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부담스러운 빈티지 무드와 화려한 색채, 그로테스크함과 특유의 너드 문화를 조합해 새로운 맥시멀리즘을 탄생시킨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이제 그가 추구하는 화려함은 구찌 하면 빠질 수 없는 확고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 구찌 허브에는 자욱한 블루 안개가 깔리고 고전적이면서 음산한 느낌이 감도는 고대 로마시대의 조각상과 그리스 신전이 들어서 있었다. 그곳에서 펼쳐진 구찌 세계는 이번에도 기존 컬렉션과 비슷한 70년대 글램 록 무드에 키덜트적인 루니툰 캐릭터, 미켈레가 사랑하는 엘턴 존 스타일이 더해져 더없이 화려하고 웅장한 컬렉션으로 진행됐다. 진주와 크리스털, 커다란 새틴 리본, 반짝이는 브로케이드 등 세상에서 가장 호화롭고 귀족적인 소재를 활용해 전성기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엘턴 존의 무대의상 스타일을 대거 내세웠다. 여기에 클래식한 성경책을 닮은 ‘구찌 북스’ 숄더백과 50~60년대 아카이브에서나 볼 법한 빈티지 백을 재탄생시킨 ‘오피다’와 ‘뱀부’ 백을 비롯해 지금 가장 ‘핫’한 패니 팩까지!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화려한 미켈레 스타일과 정반대인 평범한 바스켓을 꼭 닮은 베이비 핑크 컬러의 ‘구찌 곰마’ 백. 하이패션 브랜드와 일상의 아이디어가 만나 또 다른 신(新) 발명품이 등장한 것. 침체된 ‘백’ 시장에 미켈레의 야심작이 새롭게 활기를 불러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러버 소재의 ‘구찌 곰마’ 백은 1백30만원, G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