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서 숨쉬고 싶어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비엔나 모더니즘과 그 시대 주역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여행::비엔나,모더니즘,여행,에골실레,쉴레,레오폴드미술관,오토바그너,클림트,카페뮤지엄,프라터,팔멘하우스,줌슈바르첸카멜,푸어가슬-후버,오스트리아,엘르,elle.co.kr:: | 비엔나,모더니즘,여행,에골실레,쉴레

레오폴드 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 기관과 레스토랑, 바 등이 모여 있는 뮤지엄 쿼터(MQ). 에곤 실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레오폴드 미술관. 비엔나는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예술의 나라에 대한 로망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비엔나는 그간 내게 런던이나 파리처럼 ‘단일 목적지’가 되는 도시는 아니었다. 한국의 많은 여행자들이 유럽 여행 중 ‘하루나 반나절’ 들러가는 곳으로 비엔나를 방문하는 것처럼.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여행은 유럽의 매력적인 도시에 대한 내 마음속 순위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비엔나로 나를 이끈 첫 번째 키워드는, 현대 유럽의 가장 중요한 예술 문화 사조 중 하나로 꼽히는 ‘비엔나 모더니즘’. 1900년경 세기말의 비엔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곳이었다. 미술, 문학, 건축, 심리학, 철학 및 사회 전반에서 다채로운 변화의 물결이 있었고,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예술가들을 선두로 한 ‘비엔나 모더니즘’이었다. 클림트가 그린 초상화들, 현대 수도에 대한 바그너의 아이디어, 모저의 디자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말러의 현대교향곡 등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것들이다. 오스트리아 응용 미술관(MAK)의 정원. 오토 바그너가 설계한 아파트 건물. 깔끔하고 대칭적인 라인, 금박 외관 장식 등이 특징이다.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이 오갔던 커피 하우스, ‘카페 뮤지엄’에서 마시는 비엔나 커피 ‘멜란지’.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 프라터.특히 올해는 1918년 나란히 세상을 떠난 구스타브 클림트, 에곤 실레, 오토 바그너, 콜로만 모저, 비엔나 모더니즘의 주역 4인방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진행 중이다. 맨 앞의 두 화가는 우리에게도 너무도 익숙한 이름. 비엔나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벨베데르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클림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 대표작 ‘키스’ 앞에서 똑같은 포즈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커플의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클림트가 여성을 탐구하고 에로티시즘을 예술로 승화했다면, 에곤 실레는 인간의 욕망과 공포를 거칠게 표현했다. 레오폴드 미술관에는 28세로 요절한 이 천재 아티스트의 어둡고 황홀한 걸작이 가득하다. 비엔나 모더니즘은 단지 미술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다. 콜로만 모저는 지금으로 따지면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할까? 다재다능함이 어느 정도였냐면 벽지부터 책, 가구, 무대, 포스터와 로고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분야가 없다. 비엔나 미술관 카스플라츠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통해 알게 된 건축가이자 도시설계가 오토 바그너의 작업은 이번 여정의 수확 중 하나였다. 실용성의 시대가 온다는 걸 감지하고 기존 스타일을 과감히 깬 건축양식을 고안한 그는 평생을 수도 비엔나의 새로운 외관을 만드는 데 헌신했다. 비엔나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바그너와 그 후예들이 만든 건축물과 마주칠 수 있다. 이처럼 비엔나 모더니즘은 단지 고색창연한 과거의 기록에 머물러 있지 않다. 레오폴드 미술관이 자리한 MQ 광장에선 젊은이들이 여름의 낭만을 즐기고, 그 시절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을 즐겼던 커피 하우스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는다. 왕궁 온실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 팔멘 하우스.비엔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펍, 푸어가슬-후버.비엔나가 품고 있는 위대한 예술가의 흔적을 모두 만나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겠지만, 그것이 이 도시를 즐기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가이드북을 덮고 오늘을 살아가는 비엔나 사람들의 방식대로 살아보기. 비엔나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머서(Mercer)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무려 9년 연속 선정된 곳 아니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여기 저기 탁 트인 싱그러운 초록빛이다. 비엔나는 유럽에서 녹지공간이 가장 잘 조성돼 있는 곳으로 숲과 공원, 정원이 도시 전체 면적의 반을 차지한다. 비엔나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250m 높이의 다뉴브 타워에 올라가면 비엔나 올드 시티와 녹지대, 도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일요일 오후에 찾은 올드 다뉴브의 풍경. 느릿하게 흐르는 초록 강물을 따라 가족,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보트를 타거나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2013년에 완공된 비엔나 경제경영대학의 새로운 캠퍼스를 찾은 것도 비엔나의 현재를 엿보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자하 하디드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6명의 건축가들이 설계한 각각의 건물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무료에 가까운 학비를 내면서 이렇게 그림처럼 멋진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슬쩍 질투가 날 정도였다. 비엔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는 바로 와인! 비엔나가 수도에 와인 생산 재배지가 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란 걸 아는지? 비엔나를 포함해 오스트리아에서 나는 와인은 전 세계 포도주 생산량의 1%에 불과해, 사실상 여행할 때가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오스트리아 대표 화이트 와인 품종인 ‘그뤼너 벨트리너’, 서로 다른 품종의 포도를 같은 포도밭에 혼합 재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탄생한 ‘게미슈터 잣츠’ 등 오직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비엔나 와인의 맛과 개성에 푹 빠져보길. 여행의 마지막 날, 비엔나 교외에 자리한 전통 로컬 펍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와이너리를 배경 삼아 가졌던 저녁 식사는 추억의 끝을 장식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에이즈 자선행사인 ‘라이브 볼’, 매년 여름 진행되는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 ‘도나우인셀페스트’ 등 비엔나를 다시 찾을 핑계는 얼마든지 많다. 이 작고 예쁜 도시를 떠나는 길이 그리 아쉽지만은 않았던 이유다.비엔나 경제경영대학 캠퍼스에서 마주친 자하 하디드 설계 건물. 비엔나 시민들의 여유로운 주말을 구경할 수 있는 올드 다뉴브.MAKE A RESERVATION팔멘하우스 왕궁 정원 내 온실을 개조하여 만든 레스토랑. 매력적인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로 비엔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피 하우스 중 하나로 꼽힌다. www.palmenhaus.at줌 슈바르첸 카멜 1618년부터 이어진 오랜 역사와 높은 미식 수준을 겸비한 레스토랑. 수많은 예술가와 유명 인사들이 찾았던 곳으로, 이번 여정에서 최고의 식사를 맛봤다. www.kameel.at푸어가슬-후버 3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는 와이너리로, 직접 만든 와인을 판매하는 펍 ‘호이리게’를 운영하고 있다. 정겨운 분위기, 푸짐한 메뉴가 일품. www.fuhrgassl-huber.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