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입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만화경 같은, 채도를 한껏 올린 컬러가 시신경을 자극한다!::컬러,무지개,색상,컬러풀,패션,엘르,elle.co.kr:: | 컬러,무지개,색상,컬러풀,패션

바스락거리는 갈색 잎과 조금 일찍 저무는 주황빛 태양, 따뜻한 라테 잔에 반사되는 전구 불빛 등 당신이 있는 곳이 서반구라면 밝은 컬러를 밀어두고 깊고 차분한 컬러를 꺼내는 시기가 왔을 것이다. 녹슨 듯한 붉은 컬러와 진득한 버건디, 짙은 이끼를 닮은 녹색, 가을의 숲길을 뒤덮은 컬러를 재현한 샤넬의 2018 F/W 패션쇼. 하지만 그 낙엽들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칼 라거펠트의 런웨이에는 형광빛 나뭇잎 프린트를 입은 회색 코트에 톡톡 튀는 핑크와 강렬한 블루 액세서리를 한 모델들이 당당히 자리하지 않았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가을의 팔레트도 좋다. 하지만 무드를 고양시키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데는 과감한 컬러만 한 게 없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컬러와 기분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시스 마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샌더 락(Sander Lak)의 말이다. 주로 풍부하고 과감한 색상을 선보이는 시스 마잔은 비욘세, 엠마 스톤, 케레라 같은 스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밀레니얼 핑크’ ‘Z세대 옐로’ 같은 ‘세대의 컬러’를 논하는 요즘, 겨울에도 톡톡 튀고 생기발랄한 컬러 팔레트가 유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여름은 밝은 색, 겨울은 어두운 색이라는 낡은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계절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우리가 느끼는 기분이에요.” 샌더 락이 말한다. 패션이 과감한 컬러에 눈뜨기 시작했다기보다 인간의 다양한 무드를 포용하기 위해 팔레트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혹 아직 깨닫지 못한 독자를 위해 덧붙이자면 분노와 즐거움, 남성성과 여성성 같은 모순적인 상태는 서로를 지우지 않아도 공존할 수 있다. 2018 F/W 시즌 프린과 로샤스, 겐조, 발렌티노는 물론, 매튜 애덤 돌런과 수프리야 렐레 같은 신진 디자이너들도 번쩍 눈뜨게 하는 밝은 색상을 사용해 기운을 북돋우는 데 동참했다. 한편 모스키노는 극단적으로 재클린 케네디 여사를 오마주한 모델의 얼굴을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칠하기도 했다. 컬러플한 아이템에 돈을 지불할 명분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과학적 근거를 찾아보자. 선명한 블루와 그린에 노출되면 보는 사람의 기분도 밝아지고 정신이 환기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바로 그런 컬러들이 ‘에너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연구에 의하면 한 컬러가 지닌 파장의 에너지는 피부를 통해 감지할 수 있어 반짝거리는 코트와 형광빛 액세서리를 걸치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겨울을 맞서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뉴욕을 베이스로 한 컨템퍼러리 브랜드들 역시 컬러를 영민하게 활용했다. 눈을 태울 듯 밝은 그린을 보다 부드럽고 편안한 그레이로 보완한 마리암 나시르 자데, 수트에 과감한 컬러의 슈즈를 곁들인 티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슈즈는 과감한 컬러를 도입하기 가장 쉬운 수단이에요.” 마이테레사(MyTheresa)의 바잉 디렉터 티파니 시의 설명이다. “프라다가 이번 시즌 네온 컬러의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시도했죠. 밝은 색의 힐이 돋보이는 프라다 샌들은 이번 시즌을 완전히 사로잡았답니다. 저도 그 샌들을 하루빨리 갖고 싶어요.” 착용감이 좋거나 트렌드의 재부상이라는 효율적이고 명백한 논리를 떠나 컬러는 시즌과 관계없이 언제나 훌륭한 효과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 선보인 과감하고 선명한 컬러의 포스에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하든, 데일리 웨어에 포인트를 더하든, 말 그대로 컬러는 ‘즐기는’ 데 의미가 있으니까. 컬러 매칭에 두려움이 있는 모노크롬 스타일이라면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첫걸음을, 컬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비비드한 원색 패션에 흰색 액세서리를 포인트 삼아 대비를 이뤄보는 것도 올가을을 즐기는 기분 좋은 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