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탤리언 웨딩 스토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코모 호수가 펼쳐진 벨라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림 같았던 그날의 일기::이탤리언,이태리,이탈리아,웨딩스토리,빌라 세르벨로니,밀라노,결혼,결혼식,신부,웨딩,브라이드,엘르 브라이드,엘르,elle.co.kr:: | 이탤리언,이태리,이탈리아,웨딩스토리,빌라 세르벨로니

결혼식 장소로 선택한 Villa Serbelloni (빌라 세르벨로니). 1850년 밀라노의 귀족인 세르벨로니 가문이 휴가에 이용했던 빌라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벽과 천장은 프레스코화, 폼페이 적색 염료 등으로 꾸며졌으며 오늘날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윈스턴 처칠, 존 에프 케네디, 알파치노 등 저명한 손님들이 이곳에 묵었다.“벨라조 웨딩-키안티-피렌체에 이어 밀란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시내를 돌아보았다. 지난여름,  2주간 시부모님의 한국 방문을 겪어낸 우리였다. 조금 더 능숙하게 플랜을 짜고 모든 대화를 통역하고 각종 이벤트를 구상하면서 우리 둘은 처음으로 각자의 부모에 대한 보호자로서 책임을 느꼈고, 서로 끈끈한 동지애와 인내의 위대함을 배웠다.” 결혼식을 마치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포스팅이다. 결혼식에 이은 친정 부모님과의 여행을 마치자마자 두 발 뻗고 적어 내려간 일기다.  지난  5월, 시댁 식구의 한국 방문과 상견례, 결혼 발표를 동시에 마치고 8월 26일 본식까지 약 3개월간 우아한 백조 되기 ‘속성’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시부모님과 서울로 떠나오기 직전, 결혼식 장소와 날짜만 예약하고 웨딩 숍 한 군데만 들른 게 전부였다. 마음이 급했다. 8월이면 긴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이탤리언의 리듬을 생각하면 2개월 남짓한 시간뿐인 데다가 모든 헌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혼식 순서로 영화에서처럼 요트를 타고 꼬모 호수를 누비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요트에서 내리는 하객들. 장인어른과 사위의 포옹.에디터로 일했던 지난 시절, 한 달에 12개 기사 배당도 어떻게든 해치웠던 나다. 8월 26일 오후 5시엔 싫든 좋든 모든 것이 세팅돼 있어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걸었다. 다행히 5월이라 웨딩 페어가 많았다. 렌털이 가능한 웨딩드레스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일단 모두 예약했다. 밀란의 웨딩 숍에서 각기 다른 스타일만 골라 피팅해 본 덕에 나만의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었다. 머메이드 라인에 레이스가 없는, 내추럴한 컬러의 톡톡한 실크 원단일 것. 없으면 맞추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마음을 비웠더니 신기하게도 두 번째로 방문한 숍에서 원하는 드레스를 만났다. 수선도 필요 없는 내 드레스였다. 촬영 렌털로 나가던 드레스라 가격까지 저렴했다. 야외 정원을 내 집처럼 우아하게 걸어 다녀야 했고 요트까지 타는 스케줄인데, 손상 문제 때문에 렌털이 꺼려지던 차였다. 드레스 밑단도 아주 길었다. 자고로 웨딩 슈즈란 언뜻언뜻 보여야 하는 법인데, 편하게 이동하겠다고 드레스 밑단을 안아 올리는 일만은 없어야 했다. 큰 숙제가 하나둘 풀려갔다. 호텔 결혼식이었지만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셰프가 식사를 준비해 준다는 것만 빼면 나머지는 셀프 웨딩이나 다름없었다. 호텔에서는 관련 업체의 연락처만 보내준 것이 전부였다. 현지에서 필요한 스태프와 서울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분리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내가 컨택에 성공하면 피드백이 느린 이탈리아 업체들은 남편이 공략했다. 한국에서 오는 하객들의 투숙 일정부터 잡고 포토그래퍼를 섭외하고 먼 길을 온 한국 하객들의 감사 선물도 잊지 않고 주문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빨간 장미’를 쓰지 않는 센터피스를 이해하는 고집이 세지 않은 플로리스트를 찾았다. 청첩장은 아무리 심플해도 꽃무늬나 반짝이가 하나씩은 꼭 들어 있었다. 클래식해야 한다. 청첩장과 식탁에 놓을 이름표를 직접 디자인하고 을지로 인쇄 골목에서 발품을 팔아 제작하고 동대문에서 실크 리본을 구해 마무리했다. 드레스 코드를 정하기보다 하객들의 스타일링에 힌트를 줄 마음으로 호텔 이미지가 담긴 포스트카드를 동봉했다. 당일 헤어와 메이크업은 손재주 좋은 친언니에게 맡겼다. 여태껏 본 중에서 제일 예쁘다는 칭찬(?)도 받았으니 새 신부로서는 대성공이었다. 밀란의 웨딩 숍에서 운명처럼 만난 웨딩드레스.‘테라차 코레아’ 하객이 적어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테라차의 이름 또한 ‘Corea(한국)’였다는 깜찍한 후문.꼬모 호수에서 바라본 호숫가 빌라들.입장을 준비하는 신부의 모습.모든 것이 순조로웠는데 고맙게도 철없는 신랑이 해프닝을 만들었다. 결혼식 전날 호수에서 수영하는 예비 신랑이 몇이나 될까? 몇 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한 감기에 걸려 새벽 내내 기침을 해댔다. 억지로 감기약을 먹였더니 당일 아침 정상 컨디션으로 눈을 떴다. 그렇게 액땜(?)하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결혼식을 치렀다. 신부 입장 때 바람에 악보가 날아가 잠시 연주가 끊기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사랑스러울 지경이었다. 예정대로 요트도 타고 코모 호수산 송어가 메인 디시로 올라온 저녁 식사도 맛있었다. 케이크 커팅에 맞춰 터진 폭죽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Misty’가 연주된 것도 모두 완벽했다. 숙명적으로 웨딩 댄스가 이어졌고, 결혼식은 오후 5시에 시작해 어느새 밤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엄청난 이탤리언 웨딩에 지친(?) 친구는 우리 결혼식을 포스팅하며 ‘신라호텔 웨딩 5배’라는 위트 넘치는 해시태그를 달아줬다. 매년 8월 26일이면 벨라조에서 이 아름다운 날을 회상하며 둘만의 기념일을 자축하기로 했다.신랑, 신부의 퍼스트 댄스.디너 타임에 맞춰 시작된 불꽃놀이.아내 애나 로,  남편 리카르도 갈발리지. 이탈리아 카푸치노와 브리오슈를 좋아하는 애나 로는 이탈리안 쿠킹과 크래프트 랩을 준비중이다. 헤지펀드사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인 리카르도는 석양과 네온사인이 가득한 서울의 밤거리를 오래된 똑딱이 카메라로 촬영하기를 좋아한다. 부부는 현재 서울 남산 아래에 신혼집을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