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집에 3D 프린터기 어떤 모델이야?’‘우리 엄마가 이번에 최신형으로 바꿨어!’‘스테인리스 스틸도 돼?’ ‘응 그럼! 그걸로 엄마가 의자 만들어줬어.’이런 시대가 올까? 집집 마다 3D 프린터기 하나쯤은 갖고 있고, 온라인으로 디자인을 구매해 집에서 직접 가구를 만들어 쓰는 시대 말이다.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의 전시를 보면, 곧 그 시대가 올 거라는 확신이 든다. 생각보다 빨리.요리스 라만은 네덜란드 출신 작가다. 과학자 겸 작가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좋겠다. 스스로자신의 작업실을 실험실(랩)이라고 소개하기도 하니. 요리스 라만은 과학과 예술을 섞는다. 그는 로봇의 팔과 장인의 손을 활용할 줄 알고, 컴퓨터 속 이미지와 현실 속 실체를 연결할 줄 안다. 그는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최첨단 기술과 장인 정신을 아우르며 디자인과 과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는 모든 예술과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의 작품이 프랑스 퐁피부 센터, 뉴욕현대미술관,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등 국제적인 미술관과 주요 공공기관에서 꽤 발견할 수 있는 이유도 그의 실험적 작가 정신 때문일 터.국제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요리스 라만 랩: Gradients 전시장' 전경그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6월 17일까지 국제 갤러리에서 하는 '요리스 라만 랩: Gradients' 전시에서 그는 4년간 진행한 첨단 기술 실험을 담은 신작 30점을 선보인다. 생산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나 스케치, 렌더링 같은 자료도 소개하는데, 작업 전반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Gradient Screen'작품을 만드는 장면로봇이 움직인다. 로봇 팔이 움직일 때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물체(작품명 Gradient Screen)의 높이가 점점 높아진다. 로봇으로 만드는 거다. 이 기술이 이번 전시의 핵심 기술인 MX3D프린터다. 이는 강철 소재는 기본,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알루미늄 등 다양한 금속 소재를 출력할 수 있다. 3D 로봇 팔로 어느 방향으로든 어떤 입체 형태로든 프린팅이 가능하다.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한다. 요리스 라만은 3D 프린터 작업에서 중요한 것이 디자인이라 말한다. 기능성과 장식성, 인간의 관점에서 이 둘의 적절한 조화를 이끌어내야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이 실제로 잘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실험실에서만 이뤄질까? 이미 요리스 라만 랩의 'Dragon Bench'에 활용된 3D 기술로 올해 암스테르담에 다리를 완공할 예정이다. 요리스 라만은 ‘실험실에서 하는 실제는 차이가 있지만, 모든 도전이 우리에게는 새로운 실험과 가능성의 확장이라 생각한다. 완공하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첨단 기술이 실제 건축과 사회 기반 시설 분야로까지 확장 가능한 것임을 방증한다.MX3D 기술로 다리를 만드는 기술과 시물레이션을 담은 영상공예와 기술은 일종의 물건을 만드는 작업이지만, 상이하다. 수작업과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공예와 최첨단과 신소재, 편의성을 강조하는 기술의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 마치 인간과 로봇,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처럼. 요리스 라만의 'Maker' 시리즈는 수공예와 기술이 공생할 수 있다는 작가의 철학이 반영된 작품이다. 그는 파라메트릭 공예 기술을 적용해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는 나무 같은 단단한 재료를 복잡하고 유기적인 형태, 패턴과 접목하는 기술이다. 철저한 계산이 만들어낸 심미성은 현 시대 실용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듯 하다.'Microstructures Gradient Aluminum Chair' 2014'Pair of Maker Chairs(Puzzle)'2014'Microstructures Gradient Lounge' 2015'Dragon Bench' 2014“과학자는 예술가의 창의성을, 예술가는 과학자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요리스 라만의 말이 맞다. 분명 그런 시대는 도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시를 통해 본 요리스 라만의 작업은 미래 우리 삶의 단편이 되는 셈이다. 당신이 상상하는 미래에는 이런 삶이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