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겨울 로맨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흰 눈처럼 순수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겨울 로맨스에 대한 추억들 | 데이트,사랑,썸,겨울,연말 데이트

나의 길고 긴 연애 라이프에서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3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내게 다가온 7살 연하의 C와 했던 무모한 짓. 평소 ‘저지르기’를 좋아하는 나와 귀여운 변태 C, 우린 운명의 상대처럼 잘 맞았다.사귄 지 3달쯤 됐을 때였는데, 창밖으로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있던 C가 내 손을 끌더니 밖으로 나가자는 거다. 정확히 말해 나가서 해보자는 것이었다. 불타오르는 사랑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린 눈 내리는 세상 밖으로 나갔다.그날 C와 난 신림동 자취방 골목을 지키고 있던 외로운 가로등 기둥을 한참 동안 붙잡고 하나가 되었다. 취업 후 그 동네를 떠난 지금도 가끔 가로등만 보면 그날의 무모할 만큼 대담했던 우리가 떠오른다. (여, 회사원)연말엔 유독 솔로들이 분주해지는 시기다. 나 역시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쉼 없이 소개팅과 클럽 방문을 번갈아 가며 솔로탈출 작전을 시도했다. 응답 없는 ‘썸녀’들에게 지쳐갈 때쯤 홍대 한 클럽에서 정말 ‘잘 노는(?)’ B를 만나게 됐다.우린 클럽을 나와 술자리를 갖다가 술이 술을 불러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셨다. 당시 그녀와 인파 속에서 춤(비슷한 것)을 췄던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춤이 아니고 그 이후 벌어진 일인데, 바다가 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시행한 거다. 우린 대천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그리고 다시 부분 삭제된 기억.택시 기사님이 깨워 일어나보니 대천 해수욕장으로 순간 이동에 성공해 있었다. 지난 밤 숙취에 절은 상태로 옆에 앉아 있는 그녀가 낯설었다. 어제의 나와 B는 어디로? 우린 존댓말과 반말을 어색하게 섞어가며 자기소개 비슷한 걸 하곤 대천 앞바다에서 헤어졌다. 남은 건 택시비로 청구된 카드 값과 후회뿐이었다. (남, 스타일리스트)겨울만 되면 혹독한 추위 때문에 감기에 걸리는 것도 억울한데, 옆구리까지 시리다는 건 ‘솔로’에게 너무 가혹했다. 그날도 불만에 가득 차 동성 친구들과 ‘우린 이 혹한기에 왜 혼자인가’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 한 명이 다가오더니 합석을 제안하는 거다. 먼저 마음으로 신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의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딱히 잘생긴 것도 내 타입도 아니었는데 괜히 운명처럼 느껴졌다.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 관계는 빠르게 발전했고, 그날 이후 P와 난 연인이 됐다.하지만 그와의 연애는 봄이 오면서 끝났다. 난 겨울나기를 위한 체온이 필요했을 뿐,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너무 다른 사람과 급한 연애를 한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여, 한의사)첫눈에 반한 H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 위한 나의 ‘직진’이 만든 무모함. 대구에서 일하던 그녀와 서울에 살던 난 ‘썸’을 타고 있던 사이였는데, 당시 과제는 그녀의 마음에 확신을 주는 것이었다. 12월 어느 날 퇴근 후 그녀에게서 온 카톡, ‘보고 싶어’. 그 말을 보는 순간 바로 자동차에 키를 꽂았다.KTX를 타고 가면 늦을 거 같아 선택한 무모한 드라이빙을 시작한 것. 3시간 반 정도를 달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는데, 내가 본 건 날 반겨주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라 어떤 ‘놈’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H의 행복한 모습.난 말 그대로 그녀의 ‘썸남’일 뿐 ‘남친’이 아니었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길로 다시 서울로 핸들을 돌렸다. 하룻밤을 꼬박 고속도로에서 보낸 게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너무 가혹했던 기억이다. (남, 공무원)한겨울에 ‘노팬티’를 제안받은 적 있다. 장난기 많던 남자친구가 색다른 데이트를 해 보고 싶다며 데이트 장소에 속옷을 입지 않고 나와달라고 한 것. 연인 사이에 못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은근히 재미있을 것 같아 그가 바라는 복장을 하고 명동으로 나갔다.롱 코트 속에 하늘하늘한 미니 드레스를 입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까지 신었다. 당연히 팬티는 자취방 서랍장에 고이 놔둔 채로 말이다. 그는 몇 번이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내 치마 속에 손을 넣었고, 나 역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노팬티로 외출 중’이라는 상황이 오래된 커플의 몸과 마음에 불을 지펴준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난 지독한 독감에 걸렸고, 심지어 며칠간 참지못할 간지러움에 고통 받아야했다. (여, 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