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을 전공했음에도 패션 디자이너가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어린 시절부터 패션과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건축학은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공으로 선택했다. 대학 졸업 직전, 바르셀로나에서 디자인과 패턴 제작을 공부했는데 건축학에서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 건축과 패션 모두 ‘균형’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보통 다른 디자이너들은 졸업 후 디자인 하우스에서 경력을 쌓곤 하는데, 곧바로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했다. 자신의 디자인에 확신이 있었나 졸업 후 유니섹스 셔츠를 만드는 간단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뜻밖에 브랜드를 론칭할 기회를 얻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마음껏 활용하고 싶었고,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2012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한 뒤 지금 델포조는 글로벌한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브랜드에 영입될 당시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델포조는 1974년 디자이너 헤수스 델 포조(Jesus del Pozo)에 의해 설립된 유서 있는 스페인 브랜드다. 섬세한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델포조의 전통적인 DNA를 이어감과 동시에, 신선하고 모던한 터치를 더해 델포조 하우스에 새로운 장을 열고 싶었다.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은 우리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면 양보다 퀄리티를 중요시하고, 탄탄한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시중에서 볼 수 없는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델포조를 여성으로 표현하면 델포조라는 여성은 섬세하면서도 강인하고, 여성스럽지만 대담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는 모던한 스타일을 즐기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2018 S/S 컬렉션의 영감은 어디서 받았나 슬로바키아의 포토그래퍼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의 ‘수영장’ 시리즈. 초현실적이면서 아르누보적 요소들의 조화와 고요한 색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스페인 작곡가 사비에르 쿠가트의 음악과 에스더 윌리엄스의 수영 안무 또한 영감을 주었다. 무드 보드에는 무엇이 나열돼 있었나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수영장’ 시리즈와 다양한 수영장 사진들, 산하엽 같은 흰 꽃들의 이미지.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뜨거운 여름 오후, 수영장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을 상상하며 디자인을 진행했다. 아이보리·오팔 그린·오렌지·레드는 계절을, 블루는 수영장을 상징하는 컬러다. 수영장의 타일 패턴을 응용해 커다란 페이즐리 패턴과 기하학적 프린트를 완성했다. 액세서리의 경우 리본 실루엣에 집중했다. 손바느질을 원칙으로 하는 오트 쿠튀르를 대중화하기 위해 프레타 포르테에서 사용하는 기계 바느질을 일부 도입한 ‘프레타 쿠튀르(Pret-o-Couture)’ 컬렉션은 다른 브랜드와 델포조를 차별화하는 요소 중 하나다 델포조는 한 피스씩 생산하는 쿠튀르의 장인 기술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성복 기술을 동시에 적용한 숙련된 프레타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재봉사와 자수 장인, 패턴 디자이너 등 내가 영입되기 이전부터 델포조에서 일해온 팀원들이 지금까지 함께해준 덕분이다. 이들은 델포조 특유의 프레타 쿠튀르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새로운 멤버들과 독창성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3D 프린트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 기술에 대한 관심은 어떤가 새로운 디테일을 만들어내고 마무리를 정교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델포조의 전통적인 테크닉과 혁신적인 기술이 만나면 무척 멋진 컬렉션이 탄생할 것 같다. 프리폴과 리조트 컬렉션을 포함해 1년에 네 번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각각의 컬렉션을 구분해 디자인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보통 한 번에 세 가지 컬렉션을 작업하기 때문에 각 시즌을 구분할 때 정신적인 어려움이 크다. 2018 F/W 컬렉션을 끝낸 지금, 곧바로 2019 리조트 컬렉션을 마무리해야 하고, 2019 S/S 컬렉션 또한 절반 정도는 미리 진행해야 한다. 솔직히 이건 미친 짓이다. 지금까지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탄탄한 기반을 쌓아온 델포조 쇼가 2018 F/W 런던 패션위크로 이동한다는 소식은 굉장히 뜻밖이었다 런던은 흥미로운 도시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델포조 매장 오픈과 최근 V&A 뮤지엄에서 열린 <발렌시아가: 패션의 모양> 전시 참관으로 여러 차례 런던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아무래도 런던 생활이 익숙하고 편해진 것이 이동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이랄까? 한국 방문 계획은 하루빨리 아시아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점점 커가는 시장이고, 그곳엔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서울만 해도 10 꼬르소 꼬모 서울, 무이, 라움, 레어 마켓 등 많은 매장에 델포조가 입점돼 있다. 델포조의 남성 컬렉션이나 브라이덜 컬렉션이 론칭하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고마운 일이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 브라이덜 컬렉션은 1년에 두 벌 정도 선보이고 있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시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휴식이 필요하다. 앞으로 델포조가 기대하는 건 무엇인가 글로벌 브랜드로서 확고하게 입지를 다지는 것,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