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해로 떠나야 하는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남해가 더욱 매력적인 도시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아난티 남해’가 있다::남해, 아난티, 여행, 가을, 아난티, 국내여행, 아난티남해, 이터널저니, 테이스티저니, 맥주여행:: | 남해,아난티,여행,가을,아난티

호텔 한쪽이 유난히 북적거렸다. 서점이 있었다. 호텔에 서점이라니! 백화점 지하 1층 푸드 코트만큼 규모는 컸고, 책도 서울의 웬만한 서점처럼 많았다. 호텔 서점 한 켠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쭈르륵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거기에 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돋보기 너머로 활자를 읽는 노부부도 있고, 손가락으로 책 속 그림을 가리키며 또박또박 ‘앵무새’ 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곳은 부산 아난티 코브에 있는 ‘이터널 저니’다. 영원한 여행. 어쩜 이름도 이렇게 예쁘게 지었을까! 여행을 떠날 때, 어떤 호텔에 묵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딱히 놀랄 만큼 새로운 것도 없고, 새로울 필요도 없다. 사람들의 여행 방식은 바뀌었고, 다양해졌다. 그만큼 호텔은 달라져야 했다. 수영장이나 헬스장, 그럴싸한 루프탑 바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 호텔을 선택하지 않는다. 여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 2의 집이 필요하다. 아난티의 이만규 대표는 말했다. 그래서 아난티는 ‘마을’이 되었다고.아난티는 클래식하다. 시대에 휘둘리지 않지만, 시대에 뒤쳐지지도 않는다. 얼마 전, 아난티 남해가 리모델링을 마쳤다. 달라진 아난티 남해에는 나무가 더 많아졌다. 작은 공원도 있고, 바다도 있다. 그 사이를 잇는 골목을 따라 걷다 벤치에 앉아 쉬면서 음악을 들어도 좋다. 이색적 풍경이 주는 신선한 충격은 적을지라도 마음에 여운이 남는 일상적 여행이 아난티에서는 가능하다. 가슴을 울리는 여행의 핵심은 콘텐츠의 진정성에 있다고, 이만규 대표는 이야기한다. 어떤 콘텐츠가 호텔에 있으면 좋을까? 재미있을까? 근본적 물음에서 탄생한 콘텐츠는 섬세한 디테일을 갖출 수 있고, 지루하지 않다. 부산 아난티 코브처럼 아난티 남해에도 책방 ‘이터널 저니’가 생겼다. 부산과 달리 두 개 층으로 구성했다. 1층에는 레스토랑과 식료품점이 있다. 이곳은 테마형 공간으로 운영되는데, 특정 여행지를 주제로 그와 어울리는 메뉴와 식자재를 판매한다. 첫 번째 여행지는 스페인이다. 스페인 하면 빠질 수 없는 싱싱한 새우가 들어간 감바스가 있고, 딸리아뗄레 파스타, 남해 유자를 이용한 유자 타르트도 먹을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8천 권의 책이 있다. 책은 주제별로 나뉘어 있다. 특별히 침실과 서재처럼 꾸며 놓은 공간이 있는데, 침실에는 세기의 커플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호텔 방에서 했던 평화 시위 스토리를 담았고, 서재에는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프리다 칼로의 사랑과 폭발적인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책을 두었다. 신간부터 베스트셀러, 있어 보이는 예술 분야 책들을 단순히 나열한 여느 호텔의 라이브러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어디에서 시작했는지에 따라 콘텐츠의 질은 달라지죠. ‘여기저기 호텔에서 라이브러리를 꾸몄는데, 반응이 좋다더라. 우리도 해볼까?’에서 시작한 라이브러리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호텔 밖을 나가지 않아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에서 비롯된 책방은 아마 놓인 책의 종류부터 다를 겁니다.” 이만규 대표가 말하는 콘텐츠의 진정성이란 이런 것이다. 철저하게 여행자가 되어보는 것.      그렇게 시작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테이스티 저니’다. 여행지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객실에 들어왔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은 미니바다. 호텔에서 몇 분 떨어진 마트에서도 볼 수 있는 뻔한 맥주와 음료, 스낵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셰프가 만든 특별한 요리도 아니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가격을 알 수 있는 제품을 2~3배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와인 같은 주류로 돈 벌 생각도 없고요. 그래서 희소성 있는 맥주와 스낵, 음료를 원가에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일종의 룸서비스형 미니바죠.” 이만규 대표의 말대로 테이스티 저니에는 맥주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미국의 ‘부쿠IPA’,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스페인의 ‘수레오’ 등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개성 강한 맥주 8종과 유럽, 미국, 일본에서 공수한 맛있는 스낵과 음료 각 6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테이스티 저니 풀 패키지의 가격은 10만원. 기존 특급 호텔의 미니바와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아난티는 특별하다. 제일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호텔 속에 가장 편안하고 실속 있는 휴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만규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흔히들 ‘호텔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 저는 아난티가 어떠한 규정이나 틀에 박히지 않길 원해요.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사람과 자연, 여행에 집중할 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기억되기 때문이다. 바다를 눈 앞에 두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게으르게 시간을 보냈던 남해 여행도 생전 처음 반짝이는 에펠타워를 본 프랑스 여행처럼 얼마든지 특별하게 기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