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린더’ 소파 for 비트라 2005년 비트라(Vitra)를 위해 ‘폴더’ 소파를 디자인한 후, 꽤 오랜 기간 동안 새로운 소파 디자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헬라 융게리우스. 그녀는 텍스타일 분야의 장인 정신과 다양한 공예 기술이 잊혀간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업계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부터 착수했다. 그 결과 손으로 지은 듯한 유니크한 패턴의 블랭킷이 덮인 ‘블린더’ 소파가 완성됐다.HELLA JONGERIUS전 세계 디자인계에서 실험적이고 기존 이론을 비틀어 생각하는 개념의 ‘더치 디자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네덜란드 디자이너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아온 헬라 융게리우스. 가구, 제품, 도자기, 텍스타일 등 그의 디자인은 분야를 가리지 않으며 특히 색채학자 같은 탁월한 컬러 조합으로 칭송받는다.수많은 직업 중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나는 어릴 때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지 않았다. 우리 집에는 근사한 가구도 없었고, 가족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대신 화가 친구들이 많았는데, 스스로 창작하는 일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동시에 미술은 내겐 너무 추상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좀 더 실용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네덜란드에 있는 산업디자인 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됐다.지금까지 커리어를 쌓는 내내 당신을 이끌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경계를 허물고 영역을 넓히는 것이 나를 이끄는 힘이다. 단지 트렌드만 만들기 위한 작업 혹은 아름다운 것만 만드는 작업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열망이 있다. 나는 잠재의식이 좋은 흐름으로 표출되는 직관이야말로 삶에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이너로서 실용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사업가적 재량과 기술도 있어야 한다.만약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을까 열두 살이었을 때 사람들이 내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히피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아마도 히피가 돼 있던가 혹은 히피가 되려는 중이었을 거다!오늘날 디자인계에 있는 여성들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남성적 태도를 지닌 여성 디자이너들을 아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스러운 면이 많은 남성 디자이너들도 봤다. 우리는 젠더 중립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인 내가 볼 때, 우리는 그런 인습에서 많이 해방됐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여성 디자이너의 숫자가 남성보다 적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나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과 일한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그들과 함께 갈 것이다.더 밝은 미래를 위해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디자이너로서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 서 있는 필터 역할에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텍스타일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생산이란 문제는 나 혼자 해결하기에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작품 형태로서라도 환경운동에 공헌하고 싶다. 지금과 같은 패스트 패션 시대에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널리 알리고, 전통적인 텍스타일 산업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싶다.밀란 디자인 위크가 디자인계에서 특별하고 영향력 있는 행사가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밀란 디자인 위크는 디자이너들이 지난해에 어떤 일을 했는지 그 결과물을 내놓는 축제다. 또 각 브랜드가 현재 주력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트렌드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매년 열리는 다른 박람회도 많지만, 여기 밀란에서는 모두가 가장 진지해진다.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은?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는 어떤 곳들인가 최고의 조건은 신뢰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나에게 연구할 시간과 자유를 주는 회사들. 그리고 돈 또한 아주 중대한 문제다. 내가 받는 돈이 아니라, 회사가 내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말이다. 또 회사 분위기가 서로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 때, 경계를 허무는 획기적인 디자인이 더 쉽게 나온다.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은 텍스타일 분야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디자인 산업 안에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다. 원단 염색, 원사 생산, 수많은 소규모 공장과 제작소가 유럽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디자이너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