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리스 아이템으로 거듭난 부츠에 관하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제 누가 부츠를 겨울용 패션 아이템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핫팬츠에 가죽 부츠를 신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하거나 신기한 스타일링이 아닌 시대에 말이다. 바야흐로 시즌리스 아이템으로 거듭난 부츠에 관하여. 이번 시즌 벨트는 다양한 길이와 컬러, 두께, 소재, 디테일을 동반한 채 다채로운 모습으로 여자들의 ‘허리’를 감쌌다. 더욱 화려하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돌아온 벨트들의 전쟁! :: 루이비통, 디올, 구찌, 샤넬, 다채로운, 화려한, 과감한, 엘르,악세서라이즈,엣진,elle.co.kr :: | :: 루이비통,디올,구찌,샤넬,다채로운

불과 5년 전만 해도 S/S 시즌에 부츠를 신고 다니는 여자를 보면 이런 생각을 했다. ‘음, 대단히 패셔너블하고 용감한 취향을 가졌군.’ 또는 ‘지가 케이트 모스인 줄 아나?’ 혹은 ‘밀리터리 여신이 강림하셨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 덥나?!’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이번 S/S 시즌엔 부츠나 부티 한 켤레 없이 버티기엔 좀 심심할 듯싶으니까. S/S 시즌과 부츠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겨울에 화이트 진을 입는 건 추워 보인다고 굳게 믿고 계시는 엄마들의 편견(시대를 역행하는)과 다를 바 없다. 거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컬렉션마다 여름용 부츠를 한두 켤레씩 선보였고, 이자벨 마랑이나 버버리 프로섬, 앤 드뮐미스터, 김재현 같은 디자이너들은 컬렉션에 등장한 슈즈 대부분이 부츠나 부티 일색이니까. 버버리 프로섬은 가죽과 새틴으로 만든 부드러운 카푸치노 컬러 부티들을 선보였고, 앤 드뮐미스터는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발목 길이의 앵클 부츠로 만들었으며, 이자벨 마랑은 프린지가 달린 헐렁한 배기 스타일의 부츠로 근사한 히피 룩을 선보이는 등 이번 시즌 캣워크는 F/W 시즌이 무색할 정도로 온통 부츠와 부티로 가득했다! 국내 디자이너들 중 김재현은 부츠 마니아로 유명하다. 첫 컬렉션부터 지금까지 쇼에 선보인 모든 슈즈의 대부분은 거의 부츠나 부티로 만들었을 정도. “대학 시절부터 워낙 부츠나 부티를 좋아했어요. 지난해 한여름에도 부티를 신고 다닐 정도였어요. 요즈음도 거의 매일 부츠와 부티만 신죠. 너무 날렵하고 여성스러운 디자인보다는 약간 군화에서 변형된 터프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어떤 옷에 매치해도 전체적인 스타일이 쿨해지는 것 같아요. 요즘 누가 부츠를 겨울에만 신나요? 이번 시즌엔 강렬한 핑크 컬러의 부티도 만들 거예요.” 그녀는 클로에 세비니처럼 여성스러운 블라우스에 글래디에디터 스타일의 부티를 매치해 살짝 ‘룰’을 깨는 것이 예쁘다고 조언했다. 그녀의 말대로 패션의 룰을 깨는 데 계절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쿨하고 멋져 보이는 것이 또 있을까? 그 중 부츠는 가장 적절하고 용이한 패션 아이템이다. 언젠가 한 패션 행사에서 릭 오웬스의 벌키한 모피에 짧은 핫 팬츠를 입고 발맹의 부티를 신고 등장한 김민희의 룩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S/S 시즌에도 부츠를 신는다는 것은 굉장히 ‘록스타다운’ 애티튜드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패션계는 ‘콜드 플레이’ 같은 유명 록 밴드부터 뉴욕의 이름 모를 인디 록 밴드까지 록스타들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록에 대한 패션계의 애정과 열망은 발맹, 발렌시아가, 앤 드뮐미스터, 이자벨 마랑, 지방시, 알렉산더 왕 등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자이너들에 의해 로큰롤 무드로 드러났다. 게다가 영원한 스타일 아이콘 케이트 모스의 패션은 ‘록’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묘사하기 불가능할 정도이며, 에린 왓슨이나 엠마누엘 알트 같은 스타일리스트들은 여러 비주얼을 통해 록 시크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이들은 실제로 알렉산더 왕과 이자벨 마랑의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다!). 록 스타 룩에 빠져선 안 될 것 중 하나가 바로 부츠 아니던가? 