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패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 패션 아티스트 ::패션, 아트, 코믹스, 만화, 만화책, 애니메이션캐릭터, 아트패션, 엘르, elle.co.kr:: | 패션,아트,코믹스,만화,만화책

왼쪽부터 순서대로 JEREMY SCOTT,  MOSCHINO, COMME DES GARCONS, GUCCI, PRADA패션과 아트는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다. 팔릴 옷만 활개를 치는 밀레니얼 시대에도 디자이너들은 끊임없이 아트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지 못한다. 샤넬은 지난 2014 S/S 컬렉션 개최 당시 75점의 거대한 아트 오브제를 그랑 팔레에 전시해 일명 ‘그랑 뮤지엄’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해 패션계는 너나 할 것 없이 아트 패션 트렌드를 주도해 작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회화를 그려넣은 드레스 혹은 액션 페인팅 같은 터치를 선보였다. 이전 시대의 아트 피스라 하면 알렉산더 맥퀸의 1999년 작 샬롬 할로가 입은 새하얀 드레스 위에 로봇들이 에어 브러시로 그림을 그린 페인팅 드레스, 후세인 살라얀의 2000년 작품처럼 커피 테이블로 변신한 드레스, 옷 자체가 작품이 된 빅터 앤 롤프의 액자 드레스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처럼 기상천외한 아티스틱 감성이 패션과 접목했다. 과연 패션은 예술일까? 엘사 스키아파렐리는 “내게 패션 디자인은 직업이 아닌 예술”이라고 말했다. 당시 살바도르 달리와 컬래버레이션했던 그녀로서는 단호하게 예술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대의 패션 황제 칼 라거펠트는 “패션은 패션이고, 예술은 예술”이라며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지금까지 패션계의 끊이지 않는 화두는 예술이다. 이번 시즌 아트 패션의 양상은 한결 가볍고 평이해진 느낌이다. 거대한 설치미술 작품이나 아방가르드한 퍼포먼스, 무겁고 어려운 순수미술이 아니라 조금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나 팝아트가 분위기를 리드한다. 그 중심엔 미우치아 프라다가 있다. 1993년 문화재단 폰다지오네 프라다까지 설립한 그녀는 아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막역한 사이. 지난해 9월 밀란에서 열린 2018 S/S 프라다 쇼장을 온통 뒤덮은 것은 만화였다. 언제나 여성의 인권 신장에 앞장서온 미우치아 프라다답게 이번 만화 프로젝트 역시 최초의 여성 액션 히어로를 창조해 낸 타프 밀스(Tarpe′ Mills)의 아카이브를 활용해 패기 넘치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완성한 진짜 아트 작품이었던 것. 8명의 여성 아티스트들은 타프 밀스의 아카이브와 자신만의 색채를 더해 아주 특별한 코믹 아트를 선보였다. 그것은 쇼장 베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모든 아이템에 방대하게 사용해 코믹 북 컨셉트에 힘을 더했다. 미우치아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완성한 만화로 여자들을 위해 완벽한 페미니즘을 완성하려 했던 것. 컬렉션의 시작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만화책이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페미니즘 터치를 가미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프라다 외에도 이번 컬렉션의 살아 있는 레전드로 등극한 베르사체를 꼽을 수 있다. 도나텔라가 지아니에게 헌정하는 컬렉션을 발표해 그의 장기였던 메탈 드레스부터 고딕과 컬러 수트, 스카프 디테일 등 90년대 호황기 시절의 리얼 베르사체 스타일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피날레에 등장한 것은 앤디 워홀의 작품 ‘마릴린 먼로’를 차용한 드레스 행렬! 1991년 지아니 베르사체가 선보인 드레스를 도나텔라가 다시 재현하며 새로운 마릴린 시리즈를 선보였다. 드레스는 공개되자마자 클라우디아 시퍼, 리타 오라, 이리나 샤크, 나오미 캠벨 등 베르사체 군단이 앞다투어 우아한 마릴린의 자태를 뽐냈고, 전 세계 베르사체 매장의 메인 쇼윈도를 장식했다. 한편,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콧은 비주얼 아티스트 벤 프로스트(Ben Frost)와 함께 아이즈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처럼 보이는 캐릭터를 활용해 만화 열풍에 동참했고, 스콧 자신의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내세웠다. 꼼 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 역시 순정만화 캐릭터 캔디를 거대한 패턴으로 사용해 아트 패션의 거장으로서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패션 예술가들은 누구나 쉽게 접하고 어린 시절에 푹 빠져 있던 만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심리를 하이패션적 터치를 가미해 팝아트와 예술적 기교로 근사하게 포장한 것일지도. 패션이 예술인가 아닌가를 갑론을박 따지는 것이 과연 의미 있을까? 분명한 건 예술품은 액자나 투명 유리관에 보관하고 감상하지만 패션은 동시대 여자들이 입고 즐길 때에야 비로소 작품이 아닌 살아 있는 패션이 될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책을 즐기듯, 우리는 이 ‘아트 패션’을 입고 즐기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