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백라는 이름을 단 초록색 대안들에 주목하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언젠가부터 패션은, 지구를 오염시키는 최대 주범으로 비난받고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모피와 가죽 사용을 멈추고 패스트 패션이 사라질 순 없다. 대신 ‘뉴 빈티지 귀고리’ ‘재활용 머플러’ ‘에코 백’라는 이름을 단 초록색 대안들에 주목하라. :: 빈티지한, 친환경적인, 지적인, 엘르,악세서라이즈,엣진,elle.co.kr :: | :: 빈티지한,친환경적인,지적인,엘르,악세서라이즈

얼마 전 떠들썩하게 오픈한 H&M이 드디어 국내에 론칭됐다. 매장 구석 구석을 둘러보며 가장 놀라웠던 건 패스트 패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이 브랜드에 ‘가든 컬렉션’이라는 친환경 라인을 포함돼 있다는 거다. 해로운 화학물질은 쓰지 않고 면과 리넨으로 만들어진 옷과 플라스틱 병이나 섬유 폐기물로 이뤄진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액세서리는 패스트 패션으로 지은 죄(?)를 친환경적인 패션으로 갚으려고 노력하는 H&M의 고민이 엿보인다. 이 가든 컬렉션에선 플로럴 프린트의 슈즈와 머플러, 볼드한 나무 뱅글, 천연 소재의 스카프 등이 눈에 띄었는데 메인 컨셉트인 ‘히피 룩’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굉장히 패셔너블하다. 철저한 환경주의자이자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인 스텔라 맥카트니는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닐과 인조가죽으로 만들어진 스텔라의 백과 슈즈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또 그녀는 한국계 환경운동가 대니 서의 출판 파티를 위해 숍 내부를 파티장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H&M과의 컬래버레이션했을 땐 생물 분해성이 있는 환경친화적인 소재의 쇼핑백을 제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또 어떤가. 일찍이 그는 헬멧, 벨트, 팔찌 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소품들과 죽은 동물의 모피만 사용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사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전 세계의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매장은 헌 책, 옷걸이, 전등 등으로 디스플레이돼 있다. 2년 전, 분더숍에서 전시했던 ‘아티저널 컬렉션’에서도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3벌의 웨딩드레스를 이어붙여 이브닝 가운으로, 빈티지 목걸이를 연결해 재킷으로, 헬멧을 뒤집어 가방으로 만드는 등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또 사랑스러운 마르니도 폐타이어로 만든 소품을 선보인 적 있고, 소니아 리키엘도 최근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에코백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패션이 환경친화적인 고민을 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부분에선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브 생 로랑의 수석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의 최근 행보는 1회성으로 에코백을 만드는 데 그쳤던 럭셔리 브랜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브 생 로랑 ‘뉴 빈티지’라는 이름을 단 리미티드 에디션을 론칭하며, 이브 생 로랑의 아카이브가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컬렉션은 새로운 것 대신 재활용된 패브릭과 기존에 존재해왔던 패턴들을 이용해 제작된 의상들로 구성됐습니다. 특히 패션이 제공할 수 있는 사려 깊은 견해와 패션 고유의 가치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뉴 빈티지’는 기존 재료들의 ‘형태’ 안에 지속 가능한 ‘가치’를 더하면서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저만의 방식대로 반영한 것이죠.”라고 말한다. 이 컬렉션의 판매 수익금의 15%는 컨버세이션 인터내셔널이라는 환경단체에 기부된다고. 파리와 런던의 몇몇 매장에서만 한정 판매되는 뉴 빈티지 컬렉션엔 옷뿐 아니라 슈즈, 백, 주얼리처럼 액세서리 비중도 크다. 이미 파리 부티크에선 뉴 빈티지 라인의 주얼리들이 솔드 아웃 상태라고 한다. 이브 생 로랑의 빈티지로 만든 뉴 빈티지 주얼리!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환경을 생각할 때도 이브 생 로랑만의 태도와 방식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스테파노 필라티답다. “우리가 쓰는 패션 용어에 지적인(intelligent)이라는 단어가 추가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제는 스마트와 패셔너블이 하나로 융화돼야 하는 시대이니까요.” 필라티의 이 말 속엔 패션 안에서 ‘럭셔리’라는 개념이 또 한 번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얼마 전 살바토레 페레가모는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고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에서 증명된 친환경 포장 박스와 쇼핑백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FSC 상표는 친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기준에 따라 숲에서 얻어진 나무로 만들어졌음을 증명해준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패션 컴퍼니가 환경을 생각하면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뿐 아니다. 