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스마트폰과 되도록 멀리 떨어진다. 잠깐 집 밖에 나갈 때면 스마트폰을 두고 나가고, 가끔 PC 카톡을 확인할 뿐이다. 어떤 엄청난 깨달음이나 자각에서 비롯된 행동은 아니다. 평일 내내 스마트폰을 쥐고 살다 보니 언젠가부터 주말이면 폰이 꼴도 보기 싫어졌을 뿐! 장시간 비행을 앞두고 스마트폰을 ‘비행 모드’로 전환하고 공식적인 ‘연락 받을 수 없음’ 모드가 됐을 때의 기분이 또 얼마나 홀가분한지, 아는 사람은 알 거다. 요즘 어떤 항공사들은 기내에서도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던데…. 제발, 안 그러면 안 될까? 다행히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이 아닌 것 같다. 런던의 패션 저널리스트 판도라 사익스는 용감하게도 파리패션위크 동안 인스타그램 휴식을 선포했다. 쏟아지는 사진과 스토리 속의 수많은 비주얼에 오히려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데스크톱에 앉아 패션쇼 리포트를 읽고, 스트리트 스타일 스냅들을 꼼꼼히 살피며 트렌드를 분석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택했다. 현재 그녀는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만 SNS 피드를 살피는 삶을 영위 중이다. 패션 인플루언서 카미유 샤리에르는 자신이 한때 배터리가 떨어지면 당장 충전기를 구매해야 할 정도로 스마트폰 중독자였음을 고백한다. 그녀가 세운 규칙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둘 것, SNS는 이틀에 한 번만 업로드할 것! 세 달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셀레나 고메즈는 당시의 경험을 “그 어떤 때보다 심신이 상쾌하고, 진정되며, 회복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는 1억3800만 명에게는 실망스러운 나날이었겠지만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의 심신을 갉아먹는 건 스마트폰 자체라기보다 그를 통해 시시때때로 접속하게 되는 과도한 정보다. 디지털 심리학자 내털리 나하이는 이 행위가 도박 기계의 작동 방식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버튼을 누르는 작은 동작은 본질적으로 만족감을 주지 못해요. 오히려 불안감을 유발하죠.” 어쩌다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고서는 화장실에 간 친구나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걸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국내 LTE 스마트폰 가입자 1명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처음으로 월 7GB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한 디지털 연구 기관이 작년 10월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63%가 ‘소셜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자와 이모티콘, 이메일 때문에 사람들이 대화하는 법을 잊어간다는 주장도 있다. 적절한 말을 골라 설명하기보다 내 심정을 대변하는 유료 이모티콘을 결제하는 게 더 간편한 건 사실이니까. 과학 저널리스트 캐서린 프라이스가 쓴 <핸드폰과 헤어지는 법 How to break up with your phone>은 뇌와 스마트폰 사이에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스마트폰을 당장 달리는 차에서 던져버리라는 게 아니에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아닌 ‘전자 제품’으로 취급하라는 거죠.” 그녀는 스마트폰 중독을 둘러싼 끔찍한 통계에 겁먹지 말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전 12초였던 인류의 평균 주의지속시간이 현재는 8초로 떨어졌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인지심리학자 제마 브릭스는 인스타그램이 우리의 집중력 지속 시간을 서서히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현대 사회의 그릇된 통념’이라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집중력이나 두뇌에 손상을 입힌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건 멀티태스킹을 할 경우 집중력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는 거죠. 이건 집중력이 사라지는 것과는 달라요. 여러 일을 하기 위해 뇌의 전환이 빨리 이뤄지다 보니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이 말대로라면 우리는 TV를 보면서 간식을 집어먹고, 옆에 앉은 고양이를 쓰다듬다가 핸드폰 게임에 접속하는 스스로의 산만함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카미유 샤리에르의 입장도 같다. “디지털을 완전히 부인하는 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나 다름없어요. 스마트폰을 좀 덜 중요하게 취급하려고 노력하는 걸로 충분하죠.” 하긴, 소셜 미디어가 정말 재미있던 적도 있었다. 놀라운 정보를 평등하게 제공받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관심 가는 상대를 염탐하며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받던 시절.다행히도 더 강력하게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던 디지털 산업들도 절충의 필요성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연말 페이스북이 선보인 스누즈(Snooz)는 30일간 해당하는 상대의 게시물을 내 타임라인에 보여주지 않는 기능이다. 선거 기간 동안 특정 정치인의 게시글마다 ‘좋아요’를 누르는 친구에게 잠시 안녕을 고하면 되는 거다. 지난 5월 구글이 연례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안드로이드P 베타’ 시스템은 어떤가. 설정해 둔 취침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 화면이 흑백 모드로 바뀌는 ‘윈드 다운’ 기능, 착신과 문자, 메신저 알림을 끄는 ‘방해 금지’ 모드는 지금 당장 써보고 싶을 정도다. 구글의 CEO 선다 피차이는 ‘(정보를) 놓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라’는 말까지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6월, 애플도 앱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앱 리미츠 기능이 핵심인 ‘iOS 12’를 공개하며 그 뒤를 따랐다. 혁명가들도 있다. 2017년 피처폰 노키아 3310을 재출시한 노키아는 예상보다 7배나 높은 판매량에 회답하듯 올해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으며, ‘Punkt’라는 이름의 스위스 회사는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는 기능만 갖춘 전화기를 만든다(계산기처럼 생긴 이 폰은 생김새도 꽤 시크하다). “몇 년 전에는 온라인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실생활이 온라인으로부터 벗어나는 도피처럼 느껴지죠.” 선지적인 한 트위터리언의 말처럼 다시 실제 삶에 집중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과의 한때를 담거나, 즐거웠던 여행의 기억을 갖가지 사진 앱으로 남기는 것까지 포기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얼마 전 새로운 합의점을 찾았다. 어영부영 스마트폰을 보면서 출퇴근 시간을 보내는 스스로를 자책하느니, 차라리 전자책 단말기를 사기로 한 거다. 충전할 전자 기기가 하나 더 늘어났고, 종이 책을 배반한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그래도 한동안 놓치고 살았던 문장과 사고들을 다시 발견하게 됐으니 이만하면 꽤 괜찮은 공존 아닐까? KEEP OUT! 다음 단어에 해당한다면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할 때다.스몸비(Smombie)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을 가리킨다.퍼빙(Phubbing) 누군가와 함께하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상대방을 신경 쓰지 않는 행위.포모 증후군(FOMO Syndrome)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 무엇을 놓치거나 어떤 것에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강박증을 의미한다.사이드바(Sidebar) 당사자가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그 사람에 관한 메시지를 비밀리에 주고받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