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파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아무르, 파티

오트 쿠튀르의 진원지이자 낭만과 서정이 가득한 도시, 파리. 이 매혹적인 공간에서 탄생한 프렌치 패션 판타지

ELLE BY ELLE 2018.11.15

아이코닉한 블랙 드레스에 호화로운 비즈와 시퀸을 장식한 드레스.



해 질 녘의 빛이 내려앉은 센 강의 모습에서 영감받은 쿠튀르 룩.



정교한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아트 피스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 올린 전통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분 좋은 유머를 자연스럽게 조합한 샤넬은 지극히 파리지엔답다. 그렇기에 더욱 애타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름일 것이다.


“하이패션과 오트 쿠튀르의 동의어요? 당연히 파리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파리를 예찬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8세에 처음으로 파리 땅을 밟았다는 그에게 이곳은 여전히 낭만과 판타지로 가득한 유일무이한 도시다.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고풍스러운 건물과 세월의 발자국이 쌓인 투박한 돌길, 시시각각 다채로운 색으로 물드는 파리의 하늘빛은 칼에게 무한한 영감을 선사하며 샤넬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데 뚜렷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파리를 향한 칼의 일편단심은 이번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는데, 진실한 사랑의 마음을 꾹꾹 눌러쓴 한 편의 헌사를 읽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번 시즌 쿠튀르 컬렉션에 등장한 모델 신현지.



이번 시즌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먼저 파리 시내를 그랑 팔레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웅장한 스케일에 넋을 잃게 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와 애서가들의 산실인 문학의 도시답게 센 강을 배경으로 줄지어 선 책 가판대를 배경으로 쿠튀르 룩을 차려입은 모델들이 한 명씩 등장했다. 누군가에겐 그저 값비싼 재료로 완성한 드레스에 불과하지만, 룩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며 설명을 듣는다면 탁월한 기술력과 낭만적인 스토리에 감동하게 될 듯. 칼은 특히 도시를 물들인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에 주목해 컬렉션을 완성했다. 아연 지붕의 연회색부터 아스팔트 거리의 진회색, 일출에 번지는 연보라색과 건물 지붕의 아몬드 그린색까지. 파리의 상징적인 컬러를 옷으로 구현한 점이 돋보였는데, 그중에서도 해 질 녘 센 강의 물결과 달빛이 아른거리는 하늘빛, 퐁데자르 사랑의 자물쇠를 모티프로 한 드레스는 ‘아름답다’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아트 피스 그 자체였다.

유서 깊은 도시의 찬란한 유산이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지탱하는 와중에 칼의 재치가 돋보이는 디테일도 주목할 만했다. 고전적인 무드가 주를 이룬 가운데, 곳곳에 자유롭게 배치된 지퍼 장식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쿠튀르 스타일에 위트를 불어넣었다. 재킷 소매와 바지, 스커트의 지퍼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룩을 연출할 수 있다고 칼은 전했다. “은행에 갈 땐 바지 지퍼를 모두 잠근 채로, 애인을 만날 땐 지퍼를 과감히 열면 좋겠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도 샤넬만의 유머와 감각이 깃들면 이토록 매력적인 스토리가 완성된다. 한편 이번 쿠튀르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한 피날레 신은 그야말로 파격에 가까운 장면으로 SNS 타임라인을 달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흑인 라이징 모델 아두트 아케치(Adut Aketch)가 ‘뉴 브라이드 룩’이라 명명된 아몬드 그린 컬러 드레스를 입고 피날레에 등장한 것(15년 전 알렉 웩 이후 샤넬 역사상 두 번째 흑인 피날레 모델). 이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고 있자니, 샤넬이라는 하우스의 저력을 다시 깨닫게 됐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 올린 독보적인 전통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분 좋은 유머를 자연스럽게 조합한 샤넬은 지극히 파리지엔답다. 그렇기에 더욱 애타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름일 것이다.



델 아두트 아케치가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은 피날레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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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미강
    사진 COURTESY OF CHANEL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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