페라가모는 최근 ‘마리사’라는 친환경 핸드백 라인까지 론칭했다. 이 마리사 백은 메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가죽의 자연스러운 텍스처와 특징을 잘 살린 백이다. 이 백의 가죽 스킨은 생물에 의해 자연 분해되는 성질을 지녔고, 유해물질을 전혀 첨가하지 않는 독특한 가공법으로 제작된다. 게다가 모든 염색은 나무껍질에서 축출된 독점적인 탄닌 성분이 사용된다고. 언제나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한 액세서리로 눈길을 끄는 ‘블랭크 @’의 디자이너 민지혜와 버려진 옷들을 부활시키는 ‘리 블랭크’ 그녀들이 만든 액세서리와 옷들을 보고 있자면 패션이 할 수 있는 ‘착한 일’이나 ‘순기능’이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민지혜는 조카가 갖고 놀던 레고 인형을 펜던트 삼아 멋진 목걸이를 만들었고,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빈티지 안경들을 이리저리 휘어서 세련된 팔찌를 만들기도 한다. “거창한 메시지는 없어요. 그냥, 제가 하는 이런 작업들이 쌓여가는 쓰레기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이라면 오히려 감사한 거죠. 저는 그것들로 예쁜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으니까요.”라고 수줍어한다. 문래동에 있는 ‘리 블랭크’ 작업실에 들어서면 어쩐지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작업실을 가득 메운 버려진 옷들을 보면 피를 뚝뚝 흘리는 고깃덩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난지도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혐오감이 들기도 하니까. 하지만 저것들이 모두 내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입다 버린 옷들 아닌가. 그렇게 추한 것들을 ‘아름답게’ 부활시키는 디자이너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리 블랭크의 옷들도 특별하지만 머플러나 슈즈, 모자, 수첩 같은 액세서리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버려진 나이키 운동화는 깔끔한 펌프스로, 낡은 가죽 점퍼는 몰스킨 부럽지 않는 수첩으로 환생(?)했다. “내셔널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일했는데, 언제부터 빠르게 변하는 패션의 속도전에 지쳐가더군요. 너무 낡고 못 쓰게 된 물건, 버려진 물건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면서 활기를 찾았어요. 그런데 그것이 환경에 도움까지 되니 제겐 이 일이 더 의미 있어요.” 지난겨울 에르메스는 ‘비쿠나 머플러’라는 페루의 산양 털로 만들어진 머플러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산양은 국제희소 야생동식물에 등록돼 있고, 페루 안에서 굉장히 신성시 되는 동물이라는 걸 알았다. 결코 함부로 훼손하거나 죽일 수 없는 숭배의 대상. 하지만 에르메스는 그 산양 털로 ‘비쿠나 머플러’를 만들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냐고? “절대 잡을 수 없고 오랜 시간 동안 산양 뒤를 따라다니면서 몸에서 떨어진 털들을 주워서 만들었죠.” 패션 브랜드가 환경을 생각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은 이런 것도 있다(PETA 단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이렇듯 패션이 할 수 있는 ‘착한 일’은 많은 디자이너들과 패션 브랜드 안에서 자연스럽게진행되고 있다. 패션이 환경을 생각한다고 모든 브랜드에서 무조건 에코백을 만들거나 모든 브랜드들이 절대 모피와 가죽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1차원적인 생각이다. 또 모든 디자이너들이 스텔라 맥카트니여야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도취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가죽 백을 전문으로 만드는 브랜드가 동물 보호를 명목으로 ‘절대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브 생 로랑과 에르메스, H&M이 보여준 유연한 방식이면 어떨까. 필라티의 말대로 지금은 ‘스마트’함과 ‘패셔너블’함이 융화돼야 하는 시대다. 물론 모순이 있겠지만 디자이너와 브랜드마다 자신들의 철학에 맞는 패셔너블한 신념과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걸 찾아야 한다.1 나이키 운동화를 리폼한 리블랭크의 펌프스.2 환경영화, LACK SHEEP.3 H&M 가든 컬렉션의 숄더백4 리블랭크 카드 지갑5 이새의 한지 소재로 만든 옷.6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골든칙스의 북극곰 장신구.7 오가닉 성분으로 만든 H&M의 뱅글.8 친환경 브랜드 ‘이새’의 옷.9 동물 보호 단체 PETA 포스터.10 셔츠들을 이어 붙인 리블랭크의 숄더백.11 버려진 옷들을 리폼한 리블랭크의 옷과 소품들. 1 리블랭크의 옷과 백, H&M 가든 컬랙션의 머플러.2 그린피스 포스터.3 리블랭크의 가죽점퍼로 만든 다이어리.4 조카가 갖고 놀던 레고로 만든 블랭크@의 목걸이.5 페라가모의 친환경 포장박스와 쇼핑백.6 페라가모의 친환경 백인 ‘마리사’백.7 H&M 가든 컬렉션의 플랫슈즈.8 소니아 리카엘의 에코 백.9 빈티지 안경으로 만든 블랭크@의 뱅글.* 자세한 내용은 악세서라이즈 본지 4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