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한때 <엘르>의 식구였던 패션 에디터 김자혜는 지금 하동에 살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 놓인 소박하고 아름다운 집에서, 자연이 알려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히며. <엘르> 홈페이지를 즐겨 찾는 독자라면 그녀가 전하는 ‘하동 라이프’를 만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인생의 판을 엎어보기로 한 저자가 낯선 곳에서 삶을 꾸려나간 이야기. 어느새 글 속에 스며든 담백한 관조가 우리 맘에도 작은 싹을 틔운다. 올해 하동의 봄은 어떤가? 어떤 날을 보내고 있는지 꽃 마중 인파가 우르르 몰려왔다가 돌아가고, 동네가 한결 조용해졌다. 책이 발행된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같은 생활이다. 별일 없이 산다. 하동에 내려간 지 3년째, 무엇이 달라졌나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 음식이나 돈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날 밝으면 일어나고 어둠이 내리면 일하지 않는다. 배가 고파지면 간소하게 끼니를 때운다. 볕이 좋으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는 날. 비 내리는 ‘비요일’은 신발 신지 않는 날, 즉 칩거의 날로 지낸다. 책을 쓰면서 자칫 ‘귀촌 성장담’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러웠다고 볕과 그늘 중 어느 하나가 강조될까 봐 두려웠다. 시골에 살면 무작정 행복할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도 거짓이고, 시골에 별것 없다는 말도 거짓이다. 어떤 삶이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니까. 이것은 성공담도 실패담도 아니다. 방법론은 더더욱 아니다. 이곳에 살며 내가 발견한 작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말미에 ‘이 책은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해지려는 악다구니’라고 썼다. 실제로 그랬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 글을 쓰며 다시 힘을 얻곤 했다. 그곳에서 발견한, 전에 몰랐던 행복은 도시에서 느끼던 행복은 대체로 성취나 소유에 관한 것이었다.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인 풍요에서 만족을 얻는 체질을 완전히 버렸는지 돌아본다면 글쎄, 확답은 못하겠다. 하지만 성취 말고도 또 다른 행복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것은 매우 사소하고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었다. 내가 스스로 발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 대체로 자연이 베풀어준 것들이다. 어느 겨울 날, 매화나무 가지에 새순이 빨갛게 맺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송이가 펄펄 날리는데 나무 앞에 선 채로 좀 울었다. 자연에서 얻는 감정은 기쁨이나 즐거움과는 좀 다르다. 환희랄까 경탄이랄까. 이 책이 누구에게 어떤 책이 되길 바라나 민박을 운영하면서 지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지친 사람들이 바라는 건 별것 아니다. 가만히 있는 텅 빈 시간. 고요한 쉼. 그렇게 잠깐이라도 안식을 주는 책이면 좋겠다.   <여행하는 집, 밴라이프>집 없이 1년간 캠핑카를 타고 살아보기로 한 두 사람. 전 뮤지컬 배우인 작가 김모아와 뮤직비디오 감독 허남훈이 그간의 기록을 담아 책을 펴냈다. 지난여름, 인터뷰 차 밴라이프 중인 두 사람을 만났을 때,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앞당겨 실천하고 있다는 이들의 여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내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한 절실한 도전이었던 이들의 모험기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1년간 여행하듯 살아본 소감은 ‘여행하듯 살고 살 듯이 여행하자’는 다짐과 바람이 더 짙어졌다. 그렇게 여행과 삶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이런 삶의 방식이 잘 맞는다는 확신이 커졌다. 밴라이프를 통해 스스로 달라진 점을 꼽자면 새로움 앞에 생겼던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원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용기 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리적으로는 절약하는 습관? 다시 회귀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물과 전기를 아껴 쓰게 된 점이 생활에서 달라진 부분이다. 두 사람의 관계도 변화가 있었을까 1년 동안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이자 친구이자 존경하는 사람인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됐다. 서운함에 빠지는 순간조차 아까워서 되도록이면 그런 시간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끝이 있으니 더 알뜰하고 꼼꼼하게 보내고 싶었다. 가장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한 여행지는 경주. 수학여행지로만 남아 있던 경주에 이상한 아쉬움이 들어 밴라이프 동안 꼭 가보고 싶었다. 첨성대와 천마총, 고분 일대와 천 년의 숲 계림을 걷고, 어떤 날은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일정을 늘려서 며칠 더 머물렀는데, 이상하게도 매일 밤 눈물이 났다. 과거를 지천에 늘어놓고 현재를 돌아보는 이상한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또다시 가고 싶다.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밴에 살면서 사람은 사람과 함께여야 한다는 걸 알았다. 본질적으로 ‘사람’이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기에 ‘사람을 여행’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까  현실 속에서 이상을 잡아채지 못하고 망설이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당연하게 보편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왜?’ ‘나는 그것을 진정 원하나?’라고 물어가며 자신이 기준인 삶을 살고 싶은 이들도. 나와 허 감독, 둘이 주고받던 질문을 이 책으로 건네고 싶다(김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