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 2의 우승자 정고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 2>의 우승자 정고운. 무겁게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을 뚫고 빛나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옷에 관한, 옷을 만드는 일에 관한 이야기라면 4박 5일 동안이라도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 ‘이집트 벽화나 석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녀의 열두 벌의 컬렉션. 그 중 일곱 개의 룩과 방송에서 못다한 그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 인터뷰,패션,화려한,아름다운,풍성한,정고운,진아름,엘르,엣진,elle.co.kr :: | :: 인터뷰,패션,화려한,아름다운,풍성한

1 모델 진아름과 디자이너 정고운이 뷰파인더 앞에 함께 섰다. 그들이 입은 룩은 몸에 밀착되는 레이스 소재 톱 위에 플리츠 장식의 베스트와 같은 소재의 팬츠, 양털 장갑을 매치한 작품. 고대 이집트 벽화 속의 주름 장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2 가죽 소재의 블라우스에 니트 팬츠를 매치하고 깃털을 꼬아 이어 퍼 소재와 같은 느낌을 낸 코트를 더해 완성한 룩. 슈즈 역시 정고운의 작품.시즌 초반 부모님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고 했다. 우승 후 부모님의 반응은? 이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반응이다(웃음).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건 전적으로 부모님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는데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줘야 그 이후의 지원 혹은 투자가 있을 것 같았다. 방법은 부모님이 먼저 제시해주셨다. 나가보라고. 실력만 보여준다면 투자하겠다? 비슷하다. 입증만 해보인다면 너를 믿어 보겠다. 뭐 그런 거?(웃음)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가게 됐는데 이렇게 우승까지 하게 되니 기분이 좋다. 편집장의 증언에 따르면 처음 지원했을 때만 해도 평범한 헤어 스타일이었다고 하던데 갑자기 지금의 헤어스타일로 바꾼 이유는 뭔가? 난 옷 만드는 일은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가고, 인터뷰도 하고, 내 옷에 대해 설명도 해야 되고 그런 건 창피하고 망설여졌다. 그래서 얼굴을 좀 가려볼까 한 거다. 이건 전에도 시도한 적 있는 헤어스타일이다. 이브 생 로랑 쇼(2008 F/W)를 본 후에 학교 계단에서 친구에게 재단 가위를 건네주면서 잘라달라고 했다. 어쨌든 이렇게 눈을 가리고 카메라 앞에 서니까 좀 덜 떨리긴 하더라. 단지 수줍었던 거였나? 고도의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 제대로 만들었군.’이라고. 검색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버섯 머리 그녀는 누구?’라는 기사도 떴잖아. 난 그렇게 영리한 여자는 아닌데(웃음) 촬영 초반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중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파이널 후보 3인'에 들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 방송에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많이 나왔는데. 아. 그 부분은 진짜 생각할수록 난감하다. 나는, 내가, 정말, 어휴, 저런 얘기를 내 입으로 했었나 싶고(일동 폭소). 남들이 봤을 땐 그게 잘난 척일 수도 있는데. 사실 누구 옷이 가장 예뻤는지, 누가 우승할 것 같은지 물으면 나는 내 옷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저 그런 것 뿐이다. 초반에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망설이고 위축된 이런 느낌이었다면 점점 자신감이 붙기도 한 것 같다. 맞다. 미국판 보면 서로 헐뜯고 싸우고 그러지 않나. 그런게 너무 걱정되고 무서웠다. 그런데 이번 멤버들은 다들 착하고 재미있고 사이도 좋은 편이었다. 처음에는 낯 가리면서 혼자 조용히 옷만 만들다 가야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친해지고 재밌어지니까. 밝게 촬영할 수 있었다. 3 악어가죽을 독특한 텍스처로 가공한 소재의 톱과 양털 소재 스커트. 실루엣은 심플하지만 독특한 소재로 다양한 텍스처를 보여주려 애썼다.4 어깨에서 가슴, 허리로 그리고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드레이핑. 걸을 때마다 춤추듯 출렁이는 실루엣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발목에서부터 올라올수록 흐려지는 레그 웨어와 샌들 역시 정고운의 작품.사전제작 프로그램이어서 방송이 나가면서 결과에 대한 질문에 시달렸을 텐데 비밀은 어떻게 지켰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구들에게만 이야기했다. 사실 친구가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고(웃음). 관심 있게 묻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아,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이 미니 홈피에서 쪽지를 보내기는 하더라. 어떤 분은 최종 3인 뽑는 방송 전에 ‘파이널 3인에 안 뽑혀서 아쉽다’는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자기가 응원 열심히 했는데 왜 안 됐느냐며. 그럴 땐 “아뇨, 저 뽑혔는데요?”