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잠자는 서점

호텔이 달라졌다. 이른바, 호텔의 ‘문화 공간화’. 여행자는 호텔에서 그 나라의 문화 체험을, 지역 사람들은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BYELLE2018.03.02

고급 독서 살롱, 청핀 호텔


청핀 호텔 1층에 위치한 라운지


대만 타이페이에 위치한 청핀 호텔. 이곳을 운영하는 청핀 기업은 1989년부터 서점을 운영했다. 서점 이름은 청핀 서점으로 대만에서 유명한 서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이 유명해진 때는 1999년 3월, 서점을 24시간 개방하면서부터다. 청핀 서점은 대만 독특한 밤 문화의 산실이다. 2015년 청핀 기업은 청핀 호텔을 열었고, 서점을 호텔에 접목시켰다.

청핀 호텔의 콘셉트는 ‘문화 창고’다. 호텔 1층에 위치한 라운지는 이 콘셉트가 가장 잘 드러난 곳이다. 벽면은 약 5000권의 책으로 가득하다. 일반 소설부터 미술, 건축, 음악, 사진, 무용 등 분야도 여러가지. 원목 테이블과 그 위를 비추는 독서 램프, 널찍한 소파, 라운지 체어 그리고 곳곳에 놓인 사이드 테이블로 완성된 공간은 독서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책을 읽으면서 와인이나 칵테일 같은 술도 주문할 수 있다. 와인 한 잔과 책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가. 


청핀 호텔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더 챕터


청핀 호텔은 라운지 외에 복도와 레스토랑, 객실에도 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레스토랑에는 주제가 무거운 것 보다는 여행, 요리,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관한 책과 잡지가 많다.


라이브러리 스위트 룸에 마련된 독서 공간


이뿐만이 아니다. 책은 객실에도 있다. ‘라이브러리 스위트 룸’에는 투숙객을 위한 전용 독서 공간이 있다. 약 100권 정도 책을 비치했다. 호텔 곳곳에 책을 배치한 덕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독서를 하기 시작했고, 그 행위를 통해 낯선 여행지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되었다.



책과 침대 사이, 북 앤드 베드

곳곳에 벤치가 있어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


‘머물 수 있는 책방’이라는 콘셉트로 주목 받은 숙소가 있다. 일본의 북 앤드 베드다. 북 앤드 베드가 도쿄에 문을 연 후, 일본뿐 아니라 CNN, 가디언 등 여러 국가 매체에 소개되었고, 이곳에 가기 위해 부러 일본을 찾는 사람도 생겼다. 그 인기가 지속되자 북 앤드 베드는 도쿄 외에 교토, 후쿠오카에도 문을 열었다.


가운데 놓인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양쪽에 침실이 있다


북 앤드 배드의 모습은 꽤나 파격적이다. 입구의 리셉션을 지나 로비 안쪽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긴 벽을 따라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있다. 책장 사이에 침실이 있다. 도서관과 호스텔이 결합한 느낌이랄까? 잠자기 편한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은 새벽 두 시까지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읽다 잠들었던 투숙객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호텔 공간은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 책을 읽을 수 있는 로비, 침실이 있다. 침실 종류는 침대 크기에 따라 나뉘는데, 컴팩트, 스탠다드, 더블 세 종류다. 


책장 아래 있는 침실은 아늑한 다락방 같다


총 1700여 권의 책은 여행자가 읽을 수 있는 주제가 대부분이다. 일본 여행과 맛집, 디자인 관련 책이 많다. 앞으로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외국 서적을 더 늘릴 계획이다.



취향 집결지, 아난티 코브

이터널 저니 입구 모습


부산 아난티 펜트하우스와 힐튼 부산을 통칭하는 아난티 코브. 힐튼 부산에는 책을 중심으로 한 취향 집결지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가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의 공간을 줄여 만든 이곳의 규모는 500평. 길게 세워진 책장을 벽으로 삼아 공간을 나눴고, 군데군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를 두었다. 서점 한 켠에는 오픈형 카페가 있고, 그 옆 창가를 따라 테이블을 두었다.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이터널 저니에는 서가와 책상이 적절히 배치되어 독서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터널 저니에는 약 2만 권의 책이 있다. 서적 큐레이팅은 아난티 코브를 운영하는 에머슨 퍼시픽 그룹에서 직접 한다. 일반 서점은 분야별로 서적을 구분하지만 이곳은 여행지에서 읽으면 좋을 책을 기본으로, 약 60개의 테마에 따라 책을 소개한다. 책을 검색하는 시스템도 없다.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행 와서 ‘난 이 책을 꼭 읽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무니까. 오히려 천천히 서가를 둘러보게 되어 좋다.


이터널 저니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


이터널 저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저자가 직접 강연하고, 독자와 이야기하는 북 토크 프로그램,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작가와 이야기하고 독서하는 심야 책방 시간도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지역 사람이나 다른 호텔 투숙객도 이곳에 와서 여유와 책을 즐긴다. 주말에는 놀랄 정도로 사람이 많다. 그렇게 이터널 저니는 부산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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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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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김은정
  • 사진 각 호텔 홈페이지
  • 디자인 황동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