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록한 허리 라인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골드 리본 장식의 점프수트와 트라이앵글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드레시한 실루엣의 플라워 엠브로이더리 케이프와 블랙 레더 쇼츠, 타조 깃털 앵클부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로맨틱한 분위기를 완성해 주는 러플 장식의 오버사이즈 블라우스와 드라마틱한 인상을 남기는 빅 라운드 드롭 이어링은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색색의 플라워가 빛에 따라 화려하게 반짝인다. 엠브로이더리 턱시도 재킷과 도트 패턴의 블라우스, 하이웨이스트 쇼츠, 보헤미언 무드의 태슬 장식 이어링, 스웨이드 부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요즘 심취해 있는 주제가 있나요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요즘 온통 인테리어 생각밖에 안 해요. 지금 인터뷰하는 이곳에서도 예전이라면 관심도 없었을 경첩이나 손잡이, 타일, 바닥, 카펫 같은 자재들에 눈이 가고요. 한쪽 벽을 붉은색으로 하려는데 벽돌색으로 할지, 버건디로 할지, 새빨간 색으로 할지도 고민돼요. 여기 화장실에 붙어 있는 흑경 보셨죠? 그것도 철문에…. 너무 예쁘네요. 하고 싶은 게 많아 고민이에요. 소비가 폭발하는 대혼란기(!)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물론 즐거운 혼란이겠지만 관심 있는 분야엔 투자하는 편이라 당분간 가구나 인테리어 아이템을 지르게 될 것 같아요. 파리에서도 새벽같이 일어나 빈티지 마켓에 다녀왔어요. 잘 세팅된 고급 마켓 말고 카부츠 시장 같은 데 있잖아요. 전 해외 나가면 빈티지 가게는 반드시 가고, 그중에서도 액자는 무조건 사와요. 나중에 한 벽을 액자로 채우고 싶어서 모으는 중인데 이번에도 득템을 좀 했어요. 진짜 추운 날이었는데, 한국에서 사려면 너무 비싸니까 꽁꽁 싸매고 나갔죠. 예전에 아트 북에 꽂혔을 땐 트렁크에 책을 얼마나 쟁여왔는지 무게가 엄청났어요. 당시의 아트 북 컬렉션도 새집의 특별한 요소가 될 것 같아요. 집은 새집인데, 뭔가 시간이 모이는 느낌이 드네요 맞아요. 전 빈티지를 정말 좋아해요. 빈티지랑 모던한 피스들을 섞었을 때 좀 더 시크한 것 같아요. 생일 파티 때나 아니면 사회를 볼 때라든지, 빈티지 드레스를 수선해서 입는 것도 즐기고요. 예전에는 스타일리스트랑 누가 더 예쁘게 수선하는지 배틀도 하고 그랬어요. 빈티지도 종류가 많잖아요 알라이아 드레스도 입지만 ‘그냥 빈티지’, 그러니까 오래된 옷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제가 또 ‘이베이 고수’거든요(웃음). 하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 이제 질감만 봐도 드라이클리닝용인지 거즈 천인지 알고, 사이즈만 봐도 내 몸에 맞는 건지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예요. 시상식 때 드레스 경쟁이 심하잖아요. 맘에 드는 옷을 찾지 못할 땐 그냥 제 옷 입고 나가기도 하는데 그게 더 특별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빈티지에 대한 애정과 수고로움이 베스트드레서 정려원을 만드는군요 하지만 저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매일 입는 편이지 유행의 선두 주자는 아니에요. 부모님이 진짜 옷을 잘 입으세요. 지난번에 아빠가 서울에 오셨을 때 버버리 코트에 깃을 세워 입으시고는 첼시 부츠와 페도라를 매치했더라고요. 아빠가 멋쟁이 스타일이라면 엄마는 컬러 매치에 능하시고, 몸의 단점을 빨리 파악해서 옷 수선을 잘해 입으세요. 어릴 때 그렇게 완성된 엄마 옷을 입고 놀던 게 생각나요. 부모님이 스타일 뮤즈네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옷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아이코닉한 스타일이 탄생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샤를로트 갱스부르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 2018 F/W 생 로랑 쇼에서 제 뮤즈를 만났잖아요! 부스스한 머리와 멋스러운 기품, 그녀가 입어서 더욱 아름다웠던 의상들 모두 멋있더라고요. 잊지 못할 거예요. 소비 패턴으로 봤을 때 <김생민의 영수증>에 나간다면 어떤 얘길 많이 들을 것 같아요 ‘슈퍼 그뤠잇’ 아니면 ‘베리 스튜핏’, 극과 극으로 나뉠 것 같아요. ‘저 가방 꼭 갖고 싶다’는 식의 특정한 물욕이 있는 편은 아니어서 ‘슈퍼 그뤠잇’을 받을 얘기들이 좀 있고, 또 하나에 꽂히면 아무도 못 말리니까 ‘베리 스튜핏’이 연발되겠죠(웃음). 공백기가 길었어요. 손담비 씨와 촬영한 LA 패션 화보로 <엘르>에는 얼굴을 보여줬지만요 맞아요. <풍선껌>을 2015년 겨울까지 찍고 그 이후로 작품이 없었어요. 물론 나름의 삶을 살고 있었고 커리어 역시 어느 지점에 와 있다고 생각했지만, 활동을 안 하다 보니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미디어 환경에서 튕겨 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오더라고요. 그때 제안받은 드라마가 있었는데 시도하기가 어찌나 무섭던지 포기해 버렸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받은 드라마 시나리오가 <마녀의 법정>이었는데 이건 그때보다 캐릭터가 더 센 거 있죠. 말도 많고, 성격의 기복도 있고, 복수도 해야 되고, 법정에서는 거의 원맨쇼를 펼쳐야 하는 여검사였으니까요. 두려움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는데 연기에 대한 절실함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이듬이를요. 