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일터를 찾아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기'라는 직장인들의 오랜 판타지를 제대로 실현해 준 공유 오피스 ::공유사무실, 오피스, 공간, 디지털노마드, 사무실, 위워크, 워크체인저, 엘르, elle.co.kr:: | 공유사무실,오피스,공간,디지털노마드,사무실

글 쓰는 사람 중에 ‘자기만의 방’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나 또한 그랬다. 모든 책이 완벽하게 정리된 책장으로 둘러싸인, 큰 책상이 있는 방. 작은 1인용 소파도 있어서 일하지 않을 때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방 한 칸을 작업실로 쓰게 됐을 때, 내 환상은 완전히 깨졌다. 상상만큼 완벽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책상과 책, 소파가 있는 꽤 그럴듯한 공간이었음에도 급한 마감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방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방은 작업실이라기보다 언제든 세수하지 않은 얼굴로 잠옷을 입고 출입할 수 있으며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를 기다리는 편안한 침대가 있는, 집의 일부였던 것이다. 일과 일상을 분리하지 않으면 아주 빠른 속도로 일상을 망치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일까지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집과 작업공간이 분리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당장 외부에 작업실을 구할 수 없었던 나는 카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노트북과 함께라면 큰 어려움 없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글 쓰는 일의 장점이다. 콘센트와 커피만 있다면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다(물론 세상의 끝이라도 인터넷은 필수다). 하지만 낮에는 카페, 밤에는 집에서 메뚜기처럼 노트북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일하는 방식은 얼핏 자유로워 보이는 것과 달리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노트북을 펴는 것과 동시에 일 모드로 들어갈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 하지만 카페 작업의 변수는 한두 개가 아니다. 오늘의 작업실로 선정한 카페의 테이블 간격이 너무 가까워 옆 테이블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면 어떨까? 게다가 오늘의 커피가 지독하게 맛이 없다면? 무엇보다 와이파이가 제대로 안 잡히거나 속도가 느린 경우에 받는 스트레스를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에 디지털이 붙는 이유가 대체 무엇 때문이겠는가? 이런 상태에서 일의 능률은 떨어지고 애꿎은 커피값만 낭비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야 나라는 사람이 어떤 상태로 일할 때 가장 능률이 오르는지 알게 된다. 자신이 언제, 어떤 상태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건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에 대한 핑계가 아니다. 사무실처럼 조용하고 공기가 무거운 공간에서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 사무실에만 머물러야 하는 건 시간 낭비다. 예를 들어 나는 전형적인 올빼미, 저녁형 인간이고 맛과 향이 좋은 커피를 연료 삼아 몸과 뇌를 일 모드로 부팅한다. 몇몇 소설가는 독서실처럼 조용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집을 제외하면 좁고 막혀 있는 공간에서는 일의 능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느낀다. 오히려 백색 소음이 있고 앞이 트여 있는 공간이 일하기에 훨씬 좋다. 높이만 맞고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의자와 책상의 종류를 까다롭게 따지는 타입은 아니다. 결국 파티션이 있고 모든 사람이 일 모드로 집중하고 있는 회사 사무실보다 카페의 커뮤니티 테이블이 더 낫다는 의미다. 다행히도 프리랜서인 나는 어느 공간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나에게 알맞은 일의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까? 이런 이유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작업실로 고려해 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한 소셜 벤처에서 일하던 친구가 주 2회 정도 출근하던 곳이 성수동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였는데, 꽤 많은 프리랜서가 1층 카페 라운지에서 일한다고 했다. 한 달에 카페에 쓰는 돈이나 코워킹 스페이스에 쓰는 돈이나 비슷할 것 같아 고민해 봤지만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 포기했다. 이후 한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가 세계 곳곳의 도시에 250개가 넘는 지점이 있다는 위워크(WeWork)의 존재를 알게 됐다. 호주 멜버른으로 떠나기 직전이었기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그곳에 가서도 원고 마감은 할 텐데, 또 카페를 전전하느니 핫 데스크(고정석 없이 라운지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에서 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좋았어,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의 시작이다! 멜버른 시티 중심가의 지점을 투어까지 했던 내 야심 찬 계획은 서울의 2.5배가 되는 돈을 집세로 내게 되면서 물 건너갔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세계 어디에서나 단기로 일하는 공간을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와 같은 작가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직종의 프리랜서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 엔잡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면서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기’라는 직장인들의 오랜 판타지는 현실화됐다. 하지만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다면 클라우드와 메신저 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나 일에 접속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 아무 공간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한 지역의 고정된 사무실에서만 일하지 않는 것뿐,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라와야 하는 조건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해변과 수영장의 선베드 위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는 이미지는 반드시 떨쳐버려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메일 확인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유 오피스, 코워킹 스페이스는 개인이 일하기에 적합한 상태의 교집합을 최대치로 맞춰주면서 탄생한 공간이다. 1인 프리랜서부터 100명 이상이 함께 쓰는 사무실까지 소화하는 공유 오피스이자, 개인으로서는 라운지 같은 공간을 쾌적하고 테이블 간격이 넓은 데다 커피가 무한 리필되는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나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더 많은 직종이 프리랜서로 상태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 이 시대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워크처럼 세계적으로 지점이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한다면, 출장 가는 경우 출장지의 회의실을 예약하는 부수적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그걸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뚝딱 처리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가. 과연 ‘디지털’ 노마드 시대인 것이다. 회의와 미팅으로, 위워크 라운지에서 열린 ‘워크 체인저(Work Changer)’ 콘퍼런스 연사로, 최근 문을 연 위워크 서울역점의 핫 데스크 체험으로, 프리랜스 작가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경험해 보면서 나는 거의 멤버십 등록 직전의 상태까지 갔다. 10년 넘게 일하면서 어딘가에 소속돼 본 적 없는데 멤버십이라는 이름의 느슨한 소속감을 갖는 것도 꽤 멋진 일일 것 같았다. 무엇보다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의 꿈을 아직 접지 못한 내게 해외에서 언제든 내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예약할 수 있는 상황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고민 끝에 코워킹 스페이스 등록을 포기했다. 아무리 멋진 공간이 24시간 제공된다고 해도 내겐 모두 너무 멀리 있었다. 나는 출퇴근이 싫어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겠다고 시간 제약만 없을 뿐인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을 감행하는 것은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앞서 이야기했듯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아는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 옆 테이블에서 보험 설명을 할 것을 대비해 귀에 꽂을 이어폰을 준비해 5분 거리의 스타벅스로 향하는 것이 좋겠다. 아 참, 스타벅스도 전 세계 도시 어디에나 있다.  윤이나 작가 책 <미쓰윤의 알바일지>, JTBC 웹드라마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