전문적으로 글 쓰는 작가가 아니라는 게 행복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를 상상한다면 길을 가다가 주인 없는 가방을 발견했다고 가정했을 때 가방은 열려 있고 그 안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들어있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지갑보다 가장자리가 낡은 일기장에 먼저 눈이 가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아마도 이 책에 흥미를 갖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