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매주 자신의 실력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건 꽤 스트레스받는 일이었을 것 같다. 정해주는 옷을 늘 시간에 쫓기며 만들었잖아.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서 싹싹 지워버리고 싶은 회가 있나? 3회에 나왔던 레인 코트. 그 옷을 좋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이 많으신데. 난 오히려 가장 별로였다. 좀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풀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거든. 그 전에 두 번 우승하고 나니 욕심이 생겨서 좀 안전하게 만들었다. 그 부분이 아쉽고 부끄럽다. 디자이너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맞다. 오히려 스스로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반응이 별로였을 때도 있었고. 모두 내 맘 같진 않으니까(웃음). 맞다. 내 맘 같지 않았다. 근데 그런 부분도 있다. 옷은 실제로 보는것과 화면 속 모습이 많이 다르다. 실루엣이나 텍스처는 조명에 따라서 전혀 달라 보이기도 하고. 런웨이 위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을 한 번 싹 보고 옷을 평가하는 거니까 아쉬운 점도 있고. 이번 쇼에 대해 얘기해보자. 촬영이 끝나자마자 최종 3인의 도전자에게 3개월의 시간과 얼마간의 예산이 주어졌다고 들었다. 어떤 식으로 준비했나? 조금 쉬다가 파리로 갔다. 파리에서 한 달 동안 이것저것 보면서 디자인의 방향을 잡았다. 거기서 준비할까 싶었지만 재정이나 작업 환경 등을 고려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컨셉트만 딱 잡아서 온 거지.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작업실로 들어가서 그때부터 매일 동대문 원단 시장에 드나들었다. 컬러는 일정한 톤을 유지했지만 다양한 텍스처가 하나의 옷에 들어간 점이 흥미로웠다. 그냥 보면 심플하지만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쇼의 컨셉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얘기해달라. 런웨이 위에서 ‘이집트의 벽화나 석상을 모던하게 해석했다’고 간단하게 설명했잖아. 고대 이집트 문명의 걸작들, 그러니까 건축뿐 아니라 석상이나 벽화를 보면 그 시대 의상을 느낄 수 있다. 간단한 드레이핑으로 가려야 할 부분만 가린 옷들. 아주 기본적인 형태지만 분명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명확한 여밈이 아닌 아무렇게나 묶은 듯한 느낌 그리고 주름. 그런 느낌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고 애썼다. 5 런웨이의 마지막 룩이었던 롱 앤 린 실루엣의 룩. 니트 소재의 톱과 양쪽 다리가 드러나는 넓은 실루엣의 팬츠는 마치 드레스를 입은 듯한 장면을 연출하며 쇼를 마무리지었다.가장 먼저 디자인한 건 어떤 옷인가? 벽화의 문양이 프린트된 실크 블라우스에 퍼 스커트가 매치된 룩. 컬렉션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옷은? 오늘 촬영 때 내가 입은 옷. 화보 촬영 땐 멈춰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데 걸을 때 움직임과 함께 달라지는 볼륨감이 중요한 옷들이다. 내가 입었던 옷은 특히 그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옷이다. 톱과 팬츠의 플리츠 장식이 흩날릴 때 더 아름답다. 이번 컬렉션에 대한 본인의 만족도는? 50%. 요즘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피비 파일로. 아, 그녀는 정말 너무 좋다. 크리스토퍼 데카르넹과 스테파노 필라티는 언제나 좋고. 나는 디자이너라면 추구하는 스타일이 자신의 룩과 라이프에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고 믿는다. 근데 스테파노 필라티는 그게 완벽하게 일치되는 디자이너다. 아무 현실적 제약 없이 어떤 아티스트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와 뭘 해보고 싶나? 지금은 그만뒀지만 남자친구가 독일에서 현대무용을 했다. 내가 만드는 옷은 딱 떨어지는 딱딱한 느낌보다 움직임이 있을 때 더 예쁜 옷들이 많으니까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모델 진아름은 인터넷에서는 ‘정고운의 모델’로 통한다. 그녀와는 개인적인 약속이나 모의 같은 걸 한 게 있었나? 디자인할 때 영향을 끼쳤다거나. 처음엔 너무 예뻐서 오히려 걱정했다. 원래 난 동양적인 페이스를 좋아하거든. ‘쟤 너무 예뻐서 큰일이다’ 했는데 옷을 입히고 보면 눈빛이 달라지는 친구더라. 그래서 ‘이 친구랑 가야겠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파리에 다시 갈건가? 다들 그걸 궁금해하더라(웃음). 사실 나는 당장 내 브랜드를 ‘짠’하고 선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니까 지금 할 수 있는 도전들을 좀 해보고 싶다. 각종 페어를 통해서 실력을 검증받는다는지…. 그 후 정고운만의 어떤 것이 확실해졌을 때 제대로 된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다. 돈 걱정은 없겠다. 상금도 7천만원이나 되고, 부모님의 지원 약속도 있고. 당분간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그건 그렇지(웃음). 돈 말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은? 내 작업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는 것. 그게 내가 얻은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