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똑!’ 아침 댓바람부터 가족 단톡방이 부산하다. ‘파프리카가 만성 염증을 줄여준대. 많이 먹으렴~’ ‘딸아, 육류보다 채식 위주의 식단 유지!’ ‘여보, 삼겹살 자제하세용~ 굽거나 튀기지 말고 삶아 먹기!’ ‘해독 주스가 좋다는데?’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는 건강염려증 말기 엄마의 메시지는 둘째치고, 각종 케이블, 종편 채널에서 방영하는 건강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 이걸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심지어 좋다는 식재료들을 죄다 챙겨 먹다가는 하루에 1만 칼로리를 찍겠구나 싶을 지경. 심지어 며칠 전 들은 정보는 금세 호떡처럼 뒤집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처럼 말이다.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가정의학과 교수 요니 프리드호프(Yoni Freedhoff)는 이런 현상의 핵심에 ‘두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건강에 필요한 모든 걸 단순화하고 싶어 해요. 음식을 몸에 나쁜 악당 아니면 몸에 좋은 영웅으로 양분해서, 이 음식이 몸에 안 좋으니 피하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할 뿐이죠. 가령 탄수화물은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탄수화물은 몸에 나쁘다’는 헤드라인이 더 자극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처럼요.” 밴쿠버의 영양학자이자 TV 쇼 <도시 채식주의자 The Urban Vegetarian> 진행자인 데저리 닐슨(Desiree Nielsen)에 따르면, 식품 영양에 대한 지식은 건조하고 복잡하며 학술적인 반면, 소셜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다이어트 법은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 보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칭 웰빙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상적인 삶’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진정한 웰빙은 남들 보기에 그럴싸한 노력이 아니에요. 인간으로서 신경 써야 할 기본적인 측면에 관한 것이죠. 물 마시기, 채소와 육류를 균형 있게 먹기, 자연 속에서 산책하기 등 너무나 단출해 매력적이기는커녕 초라하게 느껴질지라도 건강을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들이죠. 리얼리티는 이런 거예요.” 건강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각종 신박한 다이어트 법들과 느릅나무, 유근피, 곰보배추, 돼지감자 등 이름이 낯설어 괜스레 몸에 더 좋을 것 같은 식재료들. 결국 그 ‘그럴싸함’에 현혹돼 정작 기본을 놓치고 있진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SNS에서 회자됐던 각종 식습관 트렌드들을 가감 없이 분석해 보려 한다. 요점은 무엇인지, 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어떤지, 얼마나 기본에 충실하고 견고한 방법인지. Whole 30 ‘모든 당분과 곡물, 술, 콩, 유제품은 물론 MSG를 30일 동안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시켜 어떤 식품이 내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홀 서티’다. 한 달이 지난 후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부터 몸을 리셋한 뒤 차츰 음식량을 늘려간다. Experts’ advice 체중 감량에 치우쳐 있기보다, 음식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특히 정크푸드를 즐겨 먹는다면 식단에서 가공음식을 몰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체할 식단에 대한 계획 없이 맹신했다가는 오히려 영양 부족을 일으킬 수도. 알레르기 테스트 같은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한 부분이다.Intermittent Fasting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방송인 최화정이 유명한 ‘대식가’임에도 불구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16시간 간헐적 단식’임을 고백한 바 있다. 좀 더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단식을 통해 몸에 가벼운 스트레스를 줘 세포 방어와 대사를 강화하는 방법.Experts’ advice 혈당과 소화 기능은 음식이 공급되고 중단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법.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거나 이것이 견디기 수월하다면 모를까, 애써 배고픔을 견뎌낼 필요는 없다. 마음껏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면서 비참해질 바에야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는 편이 낫다.Keto Diet 탄수화물을 20g 미만으로 제한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 우리 몸에서 연료로 쓰이는 포도당이 부족할 경우 체내 저장된 지방을 사용하는데, 이를 일명 ‘케토시스’ 상태라 부르는 데서 온 명칭이다. 버터와 베이컨을 장려하는 실리콘밸리 다이어트, 초지 방목 버터를 넣은 ‘방탄 커피’의 열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Experts’ advice 여름을 앞두고 비키니를 입기 위해 1, 2주 동안 바짝 할 수 있는 방법이 결코 아니다. 일관된 원칙으로 한 달 이상 엄격히 유지해야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를 30g 정도로 줄인다 한들 이는 사과 한 알에 해당하는 정도.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니고서야 젤리 몇 알 또는 바나나 한 개 정도만 먹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Whole Food Plant-based WFPB라는 약자로 불리며 2018 주요 식품 동향으로도 선정된 일명 ‘자연식물식’은 채식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가공식품, 동물성 식품을 최대한 피하고 곡물은 도정하지 않은 채로 섭취하며 최대한 열을 가하지 않은 자연 상태 식품 그대로 섭취하는 것. 원시시대처럼 먹는 것과 다름없다 생각하면 쉽다. Experts’ advice 염분이 높지 않고 기름기가 없는 식단이기 때문에 현대인의 고질병인 심장질환, 성인병,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학조미료에 익숙해진 입맛에서 벗어나 재료 본연의 매력을 살린 맛을 느낄 수 있다. 채식이 ‘신념’에 따른 식습관이라면 WFPB는 ‘건강’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이 차별점. Vegetarian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돼지, 소, 닭 수백 마리가 산 채로 땅에 매장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육류 소비를 줄이자는 주장은 비단 성인병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이유뿐 아니라 윤리적, 환경적 이유 때문에도 큰 지지를 받는다. 붉은 육고기만 거부하되 우유, 달걀, 생선 정도는 허용하는 폴로 채식(Pollo), 우유, 달걀, 생선까지만 허용하고 닭, 오리도 거부하는 페스코 채식(Pesco), 채소 위주로 먹되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도 있다. Experts’ advice 처음부터 완전히 채소만 고집하는 비건(Vegan)이 되는 건 어려울 테니 하루 한 끼 또는 특정 기간 동안만 비건 식단을 지켜 서서히 익숙해지는 편이 좋다. 육류를 택할 땐 방목해서 키운 가축인지, 계란을 구입할 땐 방사란인지를 확인하는 등 윤리적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몸과 정신까지 건강해질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