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공방에서 나온 자투리 가죽을 이용해 탄생한 작은 보물. 2010년 에르메스 6대손인 파스칼 뮈사르(Pascale Mussard)가 처음 구상한 ‘쁘띠 아쉬(Petit h)’ 컬렉션이다. 에르메스 하우스 장인들이 가방을 만들고 남은 최고급 가죽을 비롯해 그동안 사용되지 않고 보관된 다양한 재료들은 워크숍을 통해 다채로운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을 만나 새로운 오브제로 태어난다. 미처 사용되지 못한 에르메스의 남겨진 보물들이 관습적인 틀에서 탈피한 독창적인 아티스트들의 시각과 에르메스 장인의 전문적 손길을 거쳐 ‘쁘띠 아쉬’라는 이름으로 제2의 생명을 부여받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쁘띠 아쉬 컬렉션은 파리 셰브르 매장에서만 판매하는데, 매년 두 개의 도시를 선정해 쁘띠 아쉬를 소개하는 특별 전시를 연다. 올해의 도시는 로마와 서울! 그리하여 오는 11월,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소장욕’을 자극하는 이 유일무이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에서 열릴 전시를 위해 열정에 찬 마음으로 매일을 분주하게 보내고 있는 파스칼 뮈사르를 <엘르> 코리아가 파리 셰브르 매장에서 미리 만나보았다.  드디어 쁘띠 아쉬를 서울에서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다음 도착지로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쁘띠 아쉬를 시작할 때부터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이 프로젝트를 훨씬 잘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서울은 쁘띠 아쉬를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도시였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가 오픈할 때 한 달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다. 특히 한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공예 기술과 문화에 흠뻑 매료됐다. 서울 전시가 결정된 뒤 어떤 작업이 진행됐나 일단 에르메스 코리아 팀과 미팅을 가졌다. 메종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오브제가 있는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컬러는 뭔지, 싫어하는 숫자는 뭔지 등등을 물어봤고 새롭게 단장한 도산 파크 매장 공간을 연구했다. 그리고 서울에 몇 주 머물면서 요리사,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나름대로 리서치했다. 뭔가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걸 채워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싶었다. 한국적인 모티프가 담긴 작품을 보게 될까 물론이다. 한국의 전통 문양과 상징적인 동물의 형태를 가미하거나, 전통적인 오브제를 새롭게 풀어낸 작업들을 선보인다. 쁘띠 아쉬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고객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워크숍을 마련해 직접 뭔가 만들어볼 수 있는 경험도 제공할 예정이다. 에르메스의 윈도 디스플레이는 항상 특별해서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윈도 디스플레이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가 있나 한번은 파리 조지 5가 매장에 있는 12개 윈도를 디스플레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 있는데, 다양한 가구와 오브제를 믹스해서 전시했고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장 루이 뒤마(에르메스 5대 회장)에게 직접 와서 보고 어떤지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도착해 윈도 앞에 선 모습을 부티크 안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무표정이길래 나와서 뭐가 맘에 안 드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굉장히 아름답고 에르메스답지만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건너오게 만들’ 그런 걸 보여줘야 한다고. 그 말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쁘띠 아쉬 윈도 디스플레이를 할 때면 항상 나를 포함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 재능 있는 현지 아티스트와 작업한다. 서울에서 열릴 쁘띠 아쉬 한국 전시 이미지.서울에서 함께할 한국인 아티스트로 정연두가 선정됐다고 들었다. 그의 작업을 어떻게 알게 됐으며, 최종적으로 그를 선택한 이유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다섯 명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놓고 굉장히 고민했다. 그러나 정연두의 작업을 봤을 때 작품이 지닌 시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한국이란 나라와 한국의 자연이 그의 작품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작업이 굉장히 낯익기도 했는데, 그가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에 뽑힌 적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당시에도 그의 작품에 큰 감동을 받았다.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정연두와 작업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디어 아티스트란 점에서 그간 작업해 온 공예 기반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를 텐데 그가 자신의 작업을 위한 미장센은 해봤으나 윈도 디스플레이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우려되기도 했지만, 내가 지닌 직감과 에르메스 코리아 팀의 힘을 합쳐보기로 했다. 정연두 작가는 계절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마술적 신비로움으로 표현한 시노그래피를 선보일 것이다. 이번 쁘띠 아쉬 전시가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여러 도시에서 쁘띠 아쉬를 전개해 왔지만 서울에서는 이전에 한 번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내가 만들어온 쁘띠 아쉬의 세계를 정연두의 손에 맡겨 그의 색깔로 써 내려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다음 달에 공개될 전시는 프랑스에서 온 쁘띠 아쉬가 한국의 색깔로 제대로 해석돼 보여질 거라고 확신한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궁금해진다 아마 기대 이상일 거다. 한 가지 힌트를 주면, 나는 어릴 때 집에 있는 다양한 수납장이 달린 오래된 수트케이스들을 정리하는 게 취미였다. 향수 서랍부터 액세서리 수납장까지 꼼꼼히 정리하는 데 꼬박 3시간이 걸리곤 했다. 각각의 수트케이스마다 비밀함이 하나씩 있는데 그걸 찾아내는 게 가장 큰 놀이였다. 결국 못 찾은 수트케이스가 하나 있었는데, 이 얘기를 들은 정연두가 이번 작업에서 비밀함 하나를 만들었다더라. 기대되지 않나?  11월에 한국에 가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이번에는 서울을 벗어나 다른 도시에 가보고 싶다. 사찰 음식도 맛보고 싶고. 지난 한국 방문 때 전통 옻칠 장인들을 만난 적 있는데 그들의 작업실도 가보고 싶다. <엘르> 코리아 창간 2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오브제를 만들어왔다.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준다면? 쁘띠 아쉬 로고와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 모양의 참(Charm)을 곁들인 ‘가죽’ 축하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참들은 흔히 아는 레이저 커팅이 아니라 물로 커팅하는 기법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 커팅 기법을 처음 발견했을 때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했고 도자기와 유리, 가죽 등 여러 소재로 실험했다. 부디 맘에 드는 선물이면 좋겠다.<엘르> 코리아 창간 2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 제작해 준 오브제.11월 22일부터 12월 17일까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열리는 쁘띠 아쉬 전시에서 선보일 제품들. 한국적인 정서와 모티프가 담겨 있다.