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가볍고, 시끄럽고, 은밀하게 변했다. 작가의 작업 방식과 전시 작품 콘셉트, 관람객에 따라 전시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기본, 미술관에서 술을 팔기도 하고, 콘서트도 연다. 벽을 따라 작품을 보는 것이 전시 관람의 전부였다면, 오늘은 미술관에서 먹고, 마시고 즐겨라! 미술관에서 술을 마신다고? 미술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대표적인 미술관은 구슬모아당구장이다. 구슬모아당구장은 국내 신진 크리에이터의 작업을 소개한다.<ADER: WE ADER WORLD><헨 킴: 미지에서의 여름>구슬모아당구장의 낮은 일반 미술관과 비슷하다.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신진 크리에이터의 작업을 소개하는 곳이라, 전시 작품과 방식이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전시 보는 맛이 있다.구슬모아당구장이 2월에 진행했던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의 콘서트밤은 낮과 다르다. 미술관에 온 사람들은 전시를 보고, 술을 마신다. 술을 파는 미술관이라니! 구슬모아당구장 한 가운데에는 바(Bar)가 있다. 술 파는 그 바 맞다. 술과 음료의 종류는 전시 콘셉트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로 와인, 맥주, 위스키 등이 있다. 술을 주제로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는 ‘비어 테이스팅 워크숍’을 했고, 얼마 전에는 ‘위스키 하이볼’이 주인공이었다. 음악과 술, 미술, 사람이 한데 어우러진 미술관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예술가들의 사교의 장이었던 ‘살롱’이 연상된다. 관람객 연령대도 다양하다. 낮에는 중고등학생도 이곳을 찾고, 밤에는 20~30대부터 50대까지 있다.<최랄라: 랄라 살롱> 전시와 함께 운영했던 위스키 봉봉 만들기 워크숍최근 열렸던 <최랄라: 랄라 살롱>을 본 관람객은 5만명.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같은 호응을 얻을 수 있던 이유는 바로 획기적인 전시 방식 덕분. 랄라 살롱 전시장은 휴식 공간 같았다. 전시장 문을 열면, 강렬하고 매혹적인 빨간 공간이 등장한다. 벽에는 작품과 거울, 액자가 적절히 섞여 있고, 푹신한 소파도 군데 놓여 있다. 소파에 앉아 수다를 떨어도 괜찮다. 랄라 살롱 전시 기간에는 ‘위스키 봉봉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넣은 다크초콜릿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성인만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온라인이나 전시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구슬모아당구장의 전시가 기대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전시와 함께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적 놀거리’가 있다는 것. 구슬모아당구장의 새로운 전시는 5월에 시작될 예정이다.add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85동화책인가?동화책처럼 전시된 정승혜 작가의 작품책 네 권이 있다. 띄엄띄엄, 한 벽면에 책 한 권씩 놓여 있다. 나는 책을 펼쳤다. 그림책이다.창문 너머로 분홍색 커튼은 흔들리고, 체크 카페트 위에는 온갖 과일이 있다. 책장을 계속 넘겼다. 이 책을 다 보면 저 벽면에 있는 다른 책을 보았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보았다. 그림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과는 누구 거지?’, ‘이 과일에는 왜 색이 없지?’, ‘창문은 누가 열었지?’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바닥에는 설치 작품이, 벽면에는 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놓여 있다현재 삼청동 피비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정승혜 작가의 <마법의 갑옷과 신비의 칼을 주오> 전시 형식은 이렇다. 벽에 있던 책 속 그림은 모두 정승혜 작가의 작품이다. 굵은 선으로 그려진 그녀의 그림은 명료하다. 알록달록 색칠한 그녀의 그림은 예쁘다. 줄리안 오피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녀가 ‘팝아트’스러운 화풍으로 작품활동을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잠시 작업 활동을 멈추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정승혜 작가는 동화책을 많이 읽었다. 현재 이러한 화풍은 동화책 영향이 크다. 작품을 책처럼 만든 이유? 작가의 작업 방식과 연관있다. 작가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전, 제목 하나를 정한다. 그리고 글과 그림을 활용해서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를 짓는다. 전시장에 있는 그림이 작가가 지은 이야기 속 그림이다. 정승혜 작가는 그동안 보통의 회화 전시처럼, 낱장 드로잉을 모두 펼쳐 벽에 나란히 배열해 전시했다. 작품을 동화책처럼 만든 <마법의 갑옷과 신비의 칼을 주오> 전시는 정승혜 작가에게도 새롭다. 이 전시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관람객은 작품을 친근하게 느낀다. 언제 우리가 작품을 만져보고, 펼쳐보고 할 수 있겠는가.add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북촌로 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