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상상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뉴욕 브루클린에서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지켜봤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태블릿이 가진 가능성까지, 모든 것이 바뀌었다::애플, 아이패드, 아이패드 프로, 태블릿, 맥북, 맥북에어, 맥 미니, 테크, 전자제품, IT, 라이프, 엘르, elle.co.kr:: | 애플,아이패드,아이패드 프로,태블릿,맥북

새로운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 충전이나 페어링이 필요 없는 풀사이즈 키보드로 손쉽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아이패드 프로에 붙여두기만 하면 충전이 가능한 2세대 애플 펜슬.12.9인치와 11인치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 10월 30일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에서.’ 애플의 이벤트 초대장에 적힌 이 문구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왜 뉴욕이지?’였다. 애플 키노트의 공식 베뉴로 자리 잡은 애플 파크도 아니고, 실리콘 밸리의 어느 곳도 아닌, 뉴욕, 그것도 음악 아카데미에서 이벤트를 연다고? 뉴욕에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번 이벤트는 확실히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었다. 초대장에 적힌 ‘더욱 많은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There’s more in the making)’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일단 전 세계 기자들의 초대장 애플 로고가 모두 달랐고(다른 기자의 것은 수채화로 그려진 듯한 사과 로고인가 하면 내 것은 회색의 건축적인 그래픽 아트였다), 애플 CEO 팀 쿡 역시 예술적인 감성을 강조하며 키노트의 문을 열었다. “뉴욕은 가장 활기차고 창조적인 예술 지역인 만큼 애플에게 아주 특별한 장소입니다. 특히 이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는 150년 동안 뉴욕 예술원으로 기능했고 전 세계의 대담하고 진취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 곳이기도 합니다. 애플의 창의력과도 닮아 있지요!” 그 말처럼 이번 애플 이벤트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크리에이티브’일 것이다. 애플의 제품 라인업 중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아이패드 프로다. 애플 펜슬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노트북, 캔버스, 노트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허나 ‘태블릿이 노트북을 대신하는 시대’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어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의구심을 품어온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맥북과 아이패드 프로, 두 제품을 사용 중이지만 다소 진지한 작업을 할 때는 자연히 맥북으로 손이 가곤 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는 그런 오랜 습관과 편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IT 브랜드에서 차세대 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사용하는 ‘완전히 새로운’이라는 수식어에 이토록 공감해 본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디자인이다. 옆 곡면을 플랫하게 다듬어 유선과 직선의 조화를 꾀했고, 그동안 아이패드의 정체성 중 하나였던 홈 버튼을 과감히 삭제해 버렸다. 홈 버튼이 사라졌다는 건 단순히 좀 더 멋있어졌다는 게 아니라 베젤의 두께가 얇아졌다는 이야기이며 터치 ID 대신 페이스 ID가 탑재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 한 달 전 발표한 아이폰 XS 시리즈의 그 페이스 ID보다 오히려 한 수 위라고 느껴질 정도다. 가로 모드와 세로 모드, 아이패드 프로를 어떤 방향으로 들든 알아서 척척 내 얼굴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면 카메라를 가리고 있다는 메시지가 뜨는 섬세함까지 갖췄다. 이번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와 12.9인치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는데, 베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어져 11인치 모델은 스크린이 한결 넓으면서도 기존 10.5인치 모델과 제품 크기는 거의 같다. 하지만 만약 두 모델 중 하나를 고른다면, 12.9인치를 선택하고 싶다. 다소 부담스럽다는 인상을 준 기존 12.9인치 모델과는 달리 디스플레이 사이즈는 동일하면서 몸집이 한껏 날렵해졌기 때문이다. 두께가 겨우 5.9mm에 무게도 600g밖에 되지 않으니, 백팩이 아니라 토트백에 넣어 가지고 다니기에도 알맞다. 그렇다면 디자인 안쪽은? 