이렇듯 패션계 전반에 깔린 ‘록 무드’ 덕분에 이제 계절에 상관없이 부츠를 신는다는 건 꽤 자연스러운 현상이 돼버렸다. 1 부츠 마니아인 디자이너 김재현.2 슬리브리스에 부츠를 매치한 레이첼 빌슨.3 코데즈 컴바인의 펑키한 앵클 부츠.4 한여름에도 부츠를 즐겨 신었던 트위기.5 자라의 하피풍 서머 부츠6 멋진 데님 서머 부츠를 신고 있는 레이튼 미스터.7 퍼로 장식된 루이 비통의 부츠.8 샤넬의 앵클 부츠.9 빈티지한 룩에 와일드한 부츠를 매치한 클로에 셰비니.10 앤 드뮐미스터의 클래디에이터 부츠.11 겨울용 부츠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루이 비통의 부츠12 데님으로 만들어진 아쉬의 서머 부츠.13 쟈뎅 드 슈에뜨의 앵클 부츠.14 헌터 부츠를 신은 케이트 모스.15 자라의 프린지 부츠16 쟈뎅 드 슈에뜨의 베스트 아이템. 앵클 부츠.17 데님 팬츠에 부츠로 캐주얼하게 연출한 애슐리 티스데일. 그동안 벨트는 암묵적으로 ‘안쪽에’ 있어줘야 할 것 같은 패션 아이템들이다. 물론 유행에 따라 가끔씩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것은 액세서리의 역할에만 충실했을 뿐 ‘룩’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한마디로 보조 역할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주인공은 될 수 없었다고 할까? 하지만 몇 시즌 전 아제딘 알라이아의 두꺼운 가죽 레이스 벨트를 미니스커트처럼 스타일링한 케이트 모스를 본 후부터 벨트는 액세서리 이상의 역할을 하면서 비로소 룩의 주인공으로 신분 상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뿐만 아니다. 볼드한 주얼리로 장식된 랑방이나 드리스 반 노튼의 벨트를 보면 벨트가 ‘제2의 옷’처럼 여겨지기도 하니까.한동안 랑방 스타일의 볼드한 커스튬 주얼리들이 마치 옷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주었던 것처럼 이제 벨트도 그런 역할을 하려는 것일까? 이번 시즌 벨트는 파워풀하다. 심지어 의 수지 멘키스는 이번 시즌 캣워크를 점령한 ‘벨트들의 전쟁’을 보며 “벨트가 여자의 몸에 새로운 비율을 제시하고 있다.”며 벨트의 존재감에 무게를 실었다. 한마디로 이번 시즌은 그야말로 벨트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앤 드뮐미스터는 지퍼 디테일이 눈에 띄는 와이드 벨트를, 발맹은 마치 코르셋처럼 보이는 섹시한 악어가죽의 와이드 벨트를 선보였다. 이 벨트를 착용한 모델들의 몸은 모두 모래시계 실루엣처럼 우아하고 관능적으로 보였음은 물론이다. 투명한 플라스틱(Transparent)으로 만들어진 펜디의 미래적인 벨트는 벨트를 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벨트에 몸을 맞춰야 할 것 같았으며, 두어 번 꼬아서 포인트를 준 얇고 긴 벨트를 선보인 존 갈리아노, 페라가모 살바토레, 스텔라 맥카트니, D&G, 이브 생 로랑은 전체적인 룩에 에지를 부여해 훨씬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완성했다. 벨트의 굵기나 디테일도 다채롭지만, 벨트 ‘위치’도 흥미롭다. 이번 시즌 벨트는 절대 허리선 아래(더 자세히 말해서 배꼽 지점)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을 보자.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모든 룩을 짧고 경쾌한 ‘초미니’로 길이를 맞춘 반면 벨트는 정확히 허리선에 맞췄다.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이번 컬렉션을 향해 “트위스트된 클래식 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옷의 길이는 섹시하고 발랄했지만 벨트 위치는 매우 클래식하면서도 여성스러웠던 것. 50년대의 여인들이 2010년 버전으로 환생한 느낌이랄까? 벨트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주로 중세에는 검(劍)이나 주머니 등을 매달기 위해서 허리에 착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 후 기사(騎士)와 함께 14∼15세기부터 호황을 누리며 보석을 박은 화려한 벨트가 등장했고, 전투 복장의 발달로 남성복에 정착됐으나 점차 실용품으로서 일반화됐다고. 여성복에 쓰인 건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니 여성 복식사에서 벨트의 역사는 꽤 짧은 편이다. 이렇듯 다소 남성적인 역사를 가진 벨트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클래식한 여성스러움과 관능미 그리고 몸의 곡선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데 쓰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1 벨트로 허리를 강조한 디올의 뉴 룩.2 빅 벨트로 걸리시한 룩에 포인트를 준 피치스 겔도프.3 데님 팬츠에도 벨트를 잊지 않는 시에나 밀러.4 디올(아래)과 구찌(위)의 벨트.5 평소 벨트로 깔끔한 룩을 연출하는 마셀 오바마.6 아제딘 알리이아의 디아볼로 벨트.7 샤넬의 클래식한 벨트.8 마르니의 캐주얼한 벨트9 밀리터리풍의 질 샌더 벨트.10 구찌의 빅 벨트11 흰 드레스에 블랙 벨트로 대비를 준 메리 케이트 올슨.12 드레스에 벨트로 포인트를 준 리즈 위더스푼.13 벨트와 클러치로 여성스러운 멋을 낸 에바 패드버그.* 자세한 내용은 악세서라이즈 본지 4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