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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표 도시, 베를린과 뮌헨은 어떻게 반려동물의 천국이 됐을까? ::독일, 베를린, 뮌헨, 반려견, 반려동물의, 천국, 그뤼네발트호수, 전용비치, 펫프렌들리, 펫티켓, 엘르, elle.co.kr:: | 독일,베를린,뮌헨,반려견,반려동물의

반려견 전용 비치, 그뤼네발트 호수.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달린 댓글이나 길에서 마주친 아이들이 종종 곰이 아니냐고 묻는 이 개의 이름은 브래디. 초콜릿빛의 래브라도레트리버다. 나이는 견생 10세. 인간으로 치면 나이 지긋한 70대 어르신이다. 그렇다 보니 장난감 놀이 따위엔 웬만해선 관심이 없다. 집에선 보통 바닥 혹은 소파 위에 드러누워 자거나 TV를 본다. 그의 육중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건 바로 밥! 배꼽시계가 얼마나 정확한지, 아침저녁으로 식사 시간이 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륜 있는 재롱을 부린다. 브래디는 독일 남동부의 도시 뮌헨에 산다. 브래디의 주인인 내 친구는 브래디를 두고 긴 휴가를 떠나야 할 때면 어김없이 내게 SOS를 청하고, 나는 기꺼이 이를 수락한다. 베를린에서 기차로 한두 시간이면 닿는 거리, 아름다운 알프스와 바이에른 호수, 클래식한 낭만과 여유가 넘치는 뮌헨은 한동안 머무르기에도 매력적인 도시니까. 그리고 두 번의 ‘도그 시팅(Dog Sitting)’을 경험해 본 바, 뮌헨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여행하기에도 최고의 도시다. 브래디와의 하루는 다음과 같다. 오전 6시 반. 침실 문을 열면 문 앞에 낮은 포복자세로 기다리고 있던 브래디가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긴다. 아침 산책 시간이다. 이곳엔 배변 판이 없다. 반려견이 볼일을 보는 곳은 오로지 ‘밖’이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하루에 최소 세 번 반려견과 산책 시간을 갖는다.브래디는 영국정원 산책중.목줄을 하고 얌전히 트램에 탄 브래디.뮌헨을 비롯한 독일 어디서든 주택가라면 녹지를 쉽게 찾을 수 있기에 인식표를 단 목줄을 두르고 집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용변을 본다. 대변 봉투를 미리 챙겨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반려견 출입이 허용된 공원에서는 배변 봉투 박스를 찾을 수 있다. “어머, 최상의 복지국가다운 무상 보급?”이라며 감탄할 필요 없다. 독일에선 반려동물도 세금을 내야 하니까.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맹견이 아닌 반려견이 연간 지불하는 평균 세금은 100유로(한화 약 13만원).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아침과 점심을 먹고 나면, 다음은 오후 산책이다. 브래디의 건강을 위해 근교 공원에서 1~2시간가량의 긴 산책을 즐긴다. 뮌헨에는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근사한 공원과 정원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곳을 꼽자면 뮌헨을 가로지르는 이자 강변과 최대 규모의 공원인 영국 정원, 올림픽 공원 아닐까. 게다가 이자 강변을 따라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늘어서 있고 영국 정원과 올림픽 공원엔 비어 가든이 마련돼 있으니, 함께 나온 ‘인간’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셈!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산책 시간. 아침 산책과 마찬가지로 밤 10시쯤 배변을 목적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주말엔 브래디와 함께 전철 혹은 기차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슈탄베르거 호수 등 근교 명소를 탐험하기도 한다. 알프스 산을 배경으로 드리운 영롱한 호수에서 반려견과 함께 걷고 수영하는 주말이라니, 얼마나 완벽한가? 그러니 만약 반려견 가족을 두었거나 둘 예정인 사람이라면 꼭 한번 독일을 여행해 보길 권한다. 독일은 반려견이 목줄 없이 산책하고, 강과 호수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며, 대부분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반려견의 천국’이니까. 한편으로는 천국이 될 수 있던 이유를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그 중심엔 엄격한 규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1993년 동물보호법을 세계 최초로 실정법으로 제정한 나라다. 독일 동물보호법 제1조 1항은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당연히 가족을 입양하는 절차는 까다롭다.‘반려견은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식료품점은 반려견 출입이 금지되는 보기 드문 장소다.연방제인 독일은 주마다 다른 정책을 가지고 있는데 작센 주의 견주는 정부의 입양 자격시험까지 치러야 한다. 시험을 통과한 후에도 모든 가족이 동의했는지, 반려견의 몸집에 맞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산책 가능한 횟수와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도 심사를 받게 된다. 10년 넘게 반려견 산책사로 활동했다는 안네는 주마다 다른 정책도 잘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공원에서 반려견을 풀어놓는 것을 금지하는 주도 많아요. 목줄 없이 산책했다면 ‘자흐쿤데베샤이니궁(Sachkundebescheinigung)’을 소지한 경우예요.” 이는 반려견이 충분한 행동 교정 훈련을 받았으며, 견주 또한 반려견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다는 증명서다. 이를 받기 위해선 반려견뿐 아니라 견주 또한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성숙한 ‘펫티켓’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발전 중인 한편,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와 제도는 미비한 우리가 한 번쯤 꼭 생각해 봤으면 하는 문제다. 행복한 공존에는 그만큼의 책임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인 도시 베를린은 어떨까? 놀랍게도 질 샌더의 F/W 신상이 걸려 있는 셀렉트 숍, 갤러리 오프닝, 공유 오피스, 크래프트비어 브루어리에서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베를리너들을 만날 수 있다. 어디를 가도 반려동물과 함께이니 ‘펫 프렌들리’라는 개념조차 희박할 정도다. 서울에서라면 가게 앞에 붙은 ‘펫 프렌들리’ 사인이 오아시스처럼 느껴지겠지만 말이다. 모두가 나와 다른 생물을 존중하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반려견과 함께 베를린 여행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베를린 시 홈페이지(www.visitberlin.de/en/berlin-dog)에서 반려견 관련 여행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길.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다. 혹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반려견과 함께 살진 못하지만 길에서 산책하는 ‘남의 개’만 봐도 자동 미소가 지어지는 도그 러버라면? 베를린에서 뭘 할지 여행 계획을 세울 필요 없다. 천진한 얼굴로 계절을 만끽하는 작은 생명들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테니까.베를린 단골 바 주인의 반려견. 종종 함께 출퇴근을 한다.멍멍! 베를린 ‘견’들의 핫 플레이스프리드리히스하인 시민 공원 베를린에는 반려견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자유구역 (Hundeauslaufzone)이 많다. 다른 반려견들과 함께 운동하며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운동 지역’도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베를린에서 가장 예쁜 공원인 프리드리히스하인 시민 공원처럼.그뤼네발트 훈데슈트란트 베를린 남서쪽에 위치한 숲 그뤼네발트. 이곳엔 반려견들을 위한 전용 수영 구역인 훈데슈트란트 (Hundestrand)가 있다. 꽤 넓은 데다 수영 구역도 세 곳이나 된다. 그야말로 반려견들의 여름 피서지.하우프슈타트훈트 반려견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찾고 있다면 하우프슈타트훈트 (Haupstadthund)로. 오거닉 사료와 간식, 직접 제작하는 목줄과 가슴줄, 장난감과 반려견을 위한 가이드북 등 모든 게 있다. 반려견 기념 촬영도 가능.서다희 'NEXT CITY GUIDE' 기획자. 10년 넘게 여행 기자로 산 뒤 현재 베를린에 거주 중이다. WWW.nextcitygu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