원 숄더 드레이프 미니드레스와 빈티지한 스타일의 브레이슬렛, 밀리터리 벨트, 자연스럽게 주름진 스웨이드 롱부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하늘하늘한 실크 블라우스와 마이크로 미니 쇼츠, 드롭 이어링, 발목을 감싸는 페더 장식의 스트랩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중성적인 롱 턱시도 재킷과 레이스 시스루 팬츠, 빅 라운드 드롭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전후 사정을 몰랐지만, 드라마를 보는 동안 절실함이 느껴졌어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게이트> 촬영이 먼저였는데 그땐 영화도, 드라마도 절실했던 시기였어요. 당시 친구들과 여행 가서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날짜도 정확히 기억나는데 2016년 11월 3일이에요. 영화는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블랙 코미디’였으면 좋겠다, 드라마는 ‘내가 정말 좋아서 더 잘할 수 있는 캐릭터이고 배울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이렇게 써놓고 기도했죠. 그랬더니 이듬해 봄에 제가 원하던 조건에 부합하는 영화 시놉시스가 먼저 들어왔고, 드라마 <마녀의 법정>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확실히 버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이걸 놓치면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마음에 용기를 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마이듬’은 그런 과정을 거쳐 ‘잘하게 된’ 캐릭터네요 생각해 보니 지난해의 정려원, 저는 ‘화요일 아침에 열린 말’이었던 것 같아요. 말은 달려야 하는 동물이잖아요. 근데 마장이 월요일에 하루 문을 닫아요. 말들의 휴식 시간이죠. 화요일 아침에 마장에 가면 말들이 스프링에서 튕겨 나가는 것처럼 달리거든요. 막 미친 듯이 뛰고 그래요. 그간 저는 꾹 눌려져 있던 스프링이었고, 문이 다시 열리면서 힘껏 튀어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정려원이라는 배우의 인생에 물이 너무 빨리 끓었다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예전에 한창 일 할 때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기점으로 <가을 소나기>, <넌 어느 별에서 왔니>까지 쉼 없이 달렸거든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6개월짜리 항공권을 끊고 혼자 뉴욕으로 도망간 적 있어요. 물론 광고 찍으러 서울에 다녀가긴 했지만, 혼자 인터넷에서 집을 구해 업타운, 미드타운, 그리니치 빌리지 등지를 옮겨 다니면서 살았어요. 혼자서요 네, 영어를 할 줄 아니까 무서운 건 없었어요. 다만 엄청 외로웠죠. 그때 제 나이가 스물여섯이었는데 화려한 것들로 자신을 꾸미고 있는 뉴욕의 이면에 대해서도, 제 삶의 이면도 생각하게 됐어요. ‘여기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때의 브레이크가 제게 유익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행 계좌도 트고, 학교 다니면서 미술 수업도 듣고, 재즈 학원에도 다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 재밌는 경험이었죠. 그렇게 온도 조절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림을 시작한 게 그 당시인가요 아뇨, 엄마가 미술 선생님이셨어요. 어깨너머로 항상 엄마가 데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전화기 옆에 놓아둔 메모지엔 언제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저도 어느 순간 뭔가를 계속 끼적이다가 또 그리고 있더군요. 그림은 처음 펜화로 시작했다가 페인팅이 된 건 2012년이에요. 작업들이 점점 쌓이면서 더 이상 집에서는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2013년 말 지금의 평창동 작업실로 이사했어요. 쉴 때는 도시락 싸서 매일 가기도 하고, 바쁠 땐 아예 못 가기도 해요. 작품 수가 꽤 될 것 같은데 하정우, 이혜영 씨처럼 전시를 하거나 혹은 아티스트로서 겸업도 생각하나요 전 어떤 일을 계획할 때 불안 지수가 높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나게 큰 편이에요. 그러니까 쉽게 만족하지도 못하죠. 이런 성격 때문에 아무래도 많이 망설여져요. 친구들이 “이쯤 되면 전시 한번 하는 것도 괜찮지 않아?” 그러기도 하는데 전 “낫 이너프”라고 받아쳐요. 이러다간 제 생에 전시는 죽기 전 딱 한 번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웃음). 망설이는 이유가 뭐예요 제 이름값이 아니라 그림을 업으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인정할 만한 작업들로 채워졌을 때 하고 싶어요. 제가 아무리 그림을 열심히 그린다지만 그분처럼 올인하지 못할 때도 많잖아요. 예전에 그림에 미쳐서 연기 생각을 아예 안 할 때가 있었어요. 그때 그린 그림들은 지금 봐도 자랑스럽고 여전히 좋아요. 그런 진짜가 쌓였을 때 하고 싶어요. 그래야 어떤 반응에도 상처받지 않을 것 같고요. 려원 씨에게 그림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귀중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부터 계획했던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마녀의 법정>을 계기로 일단 프로젝트의 문을 열었어요. 제가 여태까지 맡았던 캐릭터가 지나다닌 ‘문’들이 있잖아요. 세트장에서 열고 닫는 물리적인 문이면서 제 커리어의 통로라고도 볼 수 있는 개념적인 문들을 모아서 설치미술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스토리텔러랄까요, 기획자의 마인드가 있군요. 여러 가지 의미로 <마녀의 법정>은 려원 씨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표현주의자이고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하지만 배우로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역시 필모그래피예요. 