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차 탈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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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차 탈래?

전기차를 선택한 자동차 전문 기자와 디젤차를 선택한 스타일리스트의 이야기

ELLE BY ELLE 2018.06.24

테슬라 ‘모델 S P100D’ 세련된 디자인은 빼고라도, 강력한 듀얼 모터가 내뿜는 힘으로 제로백이 무려 2.5초에 불과하다. 최고시속은 250㎞, 1회 충전주행 거리는 424㎞로 국내인증 기준으로 1위.



재규어 ‘i-PACE’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0kg.m로 스포츠카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유럽 기준으로 480km, 50kWh DC 충전기 이용 시 90분 만에 80% 충전 가능.



“근데 정말 신기한 게,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를 몰고 있으면 옆에 마이바흐가 와도 안 쫄려. ‘난 환경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부심 같은 게 막 생겨나고. 신기해!” 그간 700여 대의 내연기관 차를 갈아치운 자동차 전문 기자 A가 1년 전 국산 전기차를 구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꽤 비관적이었다. “자동차 전문 기자가 ‘차알못’도 아니고 그런 차를 대체 왜?” “사고 나면 어쩌려고, 좀 더 안전한 차를 사야 하는 거 아냐?”로 요약되는 주변의 소란은 전기차보다 위험 부담이 높은 ‘1세대 국산 전기차’에 대한 우려에 가까웠지만, 다시 자동차를 산다면 친환경 차를 선택하리라는 개인적 다짐과 맞물리는 행보였다. 한편, 테슬라의 모델 S를 신청했다가 가족의 만류와 국내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전기차 테스터’를 포기한 스타일리스트 B는 최근 디젤 엔진이 달린 해외 SUV 차량을 구입했다. 나 역시 예전부터 좋아하던 모델이었지만 미세 먼지로 신음하는 2018년의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고, 덜컥 고가의 디젤 신차를 계약한 B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순 없었다. 물론 그녀의 반박, 그러니까 충전기 비용이 수백만 원에서 1000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이고, 개인이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아파트 입주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절차적 번거로움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전기차 오너를 꿈꾸던 그녀가 공해 제조기인 디젤차라는 극단의 선택을? 이쯤에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보면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으로 내연기관만 얹은 신차의 종말을 예고했다. 그러니까 가솔린차, 디젤차는 해당 국가가 정한 기한 이후부턴 도로 위를 달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제조사들은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2025년까지 친환경 차종을 늘릴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GM은 전기차 올인 전략을 발표했고 포드와 볼보,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이미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다. 한편 폴크스바겐, 다임러-벤츠, BMW 역시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겼는데, 폴크스바겐은 현재 4만 대 수준인 생산 능력을 연간 300만 대까지 늘리겠다며 삼성SDI, LG화학, 중국 CATL 등과 26조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자동차 업계가 ‘고 일렉트릭(Go Electric)’을 부르짖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신차 기준으로 2016년 중국 시장의 규모는 미국과 일본, 독일을 합친 것보다 컸는데, 이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시장 결정력이 해가 갈수록 강력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중국에서 지난해 ‘전기자동차 할당제’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했다가 독일 정부와 독일 자동차 기업의 ‘간절한’ 요청에 따라 2019년으로 연기한 이 제도는,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의 의무 비중을 1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2017년 중국에서 판매된 승용차는 약 2400만여 대, 그렇다면 2019년부터 이 수치의 10%인 약 24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 수가 약 61만 대인 것을 감안해 보면 폭발적 수준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수치다. 문득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는 <슬램덩크> 명대사가 떠오르는 것은 이 제도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재편할 방아쇠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코나 EV’ 완전 충전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 405.6㎞ 즉,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 운행이 가능한 저력의 모델.



기아자동차 ‘니로 EV’ 1회 충전으로 최대 380㎞ 이상 주행 가능한 장거리 모델과 240㎞까지 주행할 수 있는 도심형 모델로 나눠 7월 출시될 예정.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 기업과 국가 지원 사업은 이 리바운드를 기를 쓰고 잡고 있을까. 아직 수소차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이곳엔 탈내연기관을 지향하는 해외 기업들의 ‘떨이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2년 후 자신의 차가 단종된다는 소식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이에 동조하는 모습도 보인다. 상대적으로 환경과 차량 유지비에 대한 고민을 의식적인 소비로 이으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된 환경부의 전기차 국고보조금(올해부터 차량 성능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차종별 국고보조금은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홈페이지(www.ev.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산이 확대됐고 보조금 지원 사업에 동참하는 지자체도 약 100곳으로 늘었다. 충전기 설치 지원 사업과 같은 인프라 구축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증가한 수요에 비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이다(물론 보조금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고). 그동안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아이오닉’. 현대차는 올해 ‘2018년형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함께 1회 충전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코나 EV’를 출시하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쏘울 EV’와 ‘레이 EV’로 꾸준한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기아차는 올 7월 1회 충전으로 최대 380㎞ 이상 주행 가능한 ‘니로 EV’를 두 가지 모델로 출시한다. 뿐만 아니다. BMW의 ‘i3’, 쉐보레의 ‘볼트EV’, 닛산의 ‘리프’, 테슬라의 ‘모델 S’에 이어 재규어의 프리미엄 전기차 ‘i-PACE’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자동차 시장의 변화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내 차는 2000원어치 충전하면 200km를 달려. 신세계지. 난 이제 내연기관 자동차는 타기 싫어. 지금 출시되는 1세대 타다가 2020년 이후 제대로 된 SUV가 나오면 갈아타고 싶어. 가격은 비싸지겠지. 그래서 지금 저렴할 때 실컷 타는 것도 소심한 지혜랄까.” A가 털어놓은 저렴한 유지비는 전기차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한국전력공사가 내놓은 전기차의 가정용 완속 충전기 요금은 전기 사용 부하 시간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1kWh당 57.6원~232.5원이다. 한 달 동안 총 1800km를 주행했을 때, 1kWh당 평균 6km를 가는 전기차에겐 300kWh가 필요하다. 따라서 충전 비용은 한 달에 2만6885원~7만9255원(충전 요금은 충전기, 차량 재원에 따라 달라진다)으로 아주 매력적이다. 이런 이슈와는 상관없이 나는 당분간 ‘뚜벅이의 삶’에 충실하겠지만, 앞으로 탈것을 소비하는 우리의 선택이 되도록 친환경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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