이건 전통적으로 아이패드의 역할 중 가장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 뷰어로만 사용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정말 ‘프로’들을 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태블릿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노트북을 압도하는 A12X 바이오닉 칩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월등히 향상된 CPU와 GPU, 초당 5조 회의 연산을 수행하는 뉴럴 엔진까지 품었다. 그러니까, 콘솔 게임기에 버금가는 생생한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전문가용 프로그램도 막힘없이 실행되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AR 기어라는 소리다. 팝 아티스트 KAWS와 애플 CEO 팀 쿡.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에어, 맥 미니를 체험해 볼 수 있었던 핸즈온 현장.이번 이벤트의 베뉴인 뉴욕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세 가지 컬러로 출시되는 맥북 에어.게다가, 드디어 라이트닝 단자를 버린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희소식이다. 애플 유저라면 알겠지만 애플은 다소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충전 단자를 고수해 왔는데 아이패드 프로에서 처음으로 대중적으로 호환 가능한 USB-C 포트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카메라를 비롯해 다른 브랜드의 디스플레이와의 연결은 물론, 아이폰을 아이패드 프로로 충전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마지막으로 아이패드 프로를 가장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액세서리인 애플 펜슬 역시 진화했다. 이젠 애플 펜슬을 충전할 때 뚜껑을 빼서 케이블처럼 단자에 꼽아두는 기묘한 모습을 연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아이패드 프로 위에 척 붙이면 끝이다. 어찌나 안정감 있게 달라붙는지 지금 인터넷에서는 아이패드 프로의 자력을 시험하는(냉장고에 마그넷처럼 아이패드 프로를 붙여놓는)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다. 정말 구석구석 ‘아이패드 탄생 이래 가장 큰 변화’라는 자부에 고개를 끄덕일 제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이벤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애플의 마법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분명 나는 전문가용 프로그램을 쓸 일도 없고 그림엔 더더욱 소질도 취미도 없다는 걸 알지만 무작정 갖고 싶게끔, 그놈의 감성을 자극하는 재주 말이다. 핸즈온 공간에서 새로운 애플 펜슬에 더해진 기능 중 하나인 더블 탭, 그러니까 펜슬 옆쪽을 손가락으로 두 번 톡톡 두드려 브러시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쓱쓱 멋들어지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티스트의 시연을 보고 있자니 생전 처음으로 창작욕이 솟아오를 정도였다.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애플이 창의성을 위해 설계했다고 자부하는 또 다른 제품은 역시 ‘맥’이다. 이번 이벤트에서는 사라진 줄 알았던 맥북 에어가 귀환했다. 내 주변의 맥북 유저 중 8할은 맥북 에어를 사용 중인데 일단 예쁘고, 휴대성과 함께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훌륭하다는 게 결정적 이유다. 새로운 맥북 에어는 애플의 화답에 가까웠다. 맥북 에어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400만 화소를 갖춘 선명한 레티나 디스플레이, 전작보다 17배 이상 향상된 그래픽, 터치 ID, 포스 터치가 가능한 트랙 패드, 1분 동안 사진을 2만5000장 전송할 수 있는 성능의 포트 등이 모두 더해졌기 때문이다. 10년 전 스티브 잡스가 처음으로 맥북 에어를 소개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서류 봉투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던 장면 기억하는지. 그처럼 1.25kg밖에 되지 않는 무게와 2cm가량 되는 두께 등 날씬한 정체성은 여전하다. 기존 맥북 에어가 사랑받았던 특성은 유지한 채 가능성만 한껏 끌어올린 셈이다. 이번 맥북 에어의 외부 하드웨어는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들어졌으니, 그것 자체로도 충분히 고무적이다. 이 긴 이야기를 결론짓자면 ‘확장’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새롭게 진화한 맥 미니를 소개하면서 스펙보다 라이브 공연 앱 ‘메인스테이지(MainStage)’나 영상 제작 앱 ‘콤프레서(Compressor)’ 같은 프로그램과의 호환성을 강조했고 맥북 에어를 부활시킨 것 역시 드높기만 한 맥북 라인에 유연성을 더하고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크다. 그리고 아이패드 프로는 어떤 기준으로 생각해도 한계를 넘어섰다. 아이패드, 그러니까 이제까지 태블릿이 가지고 있던 가능성이 무한히 넓어졌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이패드 프로가 대신할 날이 정말 온 것이다. 그것도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아주 창의적인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