20대엔 뭘 그리 숨기고 싶었나 몰라요. 잘됐을 때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30대가 되고 일과 내 삶을 분리하는 트레이닝을 하면서 삶을 보는 시선과 각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친구들과 보낸 휴식 시간이 큰 도움이 됐고요. 영화와 드라마는 저를 성장시킨 에너지였어요. 진짜 많이 배우면서 자랐거든요. 그리고 <마녀의 법정>을 통해 비로소 마인드가 심플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성범죄라는 주제를 수면 위로 끌어낸 드라마에 참여하면서 배우로서 또 여자로서 사회가 가진 문제의식과 태도 등을 점검할 수 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생겼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복잡하고 속 시끄러웠던 입장이 분명해졌어요.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죠. 퍼프 소매 장식의 로맨틱한 레이스 톱과 블랙 레더 팬츠, 볼드한 크리스털 이어링, 스트랩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바람 따라 나풀거리는 타조 깃털 드레스와 더블 버클 벨트, 보헤미언 무드의 드롭 이어링, 간결한 스트랩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면요 16회 법정 신은 내내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피고인에게 좀 더 냉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면 한 여자의 불행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한 신인 여배우가 성적 모욕감으로 자살하고, 억울하게 타살당한 미성년자의 죽음이 은폐되는 비극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는 대사를 정말 고민하면서 준비했거든요.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라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명감을 가지고 이 대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촬영 당시 엄청 북받쳐 올랐던 기억이 있고, 정말 이 드라마에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된 장면이에요. 마이듬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을 때 시상식 발언도 이슈가 됐었어요. ‘성범죄에 대한 법이 강화되어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길 바란다’는 내용이었어요 전 원래 ‘그레이 존’을 선호하던 사람이었고, 수비수지 공격수는 아니에요. 하지만 드라마를 하면서 수비수로만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상식에서 그렇게 무거운 얘기를 뭐하러 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피해자들은 응원받고 싶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사실 제가 참여한 드라마가 오히려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처를 건드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 촬영 내내 심경이 복잡했어요.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당신의 아픔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거라는 얘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근데 무대 위에서 이일화 선배님과 눈이 마주친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정리가 잘 안 되는 거예요(웃음). 아쉬운 마음이 들어 텍스트로 정리해서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했죠. 할리우드 #미투 캠페인이 국내로 이어지면서 여러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요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한 일이면 이렇게 줄줄이 폭탄처럼 터져나오는 걸까요.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농담을 가장한 희롱성 발언들을 들었을 때 못 들은 척하거나 상황 자체를 외면해 왔었는데, 이제는 그 상황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어요. 성범죄의 대상은 여성이 지배적이지만 권력관계에서 남자들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이게 어떤 트렌드 혹은 젠더 문제로 비춰지기보다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한 무브먼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뭐예요? 그리고 배우 혹은 여자 정려원의 삶에서 점점 좁혀져 갈 삶의 주제는 뭔가요 전 또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선택해 미친 듯이 살겠죠. 크리스마스트리는 옆으로 뚱뚱하게 자라다가 한 단씩 위로 성장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전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기에는 뚱뚱해질 거예요. 다시 해야 할 일을 할 때는 위로 성장할 거예요. 이런 시기들이 반복되면서 제 안의 키가 크겠죠? 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면서 살고 싶어요. 뭔지, 느낌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